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들은 지지 않았습니다>
뉴스를 보면 가슴이 저리다. 나조차 이런데,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그 지옥같은 일터로 다시 돌아가는 화물 기사들의 마음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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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번 파업 철회를 자신들의 '성과'로 내세운다. 지지율도 올랐다며 이제 자신감을 드러낸다. 누가 보면 지지율 80%에서 90%로 오른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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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온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긍정 평가)는 33%다. 긍정 평가의 이유 1위가 '노조 대응(24%)'이란다. 몇몇 언론과 대통령실은 잔뜩 신이 나서 외쳐댄다. "바로 이거구나. 짜증나게 떠드는 놈들은 이제 이렇게 세게 짓밟고 나가면 지지율이 오르는구나" 어제 대통령실 요청으로 장애인 시위 지하철 역사 무정차 통과가 결정된 것에서도 이 잔인한 '효능감'이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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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 노조 대응에 박수를 보내는 24%는 윤대통령을 긍정평가하는 국민 33% 중의 24%다. 다른 숫자를 볼까. 같은 조사에서 '정부의 화물연대 등 노동계 파업 대응을 어떻게 보는지' 물었다. '잘하고 있다'가 31% '잘못하고 있다'가 51%다. '화물차 안전운임제의 범위를 확대하고 지속 시행해야 한다'가 48%, '현행 3년 더 연장'이 26%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링크 https://www.gallup.co.kr/gallupdb/reportContent.asp?seqNo=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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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파업은 지지 않았다. 나를 포함해 많은 국민들이 듣게 되었고 알게 되었고 공감하게 되었다. 모두 다는 아니더라도, 모든 같은 범위까지는 아니더라도, 도대체 왜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위해 시동을 끄고 파업에 나섰는지 조금씩은 생각해보게 되었다. 파업을 끝내도 계속 업무개시명령서를 송달하겠다고 하고, 불응자를 형사처벌하겠다고 하고, 안전운임제 확대는커녕 아예 폐지해버리겠다고 말하는 정부의 행위가 이제 더이상 '행정과 '정치'가 아닌 '군림'과 '통치'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서서히 깨달아가게 되었다. 정부가 코너에 몰린 이들에게 더 강하게 '꿇어라'를 요구할수록 이 깨달음은 더 확산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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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기획 때 수집한, 화물차 기사 1433명이 남겨준 설문조사 주관식 답변을 다시 하나하나 읽어보았다. 설문지 마지막에 '화물차 기사의 근로, 휴식, 건강, 안전 등에 관해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자유롭게 말씀해주세요'라는 문항을 넣었었다. 총 662명의 기사들이 짧게는 한 문장, 길게는 한 바닥의 이야기를 적어주었다. 아마도 상하차 대기 시간 중에, 핸드폰의 작은 자판기를 두드리며 입력해나갔을 문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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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식도 없는 기자가 갑자기 보낸 모바일 설문조사 문항에 이렇게 이만큼 정성스레 답을 준다는 것은,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다. 하고 싶은 말이 넘쳐나는데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지면의 제약으로 다 넣지 못하고 시간과 능력의 부족으로 더 추가 취재하지 못한 게 계속 죄송하고 아쉽다. 일부를 추려 여기에라도 붙인다. 많은 분들이 읽고, 공유하고, 기억에 남겨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또다른 '작은 승리'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