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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마이크로소프트가 챗GPT로 구글의 아성을 흔들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면서 당분간 가장 흥미진진한 기업 경쟁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일단 검색엔진 Bing에 챗GPT("Chat") 메뉴가 들어갔고, Edge 브라우저에도 챗GPT를 넣어서 통합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기네 서비스를 디폴트로 만들고, 앱을 다운로드하면 대기 리스트에서 앞에 세워주겠단다. 달을 대로 달아오른 챗GPT를 사용해서 구글에게서 시장을 빼앗아 오겠다고 선언한 거다.
2.
오늘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다.
"구글은 위기를 느끼면 실수를 하는 회사"라는 거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1년에 런칭했다가 온갖 조롱과 욕을 먹고 접은 소셜네트워크 구글플러스. 페이스북이 자신의 나와바리에서 장사를 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자 "그럼 우리도 너희 판에 들어가겠다"며 구글플러스를 만들어서 진격했던 사례다.
이걸 본 저커버그는 회사에 락다운을 선언하고 구글플러스를 저지하는 총력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페이스북은 성을 지키는 데 성공했고, 구글은 "소셜미디어는 안되는 회사"라는 별명을 얻고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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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구글이 이번에는 챗GPT 대항마인 바드(Bard)를 소개하는 데모 영상에서 바드가 틀린 답을 내는 모습이 나온 것을 지적받은 후 주가가 폭락한 거다. 구글은 당황하면 실수한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왔다.
이건 성급한 결정을 내린 경영진의 문제일 수도 있고, 이런 식의 대응을 싫어하는 기업의 문화일 수도 있고, 어쩌면 (큰 틀에서, 혹은 나중에 돌아보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작은 실수에 불과할 수도 있다. 어쨌거나 모양새는 좋지 않고 계속 많은 말이 쏟아져 나온다. 현재 사내 분위기도 좋지는 않다고 한다.
구글이 구글플러스에 실패했다고 소셜에서 실패한 게 아니다. 유튜브는 잘 성장했고 나름 성공한 소셜미디어가 되었다. 물론 틱톡이 메타와 함께 구글을 위협하고 있기는 해도 말이다. 구글이 잘 하는 환경은 따로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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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오래도록 AI에 투자해온 회사다. 챗GPT가 나오기 전까지는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있다는 얘기를 항상 들었다. 사람들은 "GPT의 T(Transformer)를 만든 회사가 구글"이라는 걸 잊으면 안된다고 말한다. 챗GPT가 내놓는 황당한 답들은 웃어넘기고 바드가 내놓은 실수에만 호들갑을 떠는 건 좀 지나치다는 생각도 든다.
중요한 건 바드의 성능이 챗GPT와 비교해서 어떠냐가 아니라 구글의 경영진이 얼마나 침착하게 잘 대응하느냐일 거다. 당장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그동안 잘 준비해온 게 있는데 경쟁 회사의 제품이 뜻하지 않게 인기를 끌었다고 바지도 채 올리지 않고 화장실에서 뛰어나오다가 바닥에 엎어지는 꼴을 보여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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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기업의 경쟁이 어떻게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는 요즘 Bing에 자주 들어가고 오늘은 처음으로 Edge브라우저를 맥에 설치했다. 순전히 챗GPT가 어떻게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에 통합되는지 보고 싶어서다.
둘러본 결과는, GPT에 대하나 이 회사의 기대가 아주 크다는 것과 브라우저는 여전히 20세기 느낌이 물씬 난다는 사실이다. 일일이 말하기는 힘들지만 Bing에 들어가거나 Edge를 사용할 때마다 부모님 집에 있는 컴퓨터를 쓰는 기분이다.
사람들이 파이어폭스가 최고네, 사파리가 최고네 해도 내가 크롬을 쓰는 이유는 내 삶이 구글의 다른 서비스와 통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게 편하고,부족한 시간에 워크플로우 전부 개비하고 싶지 않고 (구글 드라이브에 적응하는 데 걸린 시간이 얼만데!) 미적으로도 그만하면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이 나만이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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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라는 말하기도 쓰기도 힘든 후진 이름이 붙게 된 것 자체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가 별 기대없이 사용자 반응을 알아보기 위한 테스트였음을 보여준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쪽도 놀란 건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하지만 일단 시장이 달아오르면 전력질주를 하는 건 당연하다. 실수는 바로 잡으면 되지만 실기(失期)는 만회할 수 없다. 이건 누구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잘 알지 않나. 그러니 이번에는 절대 놓치지 않고 달리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일단 검색을 비롯한 몇 개의 시장에서 강자의 위치에 있는 구글은 속도가 아니라 완성도로 대응해야 한다. 케이시 뉴튼의 말처럼 "제품을 늦게 내놔도 항상 제일 좋은 걸 내놓는 애플처럼" 해야 한다.
7.
어제 날이 따뜻한 바람에 운동을 평소보다 너무 열심히 했는지 초저녁에 잠이 들었다가 새벽에 깨는 바람에 긴 글을쓰게 되었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GPT에 제일 먼저 바라는 건 단순 이메일 작성이다.
나와 이메일을 주고 받아본 사람은 내 이메일이 무척 짧다는 걸 안다. 나는 개인적인 내용이 아닌 업무 메일을 받았는데 필요한 정보 이상의 인사가 들어가는 걸 무척 싫어하고 내가 그런 인사를 쓰는 것도 귀찮다. 그런데 내 메일은 짧아도 너무 짧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몇 번 있어서 고치려고 하는데 잘 안 되고 오히려 이메일 여는 걸 싫어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구글이 G메일에 GPT를 통합해주었으면 한다. (물론 메일에 들어간 GPT는 검색과 달리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건 알지만 그건 MBA 학위를 가진 직원들이 해결할 수 있을 거다.) 나처럼 이메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고, 아예 이메일 작성 자체를 두려워하는 Z세대가 일터에 들어오고 있다.
8.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가 나오면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그 기술의 final form이 어떤 모습이 될지는 알기 힘들다. 일단 내놓고 사람들의 use case를 관찰하면서 물길을 만들어주면서 오가닉한 발전을 허용해야 성공하는 기술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우리가 GPT, AI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흘러갈 할 방향이 어딘지는, 혹은 어디가 되어야 하는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한다. 창작을 대신해주는 도구가 아니라, "개인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라는 거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만들어낸 각종 서비스가 우리의 시간을 절약해주는 것처럼, 중국과 인도에 힘든 일을 넘긴 미국인들이 부가가치가 높은 노동만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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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힘이 세고 빠른 로봇이 공장을 자동화하는 모습을 봤고, 물류를 자동화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로봇, 즉 AI가 우리의 지적인 작업을 자동화하는 건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서 뭘 AI에 넘겨야 하고, 뭘 넘기면 안 되는지 아직 잘 모른다. 그래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거다.
아마도 최악의 형태는 스크립트와 SEO 기사를 써달라고 하는 것일 거다. 어차피 쓰레기와 공해같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업종이니 비용 절감의 방법으로 사용할 거다. 최고의 형태는? AI를 자신의 워크플로우와 완벽하게 통합해 자신의 지적인 생산량을 몇 배로 증가시키는 수퍼 생산자가 될 거다.
AI를 도구 이상의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지금도 별볼일 없는 사람이고 미래에도 그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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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진검승부가 시작되었네요
둘중 하나 고르라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로운 영역의 사업이 되는거라
매출과 영업이익 상승에 큰 도움이 될듯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