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태기님 펌)) 고분자 이야기 계속 - 골프공 시장 점유율 1위 타이틀리스트의 초기 광고에 등장하는 X-ray 검사.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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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MIT를 졸업한 엔지니어 필립 영(Philip E. Young)은 치과 의사 친구와 라운딩을 하고 있었다. 아쿠쉬네트(Acushnet)라는 고무 회사를 운영하던 그는 골프광이었는데, 번번이 퍼터가 홀컵을 비켜나가자 무척 흥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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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의 직감으로 골프공에 문제가 있다고 확신한 그는 같이 라운딩하던 치과 의사를 졸라 골프공을 X-ray로 찍어 본다. 여기서 고무로 된 골프공 코어들이 제대로 중심이 잡혀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후 그는 3년간 이를 개선하는 공정을 개발한다. 이렇게 탄생한 공이 타이틀리스트(Titleist)로 순식간에 골프공 시장을 석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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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골프공은 고무와 깊은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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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년 공기압 타이어를 개발한 영국 의사 던롭(Dunlop)은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 에도 막부 시절부터 전통 재벌이던 스미토모(住友)와 손을 잡고 던롭 재팬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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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던롭 재팬은 스미토모 고무 공업(Sumitomo Rubber Industry, SRI)이 되고, 1986년 SRI는 경영난을 겪고 있던 모회사 던롭을 인수한다. SRI의 골프 스포츠 자회사가 바로 스릭슨(SRIxon)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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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글로벌 회사의 지사로 출발했다가 본사를 인수한 가까운 예로는 ‘필라코리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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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일본의 버선제조업자 이시바시(石橋)는 버선 바닥에 고무 밑창을 달아 히트시킨다. 이에 고무된 그는 1930년 자동차 고무 타이어를 만들기 시작하고, 회사 이름을 ‘브리지스톤(Bridge Stone)’으로 지었다. 그의 이름 石橋 (돌다리)를 생각하면 ‘스톤브리지’가 맞지만, 당시 대세인 헨리 포드의 친구 회사 ‘파이어스톤’을 모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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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일본 자동차 시장의 초고속 성장으로 동반 성장한 브리지스톤은 파이어스톤을 추월해 1988년 인수한다. 이런 이유로, 세계적인 골프 대회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은 매년 파이어스톤 골프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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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지스톤을 세운 이시바시는 나중에 ‘일본 합성 고무(Japanese Synthetic Rubber, JSR)’의 사장이 되었다. JSR은 1909년 세계 최초로 인공조미료 미원을 합성한 아지노모토와 마찬가지로 일본에 불어닥친 IT 붐을 타고 사업 다각화에 성공해, 현재 반도체용 포토마스크와 디스플레이 재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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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골프광 엔지니어의 집념에서 시작된 타이틀리스트는 골프 업계 최초로 10억 달러 매출을 돌파한 기업으로, 여전히 X-ray로 검사하면서 경쟁사와 완전히 차별화된 공정을 고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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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리스트는 2011년 한국 기업 필라코리아와 미래에셋이 12억 2,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타이틀리스트의 연간 매출액은 2019년 기준 16억 8,100만 달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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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타이틀리스트는 골프공 시장에서 부동의 1위이고, 바비 존스의 사촌이 만든 캘러웨이가 2위, 브리지스톤은 3위, 스릭슨은 6위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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