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펌 ㅣ 보수적인 월스트리트가 애써 눈감으려 하는 것이 기후변화에 따른 에너지전환이 가져오는 산업의 변화이다. 이에 대한 퍼스펙티브 없이는 세계적 변화의 축 하나를 빼고 사고하는 것과 같다.
기후변화에 따라 없어질 산업을 우리는 좌초산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암초에 걸린 배가 이익은 커녕 손해만을 안기듯이 좌초산업에서 쌓은 자본(기계, 인력 등)은 경제에 부담만 안긴다. 이를 보통 전문가들은 레거시(legacy) 산업이라 부른다. 우리가 알 수 있는 임박한 레거시 산업이 내연자동차산업과 화석연료산업이다.
이들의 운명을 보려면 먼저 간 중국의 전동화에 따른 자동차산업의 변화를 살펴보아야 한다. 올해 초부터 중국의 자동차산업은 근본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전기차 비중이 30%가 넘자 내연차의 수요가 더욱 줄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전기차 가격이 크게 떨어지자 대중의 수요를 맞춘 자동차 기업부터 문제되기 시작했는데 그 중 전기차 개발에 소홀히 한 쪽부터 수요가 급감하기 시작했다.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쪽은 일본계 기업, 토요타와 혼다이다. 독일 고급차 업체는 상대적으로 피해를 적게 보았다. 브랜드가 상류층에 주는 후광 덕이다. 이미 중국의 전기차 업체 BYD가 중국 내 제1 자동차회사가 되었다. 아마도 Tesla가 곧 중국의 제2자동차회사가 될 것이다.
그럼 레거시 화석연료 에너지산업은? 엄청난 석유와 가스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던 유럽이 그 공급이 많이 끊겼는데도 유럽과 그 후견인 미국이 대체 수입처로서 중동에 대한 배려를 별로 하지 않는다. 미국과 그 동맹국 혹은 우호국 산유국이 앞으로 줄어들 화석연료 산업에서 미국의 동맹국에서의 시장을 장악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매장량과 채굴비용을 감안하여 조절하기를 원한다. 전동화의 길이 빨라지기 때문에 석유는 보다 급격하게 수요가 줄어들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는 지난번 글 참조.)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미국은 풍부한 자국산으로 대체하여 유럽에 공급하여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누리려 한다. 세계 제2의 가스 매장국 이란과 기타 중동 천연가스 생산국을 크게 배려할 정치적 경제적 유인이 없다.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의 증가, 빌딩 및 산업열의 전기화(히트펌프)로 가스 수요도 결국 줄어든다. 그때까지의 미국의 동맹국의 수요를 미국과 그 동맹국 혹은 우호국의 가스로 메꾸려 할 것이다.
이에 대항하여 중동의 석유와 가스대국은 서로 협력할 수 밖에 없다. 자신의 가장 큰 시장이 유럽 등 미국의 동맹국이기 때문이다. 오직 중국만 예외이다. 중국의 석유 수요는 장기적으로 줄겠지만 지금 하루 1,0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하는 최대수입국이고 석유화학 산업도 거대하다. 또 에너지전환을 위해 재생에너지도 확충해야 하지만 당장 석탄을 천연가스로 상당분 대체해야 한다. 석탄은 단위 에너지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배나 되기 때문이다. 중국이 안정적으로 석유와 천연가스를 보장하기 위해서 중동의 안정이 필요하다. 특히 이란과 사우디의 평화와 협력이 중국의 보장 하에서 가능하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러면 왜 사우디는 중국의 오퍼에 화답했을까? 그것은 중국만이 이란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 석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가 중국이고 그것도 서방의 제재 하에서 수입한다. 또 중국이 이란의 천연가스를 개발하여 수입한다면 이란으로서는 경제적 어려움을 피할 수 있다. 이제 이란은 내부의 정치적 어려움 때문에 자신의 이슬람공화국 혁명을 외부에 수출하기 쉽지 않다. 이란인, 특히 젊은이가 싫어하는 반동적 종교정권을 공화국이라는 명목으로 좀 더 자유로운 군주국가의 인민이 좋아할까? 사우디는 여성인권을 신장시키고 있다.
중국이 가지고 있는 이란에 대한 레버리지가 이란의 주변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줄일 것이다. 이것이 사우디가 이번 중국 중재를 받아들인 이유이다. 경제적 안보적 이유가 겹쳤다.
그럼 OPEC+가 미국을 골탕먹이기 위해, 인플레를 가중시키기 위해 석유 공급을 막 줄이고 가격을 급격히 올릴 수 있을까?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공급 축소를 가능케 했던 중동평화에서의 중국의 후견을 깨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피해를 많이 볼 나라가 석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중국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석유 가격은 골든 트레이드오프에서 움직일 것이다. 경쟁자를 부르고 전동화를 급격히 진행시켜 중동 석유 수요를 크게 줄일 정도로 높은 가격은 아니고, 화석에너지 이후를 대비할 자금을 확보하기 힘들 정도로 낮은 가격은 아닌 상태로 유지하려 할 것이다. 그 가격이 아마도 80~90 불 사이일 것이다. 사우디가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최저 석유가가 60불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거기에서 플러스 알파로 미래를 대비하고자 할 것이다. 또 이 정도의 가격에서는 매장량이 있는데 채굴 및 생산비가 많이 드는 나라에서 장래 어느 시점에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 석유를 신규 생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