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 크레딧 관점에서 SVB사태에 숟가락 얹기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SVB의 최초 신용등급을 2018년 3월에 A2(A0)로 평가*하고 이를 쭉 유지하다가 2023년 3월 8일에서야 Baa1(BBB+)로 2단계 하향했다. 불과 이틀 후인 3월 10일 은행이 폐쇄되자 사실상 부도에 준하는 C 등급으로 떨어트리게 된다.
* 무디스는 40여년이라는 적지않은 역사 속 VC, PE와의 오랜 관계, 해당부문에 대한 전문성과 더불어 우수한 유동성 대응력(strong liquidity profile)을 강점으로 서술하였다. 참고로 이 은행에 부여했던 A0등급은 미국은행들 신용등급의 중앙값(A-)보다 1단계 높은 수준이다.
폐쇄되기 이틀 전까지 BBB+라는 양호한 등급(참고로 현대차, 포스코, GS칼텍스 등 국내에서 최상위 신용도(AA+)를 보유한 기업들의 글로벌 신용등급이 BBB+)을 부여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비웃음을 살만하지만, 이틀간 예치된 예금의 25% 가량이 인출*된다는 것은 상상밖의 범위이다. 만약 다른 은행들도 이런 가정을 반영한다면 대부분 신용등급이 대폭 강등될 일이다.
* SVB(Silicon Valley Bank) 뱅크런과 폐쇄 사태 관련, 이미 권승준 에디터님께서 발빠르게 유익한 글들을 포스팅해 주셨으니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
링크: https://alook.so/posts/PvteBEX
신용평가 관점에서 공포스러운 지점은 다음과 같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SVB의 주요 재무지표를 살펴보면,
- 자본적정성 및 자산건전성은 개선
- 수익성 지표는 양호
- 유동성 자산비중은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
은행 평가 지표들만 보면 이 은행은 이미 건전한 와중에 갈수록 더 좋아졌다.
다만, 선수라면 이 부분을 리스크로 지적해야 할 텐데, 총자산이 2020~2021년에 급증하였다는 것이다. 초저금리 시절인 2020~2021년에 예수금이 크게 늘어난 결과, 이 은행으로서는 2020~2021년에 채권을 많이 살 수밖에 없었다고 보인다. 흔히 대표적인 자본적정성 지표로 거론되는 BIS비율은 “자기자본/위험가중자산”이다. 자산에 대한 위험가중치가 현금과 국채는 0%, 일반대출의 경우 담보와 신용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략 100% 내외로 예상하면 된다. 그러니 밀려드는 예금을 기반으로 대출보다는 국채투자를 확대하는게 자본적정성을 개선하는 일이다.
장기물을 편입한 탓에 장단기 미스매칭과 손실확대 문제가 거론되는데, 미국채 10년물은 유동성이 가장 좋은 채권이며 기관투자자들은 만기까지 보유할 생각으로 10년물을 매수하지 않는다. 즉, 만기가 불일치하더라도 미국채 10년물은 언제라도 현금화할수 있는, 말 그대로 ‘고유동성자산’인 것이다. 고로 국채 투자를 많이 했다는 것 자체는 이 은행만의 ‘잘못’으로 비난하긴 어렵고 바젤3가 그토록 중시하는 자본적정성과 유동성 관점에서는 칭찬할 일이다.(자료를 좀더 살펴보니 SVB의 경우 만기 10년 이상은 국채가 아닌 MBS에 주로 투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손실을 초래하고 폐쇄까지 이르렀으니, 은행에 대한 규제는 쓸모없던 것이라고 허탈해야 할까? 당장 저 은행에 25만달러(미예금보험공사가 보장하는 예금한도) 이상의 자금이 묶인 예금주들은 통탄할 노릇이겠지만, 이 은행이 국채투자 비중이 높았던 것은 청산 가치를 높이는데 분명히 장점으로 작용한다. LCR 100% 정도의 규제로는 금번 뱅크런을 막기엔 턱없이 부족했지만, 이틀간 예금의 25%가 인출될 가능성을 감안하고 은행을 운영해야 한다면 신용창출 역할은 꿈도 꿀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SVB 문제가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져 금융위기를 촉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비유해보고 싶다.
최근 연예인 A씨의 상습적인 마약 투약 혐의가 심각하게 보도되었는데, 이를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면 해당 연예인과 계약한 기획사, 제작사의 손해 정도로 그치겠지만, 이를 연예인 전반의 문제로 확산시켜서 염려하기 시작하면 수많은 엔터테인먼트 회사들도 곤경에 빠지게 될 것이다. 시장참여자들은 A씨 문제를 개인에 한정하여 볼 것인가, 연예계에 만연한 문제로 인식하여 공포에 사로잡힐 것인가? 개인적 의견은 전자(A씨 개인의 문제)에 가깝지만, ‘많은 이들이 후자(연예계에 만연한 문제)로 여길까봐’가 걱정스러운 지점이다.
이렇게 비유하면 마치 SVB가 형사처벌을 받을만한 잘못을 한것처럼 보일텐데, 그런 의미는 아니고 SVB의 경우는 “상당히 운이 안좋은 경우”로 판단된다. 헌데 불운의 씨앗은 다름아닌 "2020~2021년 폭발적인 자산성장"이라는 복에서 연유하니 오묘하다. 크레딧 애널리스트라면 '커다란 복'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동산PF와의 유사성에 대해서는 박선영 교수님께서 지적하셨으니 소인배는 이쯤에서 말을 아끼기로 한다.
P.S. 가장 우려되는 포인트: '...자산규모 16위 은행이 나락갔어? 내가 예금한 은행은.. 18위네? 야야 월요일에 돈 다 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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