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이하 BofA)가 인공지능(AI)에 40억 달러라는 거액을 투자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이하 BofA)가 인공지능(AI)에 40억 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하며 금융권 AI 혁신의 선두에 나서고 있다. 이는 BofA의 연간 기술 예산 130억 달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AI가 단순히 유행어가 아니라 은행 운영과 고객 경험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소비자 중심 AI: 에리카의 성공과 확장
BofA는 7년 전 소비자용 챗봇 ‘에리카(Erica)’를 출시하며 AI 도입의 첫발을 내디뎠다. 현재 에리카는 2,000만 명의 활성 사용자를 보유하며 25억 건 이상의 상호작용을 처리했다. 이는 단순한 챗봇을 넘어 고객의 금융 관리(예: 계좌 조회, 지출 분석, 결제 알림 등)를 돕는 강력한 도구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특히 2024년 에리카와 관련 서비스(‘애스크메릴’, ‘애스크프라이빗뱅킹’)는 2,300만 건의 상호작용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00만 건 이상 증가했다. 이는 고객들이 AI 기반 서비스에 익숙해지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리카의 성공 요인은 개인화와 접근성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이번 달 지출이 어땠어?”라고 물으면 에리카는 즉시 소비 패턴을 분석해 구체적인 답변을 제공한다. 이는 고객 경험을 개선할 뿐 아니라, 은행 입장에서는 콜센터나 지점 방문 같은 전통적인 고객 서비스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낸다. 한국의 은행들, 예컨대 신한은행이나 국민은행도 챗봇 서비스를 운영하지만, BofA의 에리카처럼 대규모 사용자 기반과 상호작용 데이터를 활용한 사례는 아직 드물다. 이는 한국 은행들이 AI 투자를 확대할 때 참고할 만한 모델이다.
기업용 AI: 내부 효율성의 게임체인저
BofA의 AI 투자는 소비자 서비스를 넘어 기업 내부 운영에서도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다음은 주요 성과들이다.
내부 지원(IT): ‘직원용 에리카’는 21만 3,000명 직원의 90% 이상이 사용하는 내부 AI 챗봇이다. 이 도구는 IT 헬프데스크 요청을 50% 이상 줄였다. 예를 들어, 직원이 “비밀번호 재설정 방법”이나 “소프트웨어 오류 해결” 같은 질문을 던지면 AI가 즉시 답변하거나 자동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이는 IT 부서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직원들이 본업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한국의 대형 은행들도 유사한 내부 AI 도구를 도입 중이지만, BofA처럼 전 직원의 90% 이상이 사용하는 수준의 보급률은 아직 달성하지 못했다.
개발자 생산성: BofA는 생성형 AI 코딩 어시스턴트를 도입해 엔지니어의 생산성을 최대 20% 향상시켰다. 이는 GitHub Copilot 같은 도구를 활용해 코드 작성, 디버깅, 테스트를 자동화한 결과다. 금융권은 보안과 규제 문제로 외부 AI 도구 사용에 신중하지만, BofA는 내부용으로 커스터마이징한 AI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한국 은행들도 개발자 생산성 향상을 위해 AI 도구를 도입할 수 있지만, 데이터 보안과 규제 준수를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회의 준비: AI가 고객 미팅 자료를 자동 생성해 연간 수만 시간을 절약했다. 예를 들어, 고객의 투자 포트폴리오나 대출 상환 계획을 분석해 맞춤형 자료를 만드는 데 AI가 활용된다. 이는 직원들이 고객 대면 시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하며,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선순환을 만든다. 한국 은행의 경우, 아직 이런 수준의 AI 활용은 초기 단계로, 주로 단순 문서 정리나 데이터 조회에 머물러 있다.
고객 지원: 콜센터 상담원들은 AI 도구를 통해 고객 문의를 더 빠르게 처리하고, 개인화된 답변을 제공한다.
이는 평균 통화 시간을 단축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인다. 예를 들어, AI가 고객의 과거 거래 기록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상담원이 즉시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돕는다. 한국의 은행 콜센터도 AI 기반 CRM(고객관계관리) 시스템을 도입 중이지만, BofA처럼 통화 시간 단축과 같은 구체적 성과를 공개적으로 공유하는 사례는 적다.
리서치 접근성(세일즈&트레이딩): 세일즈와 트레이딩 팀은 BofA의 리서치와 시장 업데이트를 AI로 요약해 빠르게 활용한다. 이는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AI가 특정 주식의 최근 동향이나 시장 보고서를 요약해 트레이더에게 제공하면, 이를 바탕으로 즉각적인 매매 전략을 세울 수 있다. 한국의 증권사나 은행 트레이딩 팀도 유사한 AI 도구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는 주로 외부 데이터 제공업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 맥락과 경쟁
BofA의 AI 투자 규모와 성과는 금융권 전반의 트렌드를 반영한다.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시티그룹 같은 경쟁 은행들도 AI 도구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BofA는 투명한 데이터 공개와 측정 가능한 결과로 차별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IT 지원 수요 50% 감소, 개발자 생산성 20% 향상, 고객 만족도 개선 같은 수치는 AI가 단순한 기술적 실험이 아니라 실질적인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금융권도 AI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은 AI 기반 신용평가 모델을, 하나은행은 챗봇과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를 도입했다. 하지만 BofA처럼 전사적 차원에서 AI를 통합하고, 그 결과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는 한국 은행들이 AI 전략을 수립할 때 데이터 기반 성과 관리와 투명성을 강화해야 함을 시사한다.
한계와 과제
BofA의 AI 투자 성과는 인상적이지만, 몇 가지 한계도 있다. 첫째, 금융권의 생성형 AI는 아직 초기 단계다. 현재의 성과는 주로 단순 작업 자동화나 데이터 요약에 집중되어 있으며, 복잡한 의사결정(예: 대규모 투자 판단, 리스크 관리)에서의 AI 활용은 제한적이다. 둘째, AI 도입에는 데이터 보안과 규제 준수라는 큰 장벽이 있다. BofA는 내부용 AI를 통해 이를 관리하지만, 한국처럼 데이터 보호법이 엄격한 환경에서는 추가적인 기술적·법적 준비가 필요하다. 셋째, AI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단기적으로 비용 부담을 늘릴 수 있다. BofA는 40억 달러를 투자하며 장기적 효율성을 기대하지만, 한국의 중소 금융기관은 이런 규모의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금융 산업의 미래
BofA의 사례는 AI가 금융 산업을 어떻게 재편할지 보여주는 예고편이다. 향후 10년간 AI는 단순한 비용 절감 도구를 넘어, 고객 맞춤형 금융 상품 설계, 실시간 리스크 관리, 심지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AI가 고객의 소비 패턴과 삶의 이벤트를 분석해 최적의 대출 상품을 제안하거나, 시장 변동성을 예측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자동 조정하는 식이다.
한국 금융권은 BofA의 사례에서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AI 투자는 단기적 비용이 아니라 장기적 경쟁력 강화로 접근해야 한다. 둘째, 소비자와 직원 모두를 위한 AI 도구를 균형 있게 개발해야 한다. 셋째, 데이터 기반 성과 측정과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한국은 고령화와 디지털 전환이라는 독특한 환경에 직면해 있어, AI를 활용한 맞춤형 금융 서비스(예: 노인 대상 자산 관리, 젊은 층 대상 투자 앱)에서 차별화된 기회를 찾을 수 있다.
결론
뱅크오브아메리카의 40억 달러 AI 투자는 금융 산업에서 AI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비즈니스 핵심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에리카를 통한 고객 경험 개선, 내부 AI로 달성한 효율성 향상, 그리고 시장 대응력 강화는 AI가 은행 운영의 모든 측면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입증한다. 한국 금융권은 BofA의 사례를 참고해 AI 전략을 강화해야 하며, 특히 데이터 보안, 규제 준수, 그리고 중소 금융기관의 현실적 제약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AI 혁신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이를 선도하는 은행이 미래 금융 시장의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