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PF. 굿 럭
~ 회사측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PF가 터졌다는 표현은 기한이익상실이란 의미가 아니라 PF 대출에 참여한 채권투자자 입장에서 저리의 고정금리로 참여하게 돼 '터졌다'라는 의미로 말한 것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사태는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보인다. 하지만 현재 건설사 그리고 PF사업과 연관된 투자자들의 단면을 극명하게 나타낸다.
해당 사업장의 대출금리는 3.8%, 고정 금리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2.5%이다. 지난 31일 신용등급 AAA의 한국전력공사 회사채 금리는 4.634%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즉 사업 위험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받는 부동산 PF의 금리가 우리나라 공기업이 발행하는 초우량 회사채의 금리보다 100bp(1bp=0.01%)이상 낮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투자자들의 쇼크(?)는 이해할만하다. 급작스럽고 급격한 금리 인상은 예견하기 어려웠을뿐더러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지속할 것으로만 예상했던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3.5%의 고정금리가 낮은 수준으로 보긴 어려웠다.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지만 현재의 금리 수준을 생각한다면 상대적인 평가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최근 PF 시장은 상황이 급변했다. 부동산 시장이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시중은행은 물론 대형 금융기관들까지 PF대출에 대한 출자는 사실상 금기시 됐다. 그나마 PF 시장을 지탱해왔던 금융기관인 저축은행, 캐피탈사들 마저 치솟는 조달금리 탓에 PF사업에 뛰어들기 어렵다.
이미 증권회사 IB부서의 최대화두는 미매각(셀다운) 물량의 처리가 됐다. 해외부동산 투자, 국내 부동산PF 사업에서 셀다운을 마무리하지 못한 물량들이 쌓이고 있는게 현실이다.
결국 꾸준히 사업을 이어나가야하는 건설사들과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금융기관들과의 '금리'를 둘러싼 줄다리기는 당분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됐다.
국내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수도권을 벗어난 지역에서부터 부실 PF사업장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고, 조달금리의 가파른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이 그나마 안정적으로 평가받는 PF들도 자금 조달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금융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자금줄이 막히면서 자체 운용 북(자금운용한도)이 미약한 중소형 증권사들이 위기에 놓여 있다. 사실상 대부분의 자금을 외부에서 끌어와야 하는 만큼 신규 부동산 PF 사업은 전면 중단이 불가피하다.
기존 사업장들도 ‘시한폭탄’이 터지기까지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다. 사업비용이 늘어나는 데다 리파이낸싱(자본재조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각종 사업장 부실이 쌓이면 중소형 증권사들이 그대로 손실을 떠안게 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새마을금고는 증권사 등 금융사를 대상으로 부동산 PF 관련 만기연장 자제 및 신규 대출 금지 등의 가이드라인을 담은 지침을 전달했다. 이번 권고사항에 따르면 기본적인 신규 대출은 물론, 기존 사업장의 리파이낸싱 역시 사실상 어려워진다. 금리나 대주단에 변화가 생길 수 있어 자본재조달이라고 하더라도 신규 대출로 집계되기 때문이다.
그간 부동산 PF시장에서 중소형 증권사의 ‘돈줄’ 역할을 했던 새마을금고마저 대출이 막히면서 사실상 중소형 증권사들의 신규 사업은 물론, 기존 사업장 역시 부실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그나마 대형 증권사들은 자금 공급을 연기금이나 공제회, 은행 등 대형 금융기관에서도 받아왔지만 중소형 증권사들은 대개 새마을금고나 저축은행, 캐피탈사 등과 협력을 맺어왔다. 이렇듯 자금 조달처가 한정적인 데다 부실 위험성이 더 크고 규모가 작은 사업장 위주의 사업을 벌여왔던 만큼 앞으로 더욱 자금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대구 등 지방 부동산 시장은 부실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하나자산신탁 공매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하나증권이 참여했던 대구광역시 중구 동산동 지역 도원동 개발사업 부지가 현재 공개매각(공매)에 붙여졌다 유찰됐다. 같은 지역의 달서구 상인동, 남구 대명동 등의 토지 및 건물 역시 EOD(기한이익상실) 등의 이유로 공매 입찰이 실시되고 있다.
달서구 상인동 오피스텔 및 근린생활시설 개발사업의 경우 다올투자증권이 약 100억원 규모의 대출채권에 대해 사모사채 인수확약으로 신용위험을 통제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베스트투자증권, BNK투자증권 등 주로 중소형 증권사가 신용위험에 대한 확약을 내준 사업장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최근 터진 강원도 레고랜드 PF 사태 역시 이 같은 흐름에 더욱 기름을 부었다는 전언이다. 공사비 및 공가시간 증가 등으로 사업비용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PF 사업의 부실이 현실화됐다는 평가다. 해당 사태로 자금 시장에서는 전반적으로 부동산 PF 사업을 기피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고, 그 대상은 우발채무 비율이 높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신용평가사에서 모니터링 하는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 점검 기준 가운데 임계치를 넘은 증권사들로 하이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BNK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가 다수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익스포져 비중의 임계치를 초과한 증권사는 메리츠증권, 현대차증권, 다올투자증권이며 사업 초기단계의 익스포져 비중의 경우 BNK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이 임계치를 넘어선 상황이다.
한 부동산 투자업계 관계자는 “레고랜드 PF 사태로 원래부터 침체되어 있던 부동산 시장의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이라며 “자체 자금운용 한도가 적은 중소형 증권사들은 더욱 상황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규모가 작거나 지방에 있는 사업장 위주로 부실 위기 및 EOD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2010년대 중반 이후 무료 수수료 경쟁 심화로 기존 사업방식에 한계를 느꼈고 이에 기업금융(IB) 부문에서 부동산PF 관련 사업을 활발히 벌여왔다.
자본력과 신용도가 취약한 부동산 개발 주체들이 PF대출을 받으면 증권사가 자신의 높은 신용도를 활용해 PF대출 관련 신용보강을 하고, 이 과정에서 채무보증 수수료나 금융자문 수수료 등을 받아 높은 수익을 올렸다.
이에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NH투자·키움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관련 수익은 전체 IB수수료 수익에서 50∼8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졌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금리가 올라 부동산 투자 조달 비용이 늘었고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공사비가 증가해 부동산 개발 수익성이 악화했다. 주택 미분양 물량이 늘고 거래량도 감소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투자심리도 위축됐다.
이에 부동산 PF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증권사들의 관련 사업도 급감했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부동산 PF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니 증권사 자체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관련 사업 규모가 줄어든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 비중이 컸던 부동산 PF 관련 사업의 위축으로 증권사 실적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김지영 교보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와 수익에 대한 우려는 거래대금 감소로 인한 위탁매매 및 이자수익 감소, 금리상승에 따른 증권사 보유 채권의 평가손실 발생과 함께 증권업의 주요 위험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방향성에 대한 증권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하나증권은 관련 사업을 담당했던 구조화금융본부를 아예 폐지했다.
특히 중소형사들은 대형사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리테일·운용 부문 사업을 만회하고자 공격적으로 부동산 PF 관련 사업을 벌여온 탓에 위기감이 더욱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PF 시장 악화의 여파로 증권사 부도 위기까지 가시화된 상황은 아직 아니지만,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관련 사업에 수익 의존도가 높았던 중소형 증권사들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3508331?sid=101
http://www.investchosun.com/m/article.html?contid=2022101480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