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의 등장으로 예전에는 희소한 인맥을 통해 알음알음 전해지던 지식·노하우들과, 강연·유료강의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던 재야의 전문가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지식·정보의 민주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사회·경제적 자본이 부족해서 이에 접근하지 못했던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축복이나 다름없다. MIT, 스탠포드 등 세계 최고 대학의 강의도 일부 온라인으로 무료 공개되고 있다. 앞으로 제도권 대학의 진학 필요성과 위상은 점점 더 떨어질 것이고, 일부 전문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분야를 제외한 교양 수준의 지식은 온라인에서 모두 손쉽게 접근 가능해질 것이다.
유튜브가 '지식·정보의 민주화'라면 ChatGPT 의 등장은 '지식·정보의 혁명'에 가까워 보인다. ChatGPT 가 뭐가 놀랍냐거나, 오류가 많아서 별 쓸모 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나는 그런 사람들의 생각이 더 놀랍다.
ChatGPT 출시 이후 틈나는 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이것 저것 물어보고 있는데, 솔직히 너무 놀랍다. 예전에는 정보를 찾고 생각하다가 발생하는 곁다리 의문점은 시간이 없거나 귀찮아서 그냥 넘기곤 했는데, 이 놈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깊이 파고드는 질문에도 즉시 다 대답해준다. 구체적 데이터나 근거를 요구해도 즉시 제시한다.
현재는 아웃풋이 문자정보에 국한되지만, 앞으로는 음성 인식 서비스도 제공될 것이고, 이미지, 영상 등 거의 모든 형태의 아웃풋이 제시될 것이다. 이게 구글 검색을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상상력이 너무 빈약하지 않나 싶다. AI는 결코 바둑으로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나, 자율주행의 완성이 영원히 불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들도 같은 맥락이다.
현 ChatGPT 의 기반 모델인 GPT-3의 파라미터 수는 1750억 개였는데, 몇 개월 내에 출시되는 GPT-4의 파라미터 수는 천 배 수준인 100조 개로 추정된다. 소프트웨어 단계 효율화와 최적화된 연산 칩 개발로 학습비용은 더 줄어들 것이다. GPT-4가 AI 모델 역대 최초로 튜링테스트(인간과 AI를 구분하는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말도 전해진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이러한 형태의 AI 챗봇이 조금씩 기존 검색 영역을 장악해 나갈 것이고, 몇 년 후에는 구글의 개선이 없다면 구글 창에서 검색을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분명히 구글은 새로운 무언가를 내어놓을 것)

과거에는 어떤 노하우와 지식에 접근이 가능한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나뉘었고, 이 것을 결정하는 요인은 자본, 사회적 지위, 네트워크 같은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제 지식, 정보의 접근을 위한 사회적, 자본적 장벽이 충분히 낮아졌다.
이미 예전에 인터넷 시대 도래로 정보의 바다가 열렸지만, AI의 발전으로 달라지는 것은 개개인의 관점, 관심영역, 의문점 등에 대한 맞춤형 정보가 즉각적으로 제공된다는 것이다. 모르는 것이 없는 만물박사가 나의 24시간 상주 개인교사가 되는 것이다.
멋지지만 한편으론 섬뜩한 것이, 이제 스스로 질문을 던지지 않아서 모른다는 것은 온전히 본인 책임이 된다. 의지를 가지고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탐구하거나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의 발전 속도는 점점 더 가속화될 것이고, 의지 없이 수동적으로 보여지는 것 만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대로 머물러 있게 될 것이다. 이 둘의 격차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정보에 대한 질문의 답을 즉각적으로 제시하는 AI가 나왔고 앞으로 더 발전될텐데, 혹시 우리는 더 이상 공부를 안해도 되는게 아닐까? 왜 우리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의문을 가지고, 학습해야하는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답은 아무리 초거대 스케일의 AI모델이라도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의 기록과 현존하는 정보들을 조합하여 통찰력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화될지 전망하고 예측하는 것은 아직은 오로지 인간의 영역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