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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파운드리 착공식, TSMC의 창업자 모리스 창과 바이든대통령이 직접 기념식에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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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4일 TSMC는 미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자사의 신규 파운드리 공장 착공식을 가졌는데, 이 공장에는 대략 180-190억 달러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됩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TSMC의 창업자 모리스 창이 직접 기념식에 참석하기도 했고, 미국 바이든 대통령 역시 이 행사에 축사를 하는 등, 미국에서의 관심도 컸습니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TSMC는 기본적으로 외부에 자사의 파운드리, 특히 advanced tech node 공정을 이전하거나 신설하는 것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습니다. 대만에 있어서 반도체 산업, 특히 TSMC로 대표되는 파운드리 산업이 갖는 의미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2010년대 중후반 들어, 그간 글로벌 분업 체계에 기반을 두어 오던 전세계 반도체 산업의 지형이 격변하기 시작하면서 TSMC의 비즈니스 모델 역시 변화의 물결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특히 미국이 중국에 대해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패권 경쟁을 본격화 하면서, 대중제재가 표면으로 떠오르기 시작하자 TSMC의 대미 직접 투자 규모는 매년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는 미국의 대중제재가 없었더라면 TSMC가 중국에 직접 투자하려고 했던 자본의 대부분이 미국으로 돌려진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중국에 투자하려던 자본은 중국의 반도체 산업, 특히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중국의 팹리스 업체들을 주요 고객으로 타겟삼아 신설하려던 (주로 동남해안 지역) 파운드리를 위한 자본이었는데, 중국과의 거래가 어려워지기 시작하면서 그 캐파를 유지하기 위한 플랜 B로서 미국을 생각하게 된 것이겠죠.

사실 아무런 인센티브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에서의 신규 파운드리 건설은 전략적으로 큰 의미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초기에 TSMC가 생각했던 대미 직접투자의 방향은 N3 같은 최신 공정이 아닌, N5 같은 다소 세대가 지난 (물론 이 역시 최첨단이긴 합니다.) 공정을 위주로 월 1-2만 장 수준의 캐파를 갖는 수준의 '생색'을 내는 수준에 그쳤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21년부터 논의가 본격화된 CHIPS & Science ACT, 그리고 IRA가 2022년에 드디어 통과되면서, TSMC의 투자는 보다 전략적인 방향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12월 4일, TSMC는 애리조나 주의 공장 규모를 더 확대하는 것은 물론, 양산 레벨에서는 가장 어려운, 그리고 가장 최신의 N3 공정을 중심으로 하는 파운드리를 추가로 건설하는 계획을 동시에 발표합니다.

그전에 투입되었던 예산의 2배를 뛰어넘는 추가 투자를 감행한다는 뜻이었기도 합니다. 공교롭게도 이렇게 됨으로써 TSMC가 미국에 직접적으로 투자하는 파운드리 건설 총 예산 규모는 미국의 CHIPS & Science 법안에서 미 정부가 약속한 정부 지원 규모와 거의 비등해집니다. 일종의 매칭 성격이었다고 추정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TSMC가 보다 전향적으로 대미 투자를 감행하게 된 것은 CHIPS & Science ACT 로 대표되는 reshoring 정책에 대한 인센티브를 노린 수순일 수도 있지만,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경쟁자이자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의 전향적인 투자에 대한 반응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삼성이 역시 180-190억달러에 달하는 규모로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 인근에 건설하고 있는 파운드리는 처음부터 3 나노 양산공정을 타겟으로 삼고 있는데, 그 주요 고객은 당연히 미국의 팹리스 큰손들인 애플, 퀄컴, NVIDIA, 구글, 아마존, 메타, 테슬라 등의 IT 대기업들입니다.

이미 TSMC와 집중적인 거래를 하고 있는 애플은 거래를 새로 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보다 다변화된 AI 전용 칩이나 통신용 AP, NPU, TPU 등의 생산에 관심이 있는 나머지 기업들에게는 미국에서 가동되고 미국 법의 지원을 받는 파운드리에서 자사의 칩을 제조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안보 가치적으로나 좋은 전략적 거래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삼성은 이에 대해 3나노 공정을 중심으로 하는 양산을 목표로 이 생태계 편입을 노린 셈이고, TSMC는 기존의 고객을 지키는 수순 겸, 잠재적 고객들까지 확장적으로 노린 수순을 전략적으로 응수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TSMC가 과연 언제까지 오로지 제조에만 집중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오래 끌고 갈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1987년 창립 이래, 지금까지 TSMC는 고객과의 신뢰 구축, 제조에만 집중하여 확립한 전문성, 제조를 중심으로 하는 수많은 생태계와 허리 라인, 어떤 칩이든 그간 축적된 경험, IP, 그리고 수십개의 디자인하우스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제조 환경의 다양성을 핵심 자산으로 가꿔 왔습니다. 이 자산들을 하루아침에 버릴 수는 없을 것이지만, TSMC 입장에서도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느 순간, 지금까지 그들이 금과옥조처럼 지켜왔던 비즈니스의 방향에 변화를 주어야 하는 시점이 올 것이고, 그 시점은 우리의 예상보다 더 빨리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TSMC의 분기 시점은 TSMC가 고객사의 칩을 대리로 제조해 주는 현 단계를 넘어, 고객사의 칩의 개념 설계 단계부터 협업하는 솔루션 제공회사로서 비즈니스 모델을 내세우는 시점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종합 솔루션 제공 회사로 출발하다가, 조금씩 아예 설계부터 제조까지 아우르는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하게 될 것이고, 그 영역은 TSMC에서 분사되는 회사 형태로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이미 TSMC 내부에서는 고객사보다 더 잘 설계할 수 있고, 더 효과적인 전성비와 수명을 가질 수 있는 칩을 설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정도의 엔지니어와 회사의 자산이 축적되어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것을 전면에 내세우지 못 하는 이유는 창립이후 지금까지 지켜온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가치 때문일 것인데, 시대가 회사의 변화를 요구하는 시점에는 그 가치에 매달리는 것이 결코 옳은 길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전략가들이 TSMC에서 나오기 시작할 것입니다.

삼성은 현재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리하지 않고 같이 가져가고 있는데, 이는 파운드리 산업이 초반에 CAPEX 비중이 다른 반도체 산업에 비해 과도할 정도로 높다는 특성, 그리고 5 나노 이하급 공정에서의 트러블 슈팅을 사업부 단독으로 하기는 어렵다는 판단, 그리고 삼성이 메모리반도체에서 쌓아 온 공정 노하우를 회사 간의 벽 없이, 사업부간의 협력으로 돌파하려는 경영적 판단이 있어서일 것입니다. TSMC가 슬슬 솔루션 제공과 대리 제조 사이의 줄타기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할 때, 삼성은 파운드리의 독립 혹은 느슨한 연대 사이에서 고민을 하게 될 것입니다. 비즈니스의 환경은 계속 변하고 있고, 안정적인 메모리반도체 캐시카우와는 별개로, 새로운 매출을 정말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선다면 우리가 지금 상식처럼 알고 있는 T:S 4:1의 구도는 2:1, 1:1, 1:2로 점점 역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시점이 당장 내년에 온다든지, 5년내로 온다든지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생각보다 팹리스-파운드리 관계를 둘러싼 비즈니스 환경 변화는 더 빨라지고 있고, 그것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인공지능용 고성능 칩에 대한 대응 능력이 될 것입니다.

이 대응 능력은 고객사 요구에 대해 얼마나 빨리 대응할 수 있는지, 얼마나 정확한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적확한 원가를 유지할 수 있는지와 얼마나 탄력적인 캐파 운영을 할 수 있는지로 결정될 것입니다.

이번 동아비즈니스비류 (DBR)에 기고한 (아래 링크 참조. 아마도 단회성이 될 것입니다. 글을 보시기 위해서는 DBR 회원가입이 필요합니다.) 기고한 글에서는 TSMC의 비즈니스 전략, 그것의 바탕이 되는 기술력, 그들의 비전과 그에 대해 경쟁하기 위한 한국의 전략을 다뤘습니다. 일본의 반도체 산업의 지배가 겨우 한 세대만에 막을 내린 것처럼, TSMC의 지배력 역시 어느 시점에 내리막으로 바뀔지 모를 일입니다. disruption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그 disruption은 바로 우리 코앞에 놓여 있을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의 맹아에 대해 더 세심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고, 상식을 바꾸는 기술에 대해서는 더 면밀한 검토를 할 필요가 있으며, 과감한 승부를 던져야 할 때는 초반에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물량을 더 많이 가져가는 전략으로 임해야 할 시점이 올 것입니다. 그 시점을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더 먼저 깨닫고 대응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출처 : 권석준님

https://dbr.donga.com/article/view/1203/article_no/10683/ac/search

[DBR] 기술 넘어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모범, ‘고객과 경쟁 않는’ 조용한 승자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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