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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 어떤 사업모델을 만들어 한국에 상륙시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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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애플페이 도입에 대한 권순우의 동영상을 보다가 든 생각.

권순우기자님도 지적했듯이 지급결제서비스 그 자체로 돈을 벌기는 매우 힘들다. 특히 새로운 지급수단의 편리함이 기존 서비스에 비해 마지널한 수준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지급결제가 조금 편리해졌다고 해서 그 댓가로 별도로 수수료를 부담할 의사가 있는 소비자는 거의 없고, 또한 그 편리함 덕분에 지급결제금액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역사적으로 보면 현대의 가장 중추적인 지급결제서비스사업자(PSP)로 성장한 은행의 경우, 요구불예금이라는 편리한 지급수단을 제공하면서 등장했지만, 그 자체로 돈을 버는 것은 아니고, 지급수단의 제공(예금)과 대출 서비스를 결합함으로써 (이른바 만기변환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돈을 버는 수익모델을 만들어낸 셈이다.

삼성페이나 애플페이도 그 자체로 돈벌이가 되는 것은 아니고 자사의 폰을 더 많이 팔기 위한 수단이거나 자사의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본다.

바로 그래서 최근 **페이라는 명칭으로 등장하는 다양한 서비스들의 정체성이 궁금하다. 지급수단의 네트워크 효과 등을 생각할 때 지금 수많은 **페이가 있더라도 결국 빅테크 등이 제공하는 소수의 **페이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이들은 결국 무엇을 통해 돈을 벌게 될까?


전술했듯이 지금까지의 대표적인 PSP인 은행은 지급결제서비스를 대출과 결합하여 수익모델을 만들었는데, 이제 새로운 PSP로 등장하게 될 빅테크는 무엇으로 지급결제서비스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첫째, 그동안 은행이 걸어온 길을 반복하면서 결국 대출서비스와 결합하는 형태가 될수도 있다. 이건 결국 빅테크가 어나더 은행이 되는 경로.
둘째, 지급결제서비스의 제공을 빅테크 고유의 데이타 관련 역량과 결합함으로써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경로.

기존 은행들 입장에서 보면, 첫째 경로에 대한 대응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그냥 또다른 경쟁자의 등장일 뿐이고 이른바 공정한 경쟁(level playing field) 보장 정도면 된다. 그러나 만약 둘째의 경로라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PSP로서의 은행 경쟁력의 원천, 은행업의 고유한 비즈니스 모델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는 가능성에 직면한 셈이 된다.

규제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만약 첫째의 경로를 따른다면 빅테크 규제도 상대적으로 단순하겠지만, 둘째의 경로를 따른다면 생각해볼 것들이 더욱 많아지는데, 최근 수년간 BIS와 일부 학자들의 관심사는 둘째 경로에 있다. 빅테크가 제공하는 새로운 지급결제수단이 전혀 새로운 유형의 화폐의 등장으로 이어지면서 기존의 통화질서가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 그것이다. 전모가 잘 이해되지도 않고, 한두마디로 정리하기도 어렵지만, 중앙은행의 본원통화와 상업은행의 민간통화로 구성된 현재의 이중통화시스템 자체가 크게 변화할 것이라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CBDC의 필요성도 여기서 비롯된다.

지급수단의 혁신이 갖는 파괴력은 기존의 지급수단에 비해 얼마나 더 편리하고 새로운 것인가라는 점에서 시작될 터인데, 많이들 지적하시는 것처럼 우리의 지급결제 관련 인프라가 이미 세계 최첨단의 수준이어서 그런 탓인지, 외국 학자들의 논의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빅테크로 인한 통화시스템의 변화나 이에 따른 (리테일) CBDC의 도입 필요성에 대한 주장도 잘 이해되지 않고, 공감하기도 쉽지 않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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