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펌) 🧠 [뇌의 화학] 사랑에 관하여(III): 사랑의 화학 ② (옥시토신 발견)
처음 몇 주 ~ 몇 달 동안 부부관계는 뜨겁다. 나의 경우 늘 제이미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고, 내 전화에 그의 이름이 뜰 때나 편지에 적힌 그의 손글씨를 볼 때마다 전율을 느꼈던 것을 생생히 기억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최초의 강박관념은 ‘그에 못지 않게 훌륭하기는 하지만, 좀 다른 것’으로 변화한다. 이 단계에서, 부부관계는 장기간(경우에 따라서는 부부의 남은 생애 동안) 지속될 수 있는 장기적인 유대관계long-term bonding phase에 진입한다. 이 단계와 이를 추동하는 뇌 화학물질ㅡ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옥시토신ㅡ을 이해하려면 전혀 그럴 법하지 않은 곳, 즉 중세 프랑스의 시골에서 시작해야 한다.
▶ 프랑스 남부의 한 마을들과 중부 유럽 전역의 많은 유사한 마을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잇따라 이상한 증상을 보였는데 그 원인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발작과 근육 경련으로 고통 받았고. 다른 사람들은 극심한 사지통에 시달렸다. 이 증상은 ‘거룩한 불holy fire’*이라는 신비로운 이름을 얻었다.
이 질병이 수세기 동안 널리 퍼진 1600년대 후반, 튀리에 박사Dr Thuillier라는 프랑스 의사는 이 질병의 발병 패턴이 다른 전염병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가족 중에서 한 명만 병에 걸리는 것으로 보건대 전염성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고, 혼잡하고 불결한 도시보다 시골에서 더 흔했다. 그리고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만 괴롭히고, 부자들은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는 것 같았다. 이로 인해, 튀리에는 그것이 환경 속의 뭔가에 의해 야기된 게 틀림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알고 보니, 범인은 마을을 빵과 맥주로 가득 채운 호밀rye이었다. 질병이 퍼진 마을의 곡물 상점은 맥각ergot이라는 균류fungus에 감염되어, (마을 사람들이 겪는 온갖 증상을 유발하는) 다양한 화합물을 생성했다. 그리고 그들은 혼자가 아니었다. 일부 역사가들은 고대 그리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맥각 중독 사례에 대한 증거가 있다고 믿으며, 심지어 맥각이 세일럼 마녀 재판Salem witch trial**의 원인일 수 있다고 제안하는 역사가들도 있다. 왜냐하면 “마녀”의 증상이 맥각 중독ergot poisoning 증상과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맥각은 이러한 극적인 중독 증상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민간에서 오랫동안 약으로 사용되었다. 처음에는 연금술사들에 의해 이용되었고, 다음에는 산파들에 의해 분만 촉진제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이 균류가 생성하는 화합물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은 위험천만한 관행이었다.
비디오 빨리감기를 통해 1904년으로 재빨리 이동하여, 런던의 버로스 웰컴Burroughs Wellcome 연구소에서 일하던 젊은 과학자 헨리 데일Henry Dale을 만나 보자. 그는 ‘맥각에서 자궁을 수축시키는 화합물을 찾으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그 화합물을 분리함으로써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출산 보조제를 생산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이 아이디어에 열광하지는 않았지만, 데일은 화학자 조지 바거George Barger와 함께 실험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힘을 합쳐, 균류에 의해 생성된 화학물질 혼합물에서 에르고톡신ergotoxin으로 알려진 화합물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슬프게도, 그것은 맥각 혼합물 전체보다 덜 효과적인 데다 심각한 부작용까지 초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데일은 연구를 계속하면서 혼합물에서 혈관을 확장시키는 물질을 발견했고, 그것은 나중에 신경계에서 가장 중요한 분자 중 하나인 아세틸콜린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1936년 그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것은 바로 이 발견이었다.
그러나 우리 이야기의 핵심인 맥각에 대한 그의 연구에서, 아세틸콜린은 부수적인 발견에 불과했다. 맥각이 다양한 다른 물질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살펴보던 중, 데일은 소의 뇌하수체pituitary gland에서 추출한 물질이 임신한 고양이의 자궁을 수축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이 물질을 옥시토신ocytocin이라고 불렀는데, 어원을 살펴보면 '빠른 분만'을 뜻하는 그리스어 단어에서 유래한다.
연구의 초점이 ‘맥각과 그 효과’였기에 대충 언급하고 넘어갔지만, 옥시토신 발견은 엄청나게 중요한 사건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일한 뇌하수체 추출물을 어미 염소에게 주사하면 젖 생산량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는 1940년대에 와서야 확인되었고, 관련 호르몬이 분리되고 특징이 밝혀지는 데 수십 년이 더 걸렸다.
바통을 이어받은 사람은 빈센트 뒤 비뇨Vincent du Vigneaud였다. 1920년대 초, 뒤 비뇨는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생화학을 공부하던 중 인슐린 발견에 관한 강의를 듣고 귀가 번쩍였다. 이로 인해 뒤 비뇨는 인슐린 연구 경력을 쌓았고, 이윽고 데일이 연구해 온 뇌하수체 추출물을 조사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추출물에서 바소프레신과 옥시토신이라는 두 가지 호르몬을 어렵사리 동정했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페니실린 때문에 연구를 잠시 중단한 후, 뒤 비뇨는 1953년 실험실에서 옥시토신을 세계 최초로 합성했다. 이 업적으로 그는 1955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일단 합성되자, 옥시토신은 의학계에 선풍을 일으켰다. 테스트 결과 합성 버전은 천연 옥시토신과 구별할 수 없었고, 만삭 여성의 분만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산모의 유즙乳汁 분비를 유도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써 옥시토신이 출산과 수유lactation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오늘날 ‘분만 초기에 옥시토신 수치가 상승하여, 자궁 수축을 유발함으로써 아기를 밀어낸다’는 것은 상식이 되었다. 출산 후에는 옥시토신 수치가 높게 유지되어, 태반을 배출하고 자궁을 수축시켜 출혈을 줄인다. 모유 수유 중에 옥시토신은 모유 분출을 도우며 아기가 젖을 빨 때 방출된다. 그러나 옥시토신이 이러한 단순한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한 부부 과학자와 그들의 염소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 나중에 증상 치료에 성공한 승려들의 명령에 따라 ‘성 안토니오의 불St Anthony’s fire’로 이름이 바뀌었다.
** 마녀 재판에 대해서는 아래 두 번째 댓글을 참고하라.
*** 이 아이디어는 1976년 린다 카포라엘Linnda Caporael에 의해 처음 제안되었지만 이후 많은 논쟁의 대상이 되었으며, 오늘날에도 마녀의 증상을 완전히 설명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