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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트럼프가 대통령이던 시절에 미국을 방문했을 때의 사진을 보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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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트럼프가 대통령이던 시절에 미국을 방문했을 때의 사진을 보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그를 설명할 때 "전직 코미디언"이라는 수식어가 떨어지지 않았던 때이고, 코미디언을 대통령으로 뽑는 나라가 어딨냐는 비웃음이 깔려있을 때였다. 게다가 미국은 리얼리티쇼 호스트를 대통령으로 뽑았으니 둘이 만난 사진을 두고 많은 사람이 웃었다.

하지만 전쟁이 일어난 이후로 젤렌스키는 대중적인 이미지만 바뀐 게 아니라 외모까지 변했다. 피로가 가득한 얼굴 때문에 나이가 들어 보이고, 무엇보다 수염을 기르고 국방색 셔츠를 입으면서 전시 지도자로 변신했다.

2.
'수염을 기른 전시 지도자'라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링컨 대통령이다. 미국의 남부 주들은 "링컨이 당선되면 연방에서 나가겠다"라고 선언했고, 그걸 실행에 옮겼다. 그런 의미에서 링컨과 젤렌스키는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대통령이 된 거나 다름없는 비운의 지도자다.

그리고 젤렌스키는 링컨과 마찬가지로 뛰어난 연설로 기억될 지도자다. 영어로 연설을 하기도 하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고, 우크라이나어로 하는 연설도 많다. 하지만 그의 연설이 뛰어난 이유는 연설문은 글로 전달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뛰어난 연설을 떠올려 보면 대부분 글로만 남아 있거나 오래된 녹음, 영상으로 남아있는 게 대부분이다. 그건 연설이라는 장르가 유행을 지났기 때문이다. 요즘 지도자들은 연설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3.
그런 "한물간" 장르를 21세기에 되살려낸 사람이 젤렌스키다. 다시는 번역을 안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다짐한 내가 이 책을 번역하자는 출판사의 제의가 오자마자 그러자고 했던 이유는 첫째, 이런 역사적인 순간에 참여하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이 있었고, 둘째, 번역을 핑계로 그의 주요 연설을 찬찬히 뜯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남들이 틀리게 번역해 놓은 걸 보면서 혀를 차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번역이 잘못되면 전부 내 책임이니까.) 하지만 중요한 작업을 맡아 놓고 게으름을 피울 것 같아서 나보다 번역을 훨씬 더 많이 하신 Angela Nuri Park 님을 끌어들이는 조건으로 하기로 했다.

누리님이 젤렌스키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는 시각이 나와 똑같다는 사실도 아주 중요했다. 그 바람에 번역 작업은 일이라기보다는 이 전쟁과 연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되었다.

구글 문서를 켜놓고 같이 작업을 하고, 그러는 중에 편집자도 참여해서 여러 명이 동시에 일을 진행하니 번역 작업은 빠르고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영국에서 책이 나온 지 몇 주 되지 않아 한국어로도 나오게 된 거다.

4.
그리고 그의 연설문을 번역하면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꼭 알고 읽었으면 하는 내용을 책 뒤에 옮긴이의 말로 넣었다. 오늘 소개하는 글은 그거다. (누구나 읽을 수 있게 열어 두었다.)

저자의 수익금은 우크라이나의 항전 자금에 기부된다고 들었기 때문에 직접 사서 읽으시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오터레터 독자들 10명에게는 출판사에서 책을 선물하겠다고 하셔서 당첨의 기회를 노려보셔도 좋을 듯. (방법은 본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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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새로운 진보를 의미할 줄 알았던 21세기에 들어선 지 22년 만에 유럽이 20세기적인 전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은 분명 비극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인류가 인간의 기본권과 민주주의, 민족 자결권에 대한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그리고 이 모든 교훈을 이해하기 쉽게 들려주는 훌륭한 연설가를 만나게 된 것은 인류에게 큰 행운이다.

무엇보다 이를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작업에 동참하게 된 것은 번역자로서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다. 공동번역자로 더 많은 작업을 하고 더없이 좋은 호흡을 맞춰주신 누리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출처 https://otterletter.com/a-message-from-ukraine/

젤렌스키의 연설문을 읽는 법

우크라이나 전쟁은 인류가 20세기로 퇴보하는 비극이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것은, 그리고 이를 이해하기 쉽게 들려주는 연설가를 만나게 된 것은 큰 행운이다.

otterlet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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