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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한 세대’를 촉발한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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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한 세대’를 촉발한 요인이 무엇인가는 참으로 당혹스럽게 하는 주제입니다. 인구감소 등 여러 가지 원인이 논의될 수 있겠지만, 저의 개인적 견해로는 그 원인이 ‘부채와 엔화의 저주’로 요약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에 찾아온 디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정부와 중앙은행은 확장적 정책에 몰두했는데요. 그 결과는 민간부문 GDP의 230%, 정부부문 GDP의 260%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부채의 급증이었습니다. 또한, 부채가 천문학적으로 많으니 금리는 계속 0% 또는 마이너스 수준으로 묶어둘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자 엔화를 빌려 미국 등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딩이 급증했습니다. 미국이 긴축사이클에 접어들 때 특히 그랬는데요. 이 때에는 경기가 좀 살아나는 듯하다 다시 미국이 완화사이클로 가면 엔화가 환류하면서 경기가 수축되기를 반복했습니다. 최근에도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 미국의 금리인상과 엔 캐리 트레이드 때문인 듯합니다. 거기에 펀더멘털적 요인도 가세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5년 미국의 금리인상기에도 엔화가 약세로 갔었는데요. 대체로 우리나라 경제와 주가도 고전했습니다. 이번 주 칼럼에서는 이와 관련해 최근 엔화 약세의 원인은 무엇이고 엔 캐리 트레이드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향후 전망에 대하여 생각해 봤습니다.

“애플 드라마 ‘파친코’를 보면 1900년대 초 우리나라의 정겨운 초가집과 아름다운 해안 풍경을 클래식한 필름으로 담아낸 압도적 영상미에 감동하게 된다. 그러나 더욱 우리의 가슴을 후벼 파는 장면은 그 안에 담긴 한국인의 지극한 가족애와 부드러우면서 강인한 심성이다.

무엇보다 주인공 선자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보이는 절절한 부성애와 가슴 아리게 하는 모성애는 나라 잃은 국민의 한(恨)과 사랑을 압축해 보여준다. 또한, 총명하고 독립성 강한 선자가 일제 순사에게 고개 숙이지 않는 자세는 인간 존엄과 민족적 자부심을 형상화한다.

그럼에도 그녀의 손자인 솔로몬이 성공하기 위해 홀로 서 있는 1980년대 후반 도쿄 금융가의 화려함과 번화함은 뉴욕 월가의 그것에 못지않아 씁쓸함을 자아낸다. 그 도쿄 한 복판이 바로 1900년대 초 한반도 식민 통치의 본산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1990년대 초까지 일본 경제의 기세는 미국을 집어삼킬 듯이 엄청났다. 세계 10대 기업과 은행의 상당 수를 일본 회사가 차지했다. 삼성이 세계 10위에도 들지 못하던 시절 세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시장 점유율의 대부분을 NEC, 도시바, 히타치와 같은 일본 기업이 가져갔다.

경상수지 흑자가 급증하면서 1980년대 중반에는 흑자 규모가 세계 2위인 일본 GDP의 4%를 넘어섰고 경제는 호황의 절정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부동산 가격도 급등하여 일왕이 거쳐하는 왕성을 팔면 미국 플로리다를 사고 도쿄의 땅 값이 북미 전체에 필적한다는 말이 횡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20세기 일본 경제 고도성장의 배경에는 일본 경제를 키워 공산권 소련에 대항하는 첨병으로 삼으려는 미국의 계산이 숨어 있었다. 미국은 글로벌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경상수지 적자를 감수하면서 일본 엔화의 약세를 용인했다.

실제로 엔·달러 환율은 1985년 초 달러당 260엔에 육박했다. 그러자 폴 볼커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강력한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고 경기침체를 거쳐 체력을 회복한 미국 대통령 레이건은 1985년 플라자 합의(Plaza Accord)를 통해 더 이상 엔화 약세를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를 기점으로 엔화 강세는 대세가 되었다. 1989년에는 엔화 환율이 플라자 합의 당시의 절반인 달러당 130엔선으로 하락했고 1995년 봄에는 84엔까지 급락했다. 엔화가 초강세를 보이자 일본 기업의 국제경쟁력도 꺾여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GDP의 2% 선으로 후퇴했다.

무엇보다 무분별한 은행 대출로 형성됐던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서 경제성장률이 급전직하했다.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에 이어 2000년대 초반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일본 경제는 성장이 정체돼 ‘잃어버린 20년’을 맞아야 했다.

흥미로운 것은 2000년 이후 물가가 거의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물가가 오르기는커녕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 오랜 기간 시달렸다. 그런데 디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보다 경제에 더 해롭다. 기다리면 물가가 내릴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 이로 인해 기업의 매출은 격감하고 투자도 따라서 부진해져 경제가 성장하지 않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지면서 안전자산으로서 엔화의 가치가 높아졌다. 그 영향으로 엔화 환율은 2012년 달러당 78엔대로 폭락했다. 그 여파로 일본 경제는 또다시 마이너스 성장으로 들어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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