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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잇따른 발사, 전술핵 탑재 무기라고 주장하는 600㎜ 초대형방사포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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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제한 따윈 없다”…바짝 다가온 ‘공포의 균형’, 한국 대응할 수 있나 / / 세계일보 [박수찬의 軍]  2023-02-25

6차례에 걸친 핵실험, 화성-14·15·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잇따른 발사, 전술핵 탑재 무기라고 주장하는 600㎜ 초대형방사포 발사. 공식적으로는 인정하지 않지만,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가는 길을 착실하게 닦아왔고, 목표 달성을 눈앞에 뒀다는 점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한미가 22∼23일 미국서 확장억제 운용연습(DSC TTX)을 실시하고, 다음달 진행될 연합훈련에서 북한 핵사용 시나리오를 적용하는 것도 이같은 문제를 더는 미룰 수 없는 절박함이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30여 종류의 미사일을 만들어 핵 투발 수단을 갖췄다고 주장하는 북한. 한미는 비핵화를 거론하기에 앞서 북한 미사일이 핵탄두를 탑재한 채 지상 표적을 타격할 수 있을지, 북한이 어떤 작전계획을 적용해 미사일을 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북한 ICBM, 미 본토 타격 가능할까

북한의 핵전략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독특하다. 기존 핵보유국의 전략을 종합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략핵과 전술핵을 함께 앞세우며 한국과 미국을 동시에 압박하려는 의도도 드러낸다.

ICBM을 쏘면서 미국을 위협하는 것은 미 본토에 대한 핵 응징억제를 의미한다. 최근 600㎜ 초대형방사포를 쏘면서 한국 공군기지에 대한 전술핵 위협을 주장한 부분은 한미 공군을 무력화하겠다는 핵 거부억제에 가깝다. 핵 운용능력이 있다면서 23일 발사했던 전략순항미사일은 한·일을 겨냥한 반격 전력의 일부로서 응징억제로 분류될 수 있다.

북한의 응징억제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ICBM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 낙하하는 ICBM 비행체와 탄두가 대기와의 마찰에서 발생하는 높은 공기저항과 열을 이겨내고 표적으로 향하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군 당국은 “북한은 ICBM 비행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재진입 기술은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ICBM 고각 발사 대신 정상 각도로 최대 사거리 발사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은 “갖고 있다” “아니다”로 엇갈린다.

재진입 기술 보유나 검증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북한 화성-15형은 먼 거리를 비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화성-15형의 정상 각도 발사도 충분히 가능하다.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화성-15형이 비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미국에는 상당한 위협이다. 북한 입장에선 재진입 기술 검증에 관계 없이 미국의 행동과 전략에 영향을 미칠 카드를 얻게 된다. 이것만으로도 전략적 이익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이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실전투입을 염두에 둔다고 해도 기술적 난이도는 어느 정도 해결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30여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개발 및 제작한 경험을 갖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와 중국 등에서 밀반입한 기술과 자료, 냉전 시절 옛소련의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사례를 종합하면 어느 정도의 신뢰성을 계산할 수 있는 재진입체와 ICBM 개발이 가능하다.

특히 옛소련이 1960년대 개발했던 UR-100과 파생형처럼 초창기 ICBM 기술 개념을 북한이 적용했다면, 효율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위협적인 ICBM 개발이 가능하다.

재진입체의 경우 현재는 원뿔 형태를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초창기 ICBM이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에는 뭉툭한 형태의 재진입체가 쓰였다.

원뿔형 재진입체 제작과 비행시험이 불가능한 북한으로서는 미·소 핵 경쟁 초기에 사용됐던 재진입체 기술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뭉툭한 형태의 재진입체는 공기밀도가 적은 고고도에서 급속히 감속하고, 공기밀도가 높은 고도에서는 열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속도가 떨어진다. 이는 재진입체 내부를 보호하는 것을 쉽게 한다.

ICBM 화성-15형의 탄두 부분. 뭉툭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조선중앙TV·뉴시스
정확도가 원뿔형보다 낮고 요격미사일에 파괴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나 미군 방공망이 본토 전역을 ICBM으로부터 보호하기가 쉽지 않고, 뉴욕 등 면적이 넓은 대도시 상공에서 폭발시킬 때는 높은 수준의 정밀도가 요구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이같은 형태를 지닌 재진입체는 구리-스테인리스 등의 금속을 사용해 열차폐막을 만든다. 하지만 중량이 무거워 로켓 추력이 강해야 한다. 북한 ICBM이 점점 대형화되는 이유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다만 ‘괴물 ICBM’으로 불리는 화성-17형의 성능과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시험발사를 통해 신뢰성을 증명한 화성-15형을 앞세울 확률이 높다.

북한에서 미 본토로 날아가는 화성-15형은 한국에도 고민거리다. 동맹 관계를 고려해서 미국을 도와야 하지만, 어디까지 역할을 할 것인지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두고 한미 동맹이 유사시 미사일방어작전 관할 등을 사전에 협의해서 논란의 소지를 미리 제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사포에 전술핵 탑재”, 7차 핵실험 가능성↑

북한은 최근 미 공군 B-1B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전개에 맞서 600㎜ 초대형방사포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하며 “적 작전비행장’을 가상 조준해서 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초대형방사포가 대남 핵 공격 전술 무기라는 점을 밝혔다.

지난 23일 실시한 전략순항미사일 발사에서도 ‘치명적 핵반격능력’ ‘핵억제력의 중요 구성부분의 하나’라는 표현을 사용해 핵 투발수단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방사포와 순항미사일에 전술핵을 탑재할 만큼 핵 소형화와 경량화도 달성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공군기지 등을 무력화하겠다는 거부억제 전략을 구사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600㎜ 초대형방사포와 전략순항미사일에 전술핵탄두와 기폭장치, 유도장치 등을 장착하려면 전술핵의 크기는 400~450㎜ 정도로 소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북한의 핵 소형화와 경량화 기술이 초대형방사포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을까. 북한은 6차례에 걸친 핵실험과 시뮬레이션, 중국·러시아 등에서 반입한 기술과 연구자료 등을 통해 초대형방사포와 순항미사일에 탑재할 전술핵탄두를 제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과 러시아의 사례를 참고하면, 이론적으로는 새로 만든 전술핵탄두의 신뢰성을 계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7년 9월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면서 핵탄두를 보며 지시를 내리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다만 전술핵탄두가 제대로 작동할 것인지는 또다른 문제다. 전술핵탄두는 전략핵무기와는 제작 방법 등에서 차원이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외형이 큰 전략핵탄두는 내장된 물질의 일부만 사용해도 충분한 양의 핵에너지를 내뿜는다. 하지만 탄두 안의 물질이 적은 전술핵탄두는 에너지 효율을 높여야 위력을 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핵탄두 내부 구성 등을 재설정해야 한다. 전술핵탄두는 전략핵탄두보다 크기가 작으므로 기폭장치나 유도장치 등도 보다 컴펙트하게 제작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설정과 기술이 적용된 전술핵탄두의 신뢰성을 확인하려면 핵실험이 필수다. 핵실험을 통해 기술적 개선점을 확인하면서 성능개량을 지속해야 전시에 사용 가능한 전술핵탄두를 만들 수 있다.

1950~1960년대 미국이 다수의 핵실험을 실시한 것도 핵탄두의 내부 구성과 탑재 장치의 신뢰성을 검증하고 개량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현대에서는 전자기술의 발달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도 핵실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이 실제 실험을 100% 대체하기는 어렵다.

ICBM 화성-17형이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서서히 수직으로 기립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난해부터 거론됐던 북한의 제7차 핵실험이 새롭게 설계되어 만들어진 소형화·경량화된 핵탄두를 실제 핵폭발시켜 설계 및 계산대로 작동되는지를 검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군 관계자는 “(초대형방사포에 핵을 탑재하려면) 추가 핵실험이 필요하지 않겠나 평가한다”며 “그만큼 직경과 중량을 소형화해야 하는데 그 기술을 달성했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핵무장한 북한. 수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그런 시나리오가 최근 들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부터 워싱턴에 이르는 태평양으로 핵 타격 범위에 넣고 있는 북한의 행보는 위태롭기 짝이 없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 한국은 미국, 일본과의 협력을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북한 미사일 위협 구조가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한미일 3국간 명확한 역할 분담과 협력 체계를 사전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유사시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 핵전력의 실체와 전략, 기술을 면밀하게 살피는 것이 급선무다. 북한과 같은 말을 쓰는 한국은 미국, 일본보다 북한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이 북한에 대한 연구와 정보수집을 주도한다면, 북한 위협 대응을 보다 밀도있게 진행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군과 정부의 전향적 태도가 필수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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