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펌) 중국 성장률 둔화로 피크 차이나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지난 40년간 평균 9.4% 성장했으며 올해 5%만 성장해도 상당한 성장률이다.
이제 중국은 코끼리처럼 몸집이 커져서 빨리 뛰진 못하지만 느리게 뛰어도 땅이 울린다.
미국의 대중 기술 제재, 시진핑 장기집권으로 인한 국가매력도 감소 등이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을 제약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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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코끼리'가 된 중국…'피크 차이나'론은 맞을까 [차이나는 중국]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023년 세계대전망'에서 중국의 성장이 정점에 달했다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론을 제기하면서 피크 차이나에 대한 논의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5일 리커창 중국 총리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치로 시장 기대에 다소 못 미치는 5% 안팎을 제시한 것도 피크 차이나 논의에 불을 지폈다.
시계바늘을 2000년대로 돌려보면 당시 중국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말은 '바오빠(保八·8% 성장 유지)'였다. 당시 총리인 원자바오가 중국 TV에 나올 때면 항상 '바오빠'를 달성하자고 강조하던 게 기억난다.
그런데 말로만 바오빠였지, 그 무렵 중국 경제 성장률은 줄곧 10%를 초과했다. 2007년 중국은 무려 14.2% 성장하며 피크를 찍었으며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 점차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 후 중국 성장률은 2010년 초반 7%대, 2010년대 후반 6%대로 내려왔고, 지난해에는 성장률 목표치로 5.5% 안팎을 제시했으나 제로 코로나 여파로 불과 3% 성장하는 데 그쳤다.
1. 40년간 평균 9.4% 성장한 중국 경제
이번 양회에서 중국이 1994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면서 중국 경제 비관론이 커지고 있지만, 시간의 길이를 늘려보면 모습이 달라진다. 중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건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선언한 이후부터다. 작년말 손밍춘 하이통(海通)증권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40년간 중국 경제의 평균 성장률이 9.4%라고 말한 것처럼 중국 경제는 초장기간 고속 성장을 지속해왔다.
특히 최근 20년 간 중국 경제는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2002년 12조2000억 위안에서 2022년 121조 위안(약 2경2390조원)으로 무려 10배 커졌다. 같은 기간 한국 GDP가 약 784조원에서 2150조원으로 약 2.7배, 미국 GDP가 10조9300억 달러에서 25조4600억 달러로 약 2.3배 커진 걸 보면 중국 GDP가 얼마나 빠르게 증가했는지 알 수 있다.
3% 성장에 그친 지난해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서비스업 중심인 3차 산업의 타격이 컸다. 2022년 중국 GDP에서 농림수산업 등 1차 산업 비중은 7.3%를 기록하는 등 평년 수준을 유지했다. 변화가 큰 건 2·3차 산업이다. 제조업·건설업 등 2차 산업 비중은 39.9%로 코로나19 발생전인 2019년(38.6%) 대비 1.3%포인트 늘어난 반면, 도소매업·서비스업 등 3차 산업 비중은 52.8%로 2019년(54.3%) 대비 1.5%포인트 줄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펼치며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한 여파로 요식업·관광업 등 서비스업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여객운송총량은 연인원 55억9000만명으로 전년 대비 32.7% 급감했으며 특히 항공여객 운송량은 연인원 2억5000만명으로 42.9%나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올해 춘제 연휴 기간(1월21~27일) 중국 국내 관광객 수가 3억800만명으로 전년 대비 23.1% 늘고 관광업 수입은 3758억4300만 위안(약 69조5300억원)으로 30% 증가한 걸 보면 올해 중국 국내관광이 상당한 수준으로 회복되며 성장률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 운용 기조로 소비 회복 및 확대를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성장률 목표치인 5% 안팎은 골드만삭스(6.5%), 모건스탠리(5.7%), 국제통화기금(5.2%)보다 낮은 수치로 중국 정부가 달성가능성이 높은, 보수적인 목표치를 제시했음이 드러난다.
2. 경제 성장보다 중요한 1200만개의 일자리 창출
사실 중국 정부에게 경제 성장보다 중요한 과제는 일자리 창출이다. 실업률이 상승하면 중국 정부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늘어나면서 체제의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양회에서 중국은 올해 도시지역 조사실업률을 5.5% 안팎으로 유지하고 신규 일자리 1200만명을 목표로 내세웠다. 지난해보다 100만명 늘어난 수치다.
최근 5년간 중국 도시지역 신규 일자리는 2019년 1352만명에서 코로나19 발생 후인 2020년에는 1186만명, 2021년 1269만명, 2022년 1206만명으로 소폭 감소 추세가 유지됐다. 또 지난해 중국 경제 성장률은 목표치(약 5.5%)에 못 미쳤지만, 신규 일자리(1206만명)는 목표치(1100만명)를 초과 달성했다. 중국 정부가 신규 일자리 창출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중국 대학졸업생이 사상 최대 규모인 1158만명에 달하는 점도 신규 일자리 창출의 중요도를 높이는 요소다. 최근 중국 경제 성장률 1%의 고용유발계수가 약 22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성장률이 5%을 소폭 초과하기만 해도 신규 일자리 1200만명 목표는 달성이 가능해 보인다.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에도 신규 일자리수가 유지되는 이유는 중국 경제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2010년초 중국 GDP가 약 50조 위안 수준일 때는 10% 성장해야 GDP가 5조 위안 늘었지만, 120조 위안 이상인 지금은 5%만 성장해도 6조 위안이 증가한다. 중국이 8% 이상의 고속 성장에서 6%대 중속, 심지어 4% 중저속 성장 구간에 진입한다 해도 매년 증가하는 중국 경제 규모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
날쌘 토끼에서 육중한 코끼리로 변모한 중국의 달리기 속도가 느려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피크 차이나를 언급하는 건 일러 보인다. 코끼리는 느리게 달려도 육중한 무게감을 과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