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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에너지소비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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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두 배 올리자

지나치게 싼 요금이 과잉 소비 부추겨

LNG 수입 단가 2배 되고, 등유 가격 74% 올라

“요즘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가스랑 기름 가격이 올랐는데 (그 때문인지) 땔감 가격까지 오르고 있어요.”

강원도 춘천의 산골에 살며 토마토농사를 짓는 김아무개(49)씨는 나무를 연료로 쓰는 화목보일러를 사용해 집 안을 덥힌다. 슬레이트 지붕에 나무 기둥, 흙벽으로 만든 옛집은 단열이 되지 않는다. 화목보일러의 온기가 닿지 않는 집 안 곳곳에는 스티로폼을 덧대었다. 4살 된 아들과 김씨의 어머니는 집 안에서도 내복을 껴입고 외투를 걸치고 있다.

화목보일러는 열효율이 낮고 화재 위험이 있지만 연탄이나 가스, 등유 등에 견줘 비용이 적게 든다. 그래서 9년째 쓰고 있다. “연탄도 때보고 가스로 바꿔도 봤는데 한 달에 난방비가 40만원이 넘어가더라고요.” 강원도는 추워서 4월까지도 난방을 해야 한다. 한 해를 버티려면 화목보일러에 넣을 참나무 땔감 7t이 필요하다. 그나마도 7t 땔감 가격이 최근 9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올랐다. 전기요금은 월 3만원가량 나온다. 보증금 없이 연세 200만원을 내고 이 집에 사는 김씨에겐, 난방비가 가장 큰 걱정이다.

“오늘날 세계는 처음으로 진정한 세계적 에너지 위기의 한가운데 있으며, 앞으로 수년간 그 영향을 느끼게 될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2년 10월 공개한 ‘세계 에너지 전망 2022’ 보고서는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세계적 에너지 위기가 심각하다. 한국은 아직 유럽 등과 달리 체감하지 못하지만, 전례 없는 위기는 김씨 같은 가난한 이들을 향한다. “위기는 모든 나라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특히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국제에너지기구도 우려하는 바다.

‘에너지통계월보’ 등을 보면 한국은 세계 7위의 에너지 소비국(그래픽)이다. 사용하는 에너지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한다. 2021년 전체 수입액의 4분의 1가량을 에너지·자원 수입에 썼다.

이 때문에 국제 에너지 가격이 들썩이면 한국은 거의 곧바로 영향받는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직후, 거의 모든 에너지 가격의 상승세가 예전보다 가팔라졌다. 가정용 도시가스와 열복합발전 등에 쓰이는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입단가(2022년 8월)는 1년 전보다 두 배 넘게 뛰었다.(t당 535달러→1198.8달러) 같은 기간 주로 서민이 난방용으로 쓰는 실내등유 가격(주유소 기준)은 리터(ℓ)당 940.9원에서 1639.5원으로 74% 올랐고, 경유와 휘발유는 2022년 6~7월 ℓ당 2천원(주유소 판매가격 기준)을 웃돌았다. 신도시 지역 아파트에서 흔히 쓰는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주택용 열(온수·난방) 요금도 2022년 37.8%가 올랐다. 2022년 들어 지역난방공사의 열 요금은 한 해에 세 차례 인상됐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다.(메가칼로리(M㎈)당 65.23원(2021년 7월)→ 66.98원(2022년 4월)→ 74.49원(7월)→ 89.88원(10월))

유럽은 한국보다 앞서 이런 상황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진작 천연가스 없이 겨울을 버틸 대비에 들어갔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을 보면 유럽 국가들은 가스비축량을 최대로 채우고, 기업이나 가정이 전력을 마음대로 쓸 수 없도록 전력량이나 사용시간을 제한하는 전력배급제, 계획정전, 순환정전을 하고 있다. 프랑스는 이 와중에 발전 비중 70%를 차지하는 원전 절반이 가동을 중단했다. 원자로 균열 탓이다. 프랑스 정부는 시민들의 전력소비 감축을 촉구하는 경보를 발령하는가 하면, 일부 지역의 강제 정전 가능성도 언급했다. 독일과 덴마크 등은 실내온도를 19도 이상으로 올리지 말 것을 독려하고, 산업체들이 공정에 필요한 전력을 가스 대신 석탄과 석유로 바꾸거나 전력수요 피크(정점) 시간대를 피하는 방식으로 교대근무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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