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님 펌글))) 주말 내내 비가 추적추적 내리니까 축 쳐지는 느낌이네요. 기온이 그리 낮은 것은 아닌데 비가 내리고 하니 약간 오슬오슬한 날씨 있죠. 하루 종일 그런 느낌입니다. 오늘이 1월 15일인데요, 신년을 맞이하면서 이런 저런 것들을 해보겠다고 다짐했는데, 하나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네요. 개인적으로는 올해 책을 좀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매일 흘러나오는 뉴스 기사를 읽을 때와, 증권사 리서치 센터나 연구소의 리포트를 읽을 때, 그리고 책을 읽을 때 받는 영감이 사뭇 다르죠. 매일의 날씨를 듣는 것과, 최근 날씨의 동향을 한 눈에 보는 것, 그리고 그런 변화가 나타나는 큰 그림과 과거에 그런 날씨가 나타났을 때 어떤 대응을 했는지를 보는 것들… 이런 것들의 차이가 아닐까요. 하루 하루의 뉴스를 따라가는데 급급하다보니 큰 그림을 놓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계속해서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다양한 시각에서 지금의 시장 흐름을 읽는 게 필요할 것 같다는 조언의 말씀 역시 아울러 드리면서 주말 에세이 시작하겠습니다.
뉴욕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했죠. 다우존스 지수 기준으로 34300수준인데요.. 이게 언제 레벨이냐면요… 지난 해 1월 16일날 기록했던 수준입니다. 딱 1년 전인가요?ㅎㅎ 364일 전에 다우존스는 34300을 기록한 이후 28000수준까지 하락했다가 현재 34300으로 되돌려진 것이죠. 30개의 대형주들이 들어가고 그 중에 바이오, 에너지, 그리고 각종 산업재 관련주들의 맹활약에 힘입어 금리 인상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참고로 미국은 지난 해 3월부터 0%였던 금리를 0.25%로 인상하기 시작했죠.
S&P500지수 역시 의미있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일 선을 상향돌파하면서 강한 상승세를 지난 주 내내 이어가고 있죠. 과거 수준으로 본다면 지난 해 5월 8일 기록했던 3990수준으로 되돌려진 겁니다. 참고로 미국은 지난 해 3월 중순 FOMC에서 첫 금리 인상을 했구요, 5월 초에 두번째 인상, 이른 바 빅스텝 인상을 단행하면서 0.75%가 되었죠. 그 때 당시 레벨입니다. 네.. 그 이후 4차례 자이언트 스텝과 1차례 더 진행된 빅스텝으로 레벨이 4.25~4.5%까지 인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 5월 레벨을 유지하고 있는 거죠. 나스닥 지수는 성장주 중심이기에 많이 빠진 건 맞는데요… 지난 해 6월 5일 수준입니다. 지난 해 6월 중순 자이언트 스텝이 시작되기 전 수준으로 여전히 3월과 5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후의 수준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시면.. 그 생각이 드실 겁니다. 굳이 자이언트 스텝 인상을 하기 이전의 수준이라고 해서 좀 이상하다는 얘기를 적으려는 것 같은데… 킹반영을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다.. 라는 생각이 바로 그거죠. 네. 저 역시 공감하는데요.. 조금 미심쩍은 것은 있습니다. 지난 해 1월에… 4.5%까지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을까요.. 연준 FED 선물에서도 그런 흐름은 전혀 감지되지 않았죠. 단지 2~3차례의 인상 정도를 보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지난 해 6월 첫 자이언트 스텝 금리 인상 이후에도 3%정도까지 인상을 하면 중립금리 수준인 3.25~3.5%수준에 도달하기 때문에… 그 이상의 인상은 제한적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오곤 했었죠. 그렇다면.. 그 당시의 흐름을 봤을 때는 선반영은 맞는데… 4.25~4.5%까지 인상될 것을 선반영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듯 합니다.
의외의 추가 인상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탄탄한 흐름을 보이는 이유는 두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죠. 강펀치를 맞아도 권투 선수가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이유는 두가지일 겁니다. 하나는 체력이 생각보다 훨씬 튼튼하다는 것이구요.. 다른 하나는요… 중꺾마가 제대로 들어와있는 경우일 겁니다. 그리고 그런 중꺾마는 반드시 견뎌낼 수 있고 지금의 이 고통은 금새 지나가고 머지 않은 미래에 좋은 날이 온다는 희망찬 기대를 담고 있겠죠. 이렇게 물가가 많이 올랐음에도, 그리고 이렇게 금리가 올랐음에도 여전히 미국의 소비는 탄탄한 편이구요… 이에 기반하여 고용 시장 역시 강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강한 소비를 이어가게 하는 가장 큰 우군이 바로 미국의 저축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저축을 허물고 가계 부채를 늘려가면서 현재의 물가 및 금리 상승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여전히 소비가 탄탄한 흐름을 이어가겠죠.
중꺾마 얘기를 해드렸는데요, 중환자의 경우도 낙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환자가 더 빠른 치유를 보인다고 합니다..(의학은 솔직히 잘 모르지만 그렇게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세상 이치가 자신감과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졌을 때 일이 더 잘풀린다는.. 그런 건 있죠. 마켓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잘 될 것이라는.. 지금의 어려움은 금방 지나갈 것이라는… 그런 자신감을 갖고 있으면… 그런 믿음을 갖고 있으면 아무리 힘겨워도 이를 악물고 버틸 수 있죠. 군대 고참이 갈궈도 이렇게 혼내는 시간이 금새 끝날 것이라는 기쁨이 있기에 버티는 겁니다. 기준금리가 추가로 5%수준으로 올라간다고 해서.. 그리고 그 레벨로 오래 유지시킨다고 해서 절대 좌절하면 안되겠죠. 연준은 항상 그런 식으로 말해놓고 성장에 신경을 쓰면서 자신들의 약속을 수시로 어겨왔었죠. 이들을 믿고 움직이지 않으면 머지 않은 미래에 찾아올 바닥에서의 끌어올림을 놓칠 수 있겠죠. 반드시 바닥을 지나게 된다는 믿음.. 그리고 그 바닥은 머지 않았고… 그 바닥에서부터 천장까지는 엄청난 수익이 기다리고 있다는 지난 15년 동안의 마켓에서 배운 믿음.. 이런 믿음이 있기에.. 연준은 반드시 피벗으로 전환될 수 밖에 없다는 믿음이 있기에 시장이 더 잘 버티는 거겠죠. 그리고 이런 믿음을 한 단어로는 FOMO(Fear of Missing Out)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다른 자산군도 함께 보시면요… 일단 위험자산의 탑 레벨이라고 할 수 있는 코인 가격이 힘차게 치솟으면서 비트코인 기준으로 21000불선에 닿았구요… 연준의 통화 정책 변화에 가장 민감한 자산 중 하나인 금 가격이 치솟으면서 온스 당 1900불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주식 시장이 뜨거울 때 멍때리기를 시전했던 금이 강한 흐름을 보이는 것은 성장보다는 유동성 호재로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죠. 유동성이 늘어날 것이기에, 그리고 연준의 피벗이 등장할 것이기에 채권 금리는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됩니다. 4.5%를 넘던 2년물 국채 금리는 4.2%로 내려왔죠… 1일짜리 기준금리가 4.25~4.5% 인 것을 감안하면 1일보다 2년 금리가 낮은 겁니다. 네.. 당장은 높지만.. 2년 후에는 확실히 내려와 있을 것이라는 미래의 기대를 담은 거겠죠.
그럼 2년 이후의 미래는? 10년 금리는 더더욱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지난 한 주로 보면 3.65%까지 반등했던 미국 10년 국채 금리가 3.5%까지 되돌려졌죠. 1일 금리가 4.25~4.5%인데… 그리고 이런 기준금리가 추가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데.. 10년 금리가 3.5%라면 향후 일종 기간이 지난 이후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기대가 얼마나 거세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채권 금리의 하락과 함께 정크본드 가격 역시 반등에 성공하면서 지난 해 4월 수준으로 되돌려졌죠. 그리고 달러 역시 큰 폭 약세를 보이면서 마찬가지로 지난 해 4월 수준으로 되돌려졌습니다.
다우존스 지수의 1월을 제외하면 대부분 4~5월 수준으로 되돌려진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자이언트 스텝이 본격적으로 스타트했던 지난 해 6월 이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겁니다. 네.. 시장은요.. 추가 금리 인상을 반영하고 있음에도… 그 이후에 다가올 피벗에의 의지… 그리고 이 피벗 국면에서 사야한다는 의지.. 이걸 강하게 불태우고 있는 거겠죠. 엥? 추가로 금리를 올리는데.. 그걸 두려워하지 않고 되려 그 이후에 찾아올 피벗을 기다린다?? 좀 이상하게 느껴지실 수 있지만… 합리적인 것이… 추가 인상이 되었을 때 쫄지만 않으면 피벗 때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거 쟎아요? 만약 쫄아서 파는 사람이 있으면 이 땐 줍줍이 되는 이치일 테니… 밝은 미래에 대한 확실한 기대.. 이게 시장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겁니다. 참, 하나 빠뜨렸네요.
국제 유가 역시 서부 텍사스유 기준으로 배럴 당 80달러 대를 회복했습니다. 80달러라면 130불 대 유가를 보았기에 다소 낮아보이지만… 지난 해 11~12월 기록했던 70불대에서 큰 폭으로 되돌려진 겁니다. 지난 해 12월 유가 평균이 70불대 초중반인데요… 1월의 유가는 그와 비슷하거나 그보다는 조금 더 높아보입니다. 만약 여기서 더 강한 유가 흐름이 이어진다면 에너지 가격 하락에 의한 인플레이션 완화 영향은 상당 수준 약해질 수 있죠(전월 대비 기준으로… 전년 대비는 하반기 정도로 가야 합니다…).
유가의 반등과 함께 보셔야 할 것이 하락한 금리, 그리고 약해진 달러죠. 양적완화로 인해 풀려진 유동성, 그리고 낮은 금리는 과도한 재정 지출과 만나면서 상당한 소비의 폭발을 만들어냈죠. 그리고 약달러 역시 수입 물가를 높이면서 인플레 압력을 증대시켰습니다. 그리고 러-우 전쟁으로 읽히는 유가의 급등은 이런 인플레이션에 화룡점정을 찍어주었죠. 이게 하나 하나 되돌려집니다.
유가는 큰 폭 하락했고… 금리는 크게 올랐으며 달러는 역대급 강세를 보입니다. 고금리, 강달러, 저유가 조합이 합쳐지면서 지금의 인플레이션의 예봉을 꺾는데 성공했던 겁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안심하려고 보니 저금리, 약달러, 고유가로 되돌려지려는 모습이 조금 보이고 있지 않나요. 고금리, 강달러, 저유가가 이어진다면 인플레이션의 하락폭이 더욱 빨라지겠지만… 반대로 틀어지게 되면 인플레이션의 완화 속도가 느려지거나.. 혹은 재발의 가능성도 생겨날 수 있지 않을까요.
시장이 피벗에 집중하면서 환호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닐 겁니다. 지난 해 3월 FOMC에서 첫 금리 인상을 한 이후에…. 첫 금리 인상 이전까지는 주가가 하락하지만 그 이후에는 큰 폭 상승한다는 얘기가 힘을 얻으면서 주가 강세를 보여주었죠. 나스닥 기준 12800까지 급락했다가 14100으로 강한 되돌림을 보였던 것이 지난 해 3월입니다. 이건 21년 5월 50bp빅스텝 예고와 함께 무너졌죠. 두번째 시도는 5월에 있었죠. 5월 빅스텝 인상이 나온 이후 11000까지 하락했던 나스닥 지수는 대충 어려운 거 지난 거 아니냐… 는 기대를 머금고 12000으로 단숨에 되돌려졌죠. 그러다가 6월 FOMC에서 75bp자이언트 스텝을 이어갈 수 있다는 소식에 녹아버렸답니다.
그 다음이 조금 강했는데요… 6월 하순 정도에 75bp인상 이후.. 연준 내부에서도 속도 조절 해야 할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고.. 대충 3%까지 올라오면 중립금리 레벨이니까.. 더 올리는 것은 고민을 많이 해야한다.. 어쩐다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이제 대충 나올 악재는 다 나왔다는 기대를 머금고 주가는 힘차게 솟았답니다. 10500이었던 나스닥 지수가 불과 2개월도 되지 않는 기간에 13000으로 되돌려지면서 저점 대비 25%이상 솟구쳤죠. 그리고 이런 상승세는 8월 말의 잭슨홀에서 숨을 죽이게 됩니다. 그 다음 시도가 지난 해 11월에 있었죠.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를 머금고 10000포인트까지 하락했던 나스닥은 11500까지 단숨에 올랐는데요… 인상 속도는 조절하지만 더 높게.. 더 오랜 기간 고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절망적 레토릭에 빛을 발했던 겁니다.
이번에는 이제 진짜 끝이다.. 물가도 6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되려 디플레를 걱정해야 할 정도고.. 미국 경제 역시 둔화는 맞지만 침체까지는 아닌 것 같다… 성장은 양호한데… 인플레가 사라졌으니.. 성장 죽고.. 인플레 높아서 금리 높고.. 이런 최악의 상황과는 반대인.. 양호한 성장과 인플레가 제거된 과거의 그 아름다운 세상… 이게 가능해질 것이고… 양호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연준의 피벗이 이어지면서 유동성이 쏟아질테니.. 자산 시장에는 최적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겁니다. 이번에는 피벗에 대한 기대를 머금고 재차 강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해의 전적까지 합치면 금융 시장 입장에서는 5번째 트라이네요. 4전 5기인가요? 그렇게 넘어져도 다시 올라오는 이유는… 그래도 성공하면 높은 보상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시장의 중꺾마를 장착한 4전 5기와… 이를 눌러야 인플레이션 완화라는 미션을 달성할 수 있는 연준의 심리전… 이번에도 시장이 연준에 밀려나게 될지.. 아니면 시장이 연준을 참교육을 시킬지… 지켜보시죠. 둘이 팽팽하게 일진일퇴를 반복한다면… 말씀드렸었던 고지전의 그림도 현실화될 수 있을 겁니다.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주말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 오건영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