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ㅣ 중앙일보에 〈양자경? 양쯔충? 여추껑?…오스카 품은 이 배우, 뭐라 불러야 할까〉라는 기사가 실렸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52361?fbclid=IwAR07xDNtDhr2cHKx8qNet916oXgY_m9wRDm2kw9gK-qE1IppDWq--gZZtEg#home
그의 본명 Yeoh Choo Kheng을 '여추껑'으로 적은 것이 눈에 띈다. 철자에서 발음을 약간 어긋나게 짐작한 듯하다.
Yeoh를 '여'로 적은 것은 아마도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서 '어'를 eo로 적는 것에서 착안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어식 로마자 표기인 Yeoh는 영어에서 [ˈjoʊ̯] '요'로 발음된다.
이 이름은 대만과 동남아시아에 널리 퍼진 주류 민남어 방언인 호키엔(Hokkien)어에서 왔다. 표준 중국어 성씨 張 Zhāng '장'에 해당하는 호키엔어 tioⁿ [tjɔ̃⁴⁴] '뚀'를 Teo, Teoh 등으로 적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여기서 e는 o 앞에 '이' 비슷한 활음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려는 철자이다. eo를 합쳐서 '어' 비슷한 모음을 나타내려 한 것이 아니다.
호키엔어 발음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양자경이 태어난 말레이시아 북부에서 쓰이는 호키엔어에서 楊紫瓊의 발음은 아마 Iôⁿ Chú-khêng [jɔ̃¹³.ʦu⁵³.kʰeŋ¹³] '요쭈켕'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중저모음 [ɔ]가 '어' 비슷한 소리로 인식되기는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보통 '오'로 적는다. 그러니 호키엔어 발음을 따라도 Yeoh는 '요'로 적는 것이 좋다.
호키엔어 운모 eng은 방언마다 발음이 다른데 본토인 중국 푸젠성에서는 [iə̯ŋ] 내지 [iɪ̯ŋ] 정도로 발음되지만 말레이시아 북부에서는 [eŋ]으로 발음된다. 그냥 로마자 표기 그대로 '엥'으로 읽으면 된다.
그런데 아마도 표준 중국어를 나타내는 한어 병음에서 eng이 [ɤŋ]으로 발음되어 '엉'으로 적는 것을 보고 다른 중국계 언어에서도 eng이 '엉'을 나타내는 것으로 잘못 안 것 같다.
한어 병음에서 ong [ʊŋ]을 '웅'으로 적는 것을 보고 다른 중국계 언어의 ong도 '웅'으로 오해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광둥어에서 운모 ong은 [ɔːŋ] '옹'으로 발음된다.
표준 중국어나 광둥어 등과 달리 민남어는 폐쇄음과 파찰음에서 유성음, 무성 무기음, 무성 유기음이 구별된다. ch는 무기음 [ʦ]이니 된소리 'ㅉ'으로 적고 kh는 유기음 [kʰ]이니 거센소리 'ㅋ'으로 적는 것이 알맞는데 '여추껑'에서는 이게 뒤바뀌었다. 유기음 chh [ʦʰ]는 'ㅊ'으로, 무기음 k는 'ㄲ'으로 적을 수 있다.
기사에서 지적한 것처럼 말레이시아 화교 이름을 표준 중국어 발음 Yáng Zǐqióng에 따라 '양쯔충'으로 표기하는 것은 별 근거가 없다. 이 인명은 표기가 심의된 적이 없는데 언론에서 외래어 표기법을 의식해서 표준 중국어 발음에 따른 표기를 쓰고 있는 듯하다.
양자경은 1990년대에 홍콩 영화계에서 활약하면서 한국에 알려져 한국 한자음대로 불린다. 요즘은 더이상 한자 세대가 아니라 영어 세대가 한국어 화자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으니 만약 오늘날 새로 알려지는 배우라면 영어권에서 쓰는 이름 Michelle Yeoh [mɪ.ˈʃɛl ˈjoʊ̯]에 따라 '미셸 요'로 불렸을 것이다. 하지만 '양쯔충'이라는 표준 중국어식 표기를 쓰면 한자에 익숙하든 영어에 익숙하든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표준 중국어가 아닌 다른 중국계 언어 발음 기준으로 로마자로 쓰는 인명도 억지로 표준 중국어 발음에 따라 한글로 표기하는 폐습은 끊어버릴 때도 되었다.
링크한 기사에서 쓴 한글 표기에 대해 지적질을 좀 하자면 주윤발의 전 영어 이름 Donald Chow를 '도널드 초우'라고 썼는데 여기서 Chow는 [ˈʧaʊ̯]로 발음되므로 '차우'라고 써야 한다. 이는 광둥어 성씨 周 Zau¹ [ʦɐ́u] '자우'를 영어식으로 쓴 것이다(20세기 초까지만 해도 周의 성모는 광둥어에서 [ʦ]가 아니라 [ʨ]로 발음되었기 때문에 Tsow 대신 Chow, Chau로 적었다).
표준 중국어에서는 z [ʦ]를 'ㅉ'으로, j [ʨ]를 'ㅈ'으로 적지만 광둥어에서는 이들이 더이상 대립하지 않으니 'ㅈ'으로 통일해서 적는 것이 좋다. 그러니 周潤發 Zau¹ Jeon⁶faat³ [ʦɐ́u.jɵ̀n.fāːt]은 기사에서 쓴 '짜우연팟'보다는 '자우연팟'으로 적는 것이 좋겠다. 하물며 기사에서는 장국영의 張國榮 Zoeng¹ Gwok³wing⁴ [ʦœ́ːŋ.kʷɔ̄ːk.wɪ̭ŋ]을 '정궉윙'으로 적고 있는데 周와 張의 성모는 동일하다.
오우삼의 표준 중국어 이름 Wú Yǔsēn은 '*우위선'이 아니라 '우위썬'으로 적는 것이 외래어 표기법에 맞다.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에 있는 주 이름인 Sarawak '사라왁'을 '*사사라와크'로 잘못 적었다. '사'를 겹쳐 쓴 것은 단순한 오타인 것 같은데 말레이인도네시아어의 어말 k는 받침 'ㄱ'으로 적어야 한다.
또 말레이족을 포함하여 말레이시아의 토착 민족을 이르는 이름인 Bumiputera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부미푸테라'가 아니라 '부미푸트라'로 적어야 한다. 말레이인도네시아어의 e는 [ə]로 발음될 경우 '으'로 적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말레이어 칭호 Dato' Seri는 '*다토 세리'가 아니라 '다토 스리'로 적어야 한다. 이들은 아예 Bumiputra, Dato' Sri라고 적은 철자로도 검색된다.
출처 끝소리
출처 https://www.facebook.com/100063470486841/posts/pfbid0jjSAwgFXFWutYeWMdjGETxzmaQdfWoUGppgvikm5T1fDfpCxYMpGYCeDo4JhBXaCl/?mibextid=Nif5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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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에 〈양자경? 양쯔충? 여추껑?…오스카 품은 이 배우, 뭐라 불러야 할까〉라는 기사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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