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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에 채굴이 없어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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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에 채굴이 없어진다면?  

빠르게 요약을 드리면 블록체인이란 코인을 주고 받은 거래 내역을 기록해둔 공책이라 생각하면 된다. 내가 코인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이 거래 기록 전체를 더해보면 알 수 있다. 그러니 코인이란 실물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이 공책에 쓰여있는 것 자체가 내가 코인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과 동일한 것이다.
문제는 이 공책은 주인이나 관리 주체가 불분명해서 누구나 거래를 쓸 수 있는데, 그러면 자신한테 유리한 아무 거래나 써넣을 위험성이 존재하게 된다. 그래서 충분한 돈을 써서 "사전에 합의된 특정한 기행"을 부린 사람이 쓴 기록만 유효하다고 합의를 해두었다. 그리고 그 기행을 부린 사람은 공책에다 거래를 쓸 때 자기가 수수료 명목으로 새로 만들어진 코인을 받았다고 스스로 쓸 수 있다. 만약 기행을 부리고 조작을 했다가 걸리면 기행을 부리는데 들인 돈을 날릴 가능성이 있으니 조작은 안 하지 않겠나 믿는 것이다. 업계 사람들은 이 기행을 작업증명 혹은 채굴이라 부른다.

이더리움에서는 작업증명을 없애기로 했다고 한다. 대신 지분증명 방식을 도입한다고 한다. 지분증명이란 기행을 부리는 사람의 기록을 인정하는 대신에 거래 전 코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지분비율대로 새로운 거래를 인정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나는 가격을 예측하거나 미래를 명확히 알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범위에서 어떤 인자들이 앞으로 영향을 줄 것인지 고찰해보았다.

모든 폰지의 공통 구조

회계에서는 자산과 비용이라는 개념이 있다. 내가 천 만원을 주고 자동차를 샀다고 해보자. 만약 이 자동차로 내가 앞으로 10년간 배달을 해서 돈을 벌 예정이라면 이 자동차는 천 만원 혹은 그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진 자산이다. 즉 자동차를 살 때 비용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현금 자산이 자동차 자산으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 자동차로 놀러 다니다가 어디 부딪히면 폐차해야지 생각하고 샀다면 천 만원은 이미 쓴 돈, 즉 비용이다.

즉 "비용"과 "자산"의 차이는 인간이 스스로 판단하여 "분류"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복식부기를 배우신분들에게 말씀드리면 비용과 자산을 둘 다 차변에 쓸 수 밖에 것은 이런 이유다. )
폰지 사기가 역사상 무한히 반복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용과 자산은 인식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속일 수만 있다면, 이 허위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발행하거나 파는 방식으로 돈을 끌어 모을 수 있는 것이다.

예전에 폭파 되었던 옐로모바일이라는 회사도 가장 큰 이슈가 "영업권 상각"이라는 이슈였다. 자동차를 산 경우에 판단에 따라 비용이 발생하지 않은 예시처럼, 회사를 인수하면 판단에 따라 인수대금을 비용처리 하지 않고 영업권이라는 무형자산으로 잡아둘 수 있었다. 그래서 회계상 비용 없이 기업을 인수하고 매출 덩치가 불어나는 무한동력 같은 성장을 했다. 물론 상장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해당 영업권을 비용처리(상각)하지 않으면 상장을  안시켜주겠다 해서 펑 해버린 것이다. 바이오 기업들 주가도 결국 임상이 비용이었나 자산이었나 싸우는 게임이다.

 



코인 작업증명의 본질은 무엇이었나

코인은 옐로모바일과 상당히 유사한 점이 크다. 작업증명이라는 것은 그래픽 열로 이미 다 날아간 막대한 "비용" 임에도 사람들에게 이를 자산으로 인식 시킨 것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회계에서도 무언가를 구매하면 구매한 사람이 바보가 아닌 이상 돈을 낸 만큼(유입가격) 가치가 있다고 일단 가정한다. 회계 시스템도 이러한데 사람 심리는 더욱 심하다. 
어떤 사람이 엄청난 노력을 하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일단 인정해주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다. "채굴을 열심히 했으니 아마 비트코인은 채굴에 들인 돈만큼 가치가 있을 것이야" 이런 식이다. 마르크스의 노동가치설도 이런 것이다. 내가 왼쪽 돌을 오른쪽으로 하루종일 힘들게 옮겨놓았다 하더라도 그 사람의 땀과 노고를 보고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개념이고 이게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졌는지를 회고해보라.
부테린은 공돌이다. 거래처리의 효율성이 이더리움의 미래가치를 증대 시킬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이더리움이든 비트코인이든 담보 가치나 기술 가치라는 것은 하나도 없다. 코인의 가치는 기술이 얼마나 빠른가가 아니라 채굴에 들어간 "비용"을 "자산"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인식 시킬 수 있는가 하는 인식의 영역에 존재하는 것이다. 노동가치(비용)를 자산가치로 일대일로 둔갑시키려 했던 마르크스가 대중에게 소구하는데 성공했듯이 코인도 성공했을 뿐이다.
이 가정 하에서 비용(작업증명)의 볼륨이 감소하는 것은 자산으로 둔갑된 가치의 볼륨도 감소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더리움의 볼륨도 덩달아 감소할 요인이 있다.

 

 


갈수록 중앙화 된다면 깨달음의 순간이 와버릴 것

최근 코인 업계에서 나오는 지분증명 방식이나 레이어 개념을 나는 매우 흥미롭게 보고 있다. 중앙은행과 구조가 점점 닮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레이어 1이고 일금융과 정부가 레이어2 이다. 지분증명 방식은 중앙은행에서는 두 가지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로 Fed는 민간 업체다. 즉 주주가 존재한다. 두 번째로 Fed의 운영방식은 미국 국회의 통제를 받는다. 그리고 국회의원들은 선거로 선출된다. 즉 중앙은행도 두 가지 종류의 지분증명 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효율을 위해 이를 미미킹 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문제는 코인이 중앙화폐와 닮아가면 닮아갈 수록 인식적 차별성에서 이 둘이 섞여 나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보면 아무리 금융지식이 없고 여태 속아준 사람들이라도 어느 순간 내재가치(담보가치)가 존재하는 달러가 코인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블록체인 업계 사람들이랑 대화가 힘든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자신들 만의 단어와 언어로 대화를 한다는 것이다. 코인은 내재가치가 없다는 진실을 숨기기 위해 자신들끼리 쓰는 언어부터 시작해서 온갖 기술적 이야기, 거래소 인터페이스, 커뮤니티까지 겹겹이 distraction 을 만들어 두었는데, 지분 증명 방식은 이런 distraction의 효과들을 크게 떨어뜨려 "깨달음의 순간"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 나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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