달러원 환율이 1460원을 훌쩍 뛰어넘었죠.
오건영님 시장리뷰 ㅣ 달러원 환율이 1460원을 훌쩍 뛰어넘었죠. 어제 같은 환율 상승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은 그림입니다. 엔화, 유로, 위안화와 같은 다른 통화 대비로도 일제히 원화가 약세를 보였죠. 글로벌 달러 강세 기조가 강한 것이 환율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지만 어제의 흐름만 보면 한국의 컨트리 리스크를 보여주죠. 이런 흐름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의 1460원이 넘는 환율을 볼 때..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여러가지 대책이 나왔음에도 환율 상승이 쉽게 진정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난 2022년 10월 기록했던 1445원이라는 전고점을 넘어서던 시점 즈음해서 당국에서는 다양한 대책들을 내놓았죠. 은행들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50% 올려주었습니다. 기업들 중에는 환율이 오른 만큼 이 정도 레벨에서 환율을 고정하고 싶은 수요가 있을텐데요… 그 수요만큼 선물환 매도 계약을 은행과 체결하게 되죠. 은행은 반대편에서 선물환 매수 계약을 받아주는 셈인데요.. 환율이 하락하면 은행이 손해를 보게 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리.. 은행은 미리 달러를 빌려다가 현물환 시장에서 팔게 되죠… 네.. 은행들의 달러 매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생기는 겁니다. 헷지 차원의 거래인데요… 음.. 지금 이 얘기가 중요한 건 아니니.. 너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가겠습니다.
그리고 은행들이 외화 대출을 늘릴 수 있도록 규제들을 완화해주었구요, 은행의 자본 비율을 감안할 때 환율 상승으로 인해 외화 자산이 크게 늘어서.. 자본 비율이 쪼그라들게 되는 부작용을 커버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외화 자산 중 일부를 자본 비율 계산에서 제외해주죠. 이런 정책들은 이렇게 외환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여러가지 규제 이슈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달러를 사야하는 주체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라 해석하시면 되겠습니다. 여기에 몇 번 말씀드렸던 그 정책..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의 외환 스왑 한도가 650억 달러로 늘어났다는 뉴스까지 터져나왔죠. 이 정책들이 효과가 있다 없다는 떠나서 당국에서 현재의 외환 시장 상황에 대해 상당히 신경을 쓴다는 점을 시장에 알린 겁니다. 시그널링이라고 보시면 되겠죠. 다만 이 정도 정책 패키지에 기존에는 외환 시장이 안정을 찾곤 했는데 지금은 쉽사리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환율이 뛰면서 외환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게 되면… 한국은행 입장에서도 고민이 깊어지게 되겠죠. 지난 10월 금리 인하 당시에는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부동산 가격 앙등 및 가계 부채 급증으로 대변되는 금융 안정 리스크를 일정 수준 헤지한 이후 금리 인하를 단행했습니다. 11월 금리 인하 직전에는 트럼프 트레이드로 인해 달러가 초강세를 보이는 가운데에 한은과 국민연금 외환 스왑 등의 정책으로 환율이 1400원 선에서 안정되는 것을 확인하고 금리 인하를 단행했던 바 있습니다. 한은 총재 코멘트 중에 환율의 레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변동성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지금처럼 어느 레벨에서건 안정이 되지 않으면 그런 변동성을 더 키울 수 있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 부담, 그리고 추경 등을 감안한 국채 시장의 불확실성, 그리고 환율 급등으로 인한 기준금리 인하 기대의 희석… 이 세가지 정도가 이번 주 국내 국고채 금리 급등을 이끌고 있죠. 올라버린 환율과 높아진 금리는 주식 시장에도 부담 요인이 될 겁니다. 코스피 지수는 재차 하락하면서 2400대 초반에서 헤매고 있는 모습입니다. 주가, 채권, 그리고 통화(원화)까지 모두 약세를 보이는 트리플 약세 국면… 빠른 해소가 되기를 기원해봅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이게 해소가 되겠냐.. 지금의 달러 강세가 풀릴 이유가 있느냐라는 반문을 참 많이 받곤 하죠. 네.. 사방팔방 전후좌우를 아무리 살펴도 달러 초강세가 풀릴 이유를 찾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글쎄요.. 다들 과거를 말씀드리면… 그 때는 쉬웠고 지금은 그 때보다 훨 어렵다는 얘기를 당연히 하실 듯 한데요… 2022년 10월에도 환율이 1450원 가까이 뛰어오를 때.. 국내에서는 레고랜드 사태로.. 그리고 해외에서는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 금리 인상과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고… 물가가 뛰기에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커질 때… 그 때의 분위기가 생각나네요..
당시에는 어떻게 환율의 상승 기세를 꺾었을까요? 2022년 1월 1190원 수준이었던 환율이 10개월 내내 오르면서… 1445원까지… 그 기세란 정말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외환 시장에는 펀더멘털 요인과 함께 심리적인 요인이 함께 가세를 하곤 하죠. 달러가 오를 것 같으면 달러를 더 사들이는 효과가 생기곤 하는 겁니다. 보통 가격이 뛰면 비싸니까 주춤하는게 아니라.. 가격이 뛰어도 오늘이 가장 싸다는 생각을 하면 미래의 수요를 현재로 당겨오게 되는 것이죠. 수요가 폭발하게 되면 달러를 팔려는 사람들은 바로 숨어버리게 됩니다. 수요는 폭발하고 공급이 숨으면 당연히 달러원 환율이 수직 상승하게 되겠죠. 환율의 상승을 가리키는 펀더멘털 요인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가수요까지 붙으면서.. 그리고 달러에 대한 투기 수요까지 붙으면서 외환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펀더멘털을 뒤집어 엎는 것은 참 어렵겠지만… 투기 수요는 안정을 시킬 수 있겠죠. 그 계기를 찾아야 하는데.. 그 마저도 참 어렵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참고로 2022년 10월에는 어떻게 그 방향을 되감았을까요? 당시에는 미국의 과격한 금리 인상이 달러 초강세의 원인이었는데요… 그 즈음에 있었던 G20 재무장관 회의가 가장 큰 변곡점이 되어주었죠. 달러의 초강세가 미국에게도 결!코! 좋은 것이 아니라는 얘기.. 이 흐름이 이어지게 되면 미국 경제에도 상당한 충격으로 남을 수 있다는 데 공감했던 연준이었구요.. 당시 22년 11월 FOMC에서 쌩뚱맞게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들어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부터 달러 강세의 압력이 완화되자 다른 국가들의 외환 시장 안정책도 효과를 크게 발휘했었죠. 당시 1445원을 기록했던 환율이 크게 하락하면서 2개월 만에 1216원까지 빠졌던 바 있습니다.
그 때와 지금은 다르다.. 동의합니다. 같을 수는 없죠. 다만 환율 상승의 원인이나 펀더멘털 등은 다르지만… 그 기저에는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존재하구요.. 그 심리는요… 인류 역사를 통틀어 바뀐 적이 없습니다. 그 심리의 이름은 바로 “탐욕과 공포”죠. 그 계기를 찾을 수 있으면 되는데요… 국내 요인으로는 정정 불안의 완화가.. 그리고 대외 요인으로는 압도적인 달러 강세가 미국 경제에도 좋지 않음을 그들이 인식해주는 것… 그리고 관세를 대비해서 무제한 환율 전쟁을 벌이는 미국 이외 국가들 역시 그 정도를 조절해주는 것… 국제 공조에서 이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어렵네요… 주말 에세이에서 보다 내용 이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