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님글 ㅣ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월요일 아침에 포스팅을 하고 있는데요, 차주부터는 일요일에 꼬박 꼬박 올려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FOMC 이후 시장 방향에 대해서 의문스러워하시는 분들이 많은 관계로 메신져나 댓글 등을 통해 질문을 주시는데 제대로 답을 드리지 못하고 있었네요. 일단 조금 길기는 하지만 하나 하나 짚어보도록 하죠.
우선 최근 특기할 수 있는 점이 엔화의 강세입니다. 달러 대비 전 통화가 강세인데 갑자기 왜 엔화 얘기를 하느냐.. 라는 질문을 주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요.. 100엔 당 915원까지 치고올라갔다가 한차례 주춤하면서 900원까지 하락했던 원엔 환율이 다시 한 번 치솟으면서 910원대 중반까지 돌려졌죠. 엔화가 달러 대비 뿐 아니라 원화 대비로도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겁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연준의 정책 전환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내용을 조금 자세히 보시죠.
FOMC에서 파월의 서프라이즈가 나온 이후 시장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매우 높게 점치고 있죠. 저 역시 내년에 인하가 가능하다고 봅니다만… 인하의 레벨이 어느 정도냐.. 그리고 인하의 시기가 언제가 되느냐.. 이게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3월에 인하를 보고 있구요, 내년 말까지 6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3.75~4.0%까지 낮출 것이라고 말하고 있죠. 그리고 미국 10년 국채 금리는 그 중반 수준인 3.9%까지 밀려내려왔습니다. 여기서 시장이 추가 인하를 예상한다고 한다면… 즉 6차례를 넘어 7~8차례까지 더 인하할 것이라 본다면… 국채 금리의 추가 하락이 가능해지겠죠. FOMC 이전에 4.15%를 기록했던 10년 국채 금리가 3.9%까지 내려오면서 25bp정도 금리가 내린 겁니다.
한국도 큰 차이는 없는데요, 한국 10년물이 3.52%를 기록하던 금리가 3.34%로 밀렸죠. 18bp정도 내려온 겁니다. 미국의 25bp대비로는 내려온 폭이 적죠. 미국금리가 더 많이 내려오다보니 원화보다 달러의 매력이 빠르게 감소한 셈이죠. 네. 원화 대비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원 환율이 1300원 수준까지 하락했습니다. 장중에는 1285원까지도 트라이했는데요.. 미국의 6차례 인하를 반영하면서도… 한국의 국채 금리가 신축적으로 급락하게 되니.. 1300원으로 되돌려졌습니다. 반면 일본 10년 국채금리의 하락폭은 다소 낮았죠. 장중 0.62%까지 하락했지만 이내 되돌려지면서 0.7%로 왔는데요… FOMC 직전 0.75%였던 금리가 0.7%가 된 것이니 5bp정도 내린 셈이죠.
정리하면 FOMC 서프라이즈에 의해 미국 10년은 25bp, 한국은 18bp, 일본은 5bp 내려왔습니다. 그럼 일본 엔화 보유시의 금리 매력 하락에 있어서는 다른 통화보다 양호하겠죠. 네.. 미국의 금리가 일본 대비 빠르게 내리면서, 그리고 한국의 금리도 일본 대비 빠르게 내리면서… 엔화는 상대적으로 달러나 원화 대비 강세를 보이는 겁니다. 일본의 경우 금리가 내려오는 국면에서 더 낮출 수 있는 금리의 룸이 크지 않다는 점.. 그래서 많이 내리지 못하니 상대적으로 엔화가 강세를 보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하겠죠.
이런 점은 지난 11월 FOMC 이후로 봐도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11월 FOMC 직전 미국 국채 금리는 5%를 상회했죠. 그게 지금 3.9%면… 약 110bp하락한 셈이죠. 그 즈음 한국 10년물은 4.37%를 기록하고 있었는데요, 현재 3.34%면 103bp하락한 겁니다. 당시 일본 10년은 1%수준이었는데요, 현재 0.7%니까요.. 30bp하락한 거죠. 어느 통화의 금리 하락폭이 가장 낮았을까요.. 네 일본입니다. 그래서 당시 원엔 환율 기준으로 850원 수준까지 밀렸던 엔화가 급반등에 나서면서 910원대를 회복한 겁니다.
이 얘기를 조금 다 확장하면요… 원엔 환율이 920원을 깨고 850원으로 밀리던 시기를 돌아보는 겁니다. 당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추가로 나타날 수 있고.. Higher for Longer의 마인드로 인해 10년 국채금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큰 폭 상승한 바 있죠. 상승 시에도 일본 금리는 미국 금리의 상승폭, 혹은 한국 금리의 상승폭을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이 경우 엔화 보유의 매력이 낮아지게 되니 엔화는 약세를 보이게 되겠죠. 전형적으로 장기 금리차를 가장 크게 반영하고 있는 시장 상황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자.. 장기 금리차가 엔화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면 향후 흐름은 당연히 장기 금리차의 움직임에 의존하는 것 아닐까요? 미국의 금리 인하가 이어지게 된다면 미국 10년 금리는 더 많이 하락할 것이고, 한국의 금리 역시 큰 폭 추가 하락할 테니.. 하락폭이 크지 않은 일본의 경우 금리 하락폭이 크지 않을 것이며 이는 원화 대비 엔화의 상대 강세를 유지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해지죠. 그런데요, 여기서도 함정이 있습니다. 뒤에서 다루겠지만 만약 연준의 금리 인하 시그널이 그렇게 강한 것이 아니었다면… 시장이 금리 인하에 있어서 상당한 김칫국을 마시고 있는 것이라면… 6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하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던 10년 국채 금리가… 6차례가 아닌 2~3차례의 금리 인하를 읽게 되면 상당히 실망하게 되지 않을까요? 그럼 기준금리가 인하되더라도 더 많은 인하를 예상하고 김칫국 드립으로 선제적으로 급락했던 10년 국채 금리가 되려 반등하거나.. 혹은 현 수준에 머물러버리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 국채 금리와의 갭이 크게 줄어들지 않겠죠… 그럼 한국의 추가 금리 하락도 제한되면서 원엔 환율의 추가 상승을 기대가 조금은 주춤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BoJ의 정책 변화 역시 눈여겨봐야죠. 다만 느끼시는 것처럼 BoJ는 큰 변화를 원하지 않습니다. 변화를 주더라도 천천히.. 시장에 큰 부작용없이 완만하게 진행되는 것을 선호하는 바, 미국의 금리 하락 속도와 견주었을 때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죠. 네.. 당분간은 미국 10년 및 한국 10년 금리와 일본 10년 금리의 차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포인트가 될 듯 합니다.
엔화에 대한 얘기가 진행되었는데요, 이와 맞물려 자연스럽게 미국 연준의 스탠스 얘기로 넘어가게 되죠. 지난 FOMC의 서프라이즈로 모든 자산이 랠리를 보이는 모습이었죠. 특히 Higher for Longer의 민감도가 높아… 다른 지수 대비 한동안 절어있던 러셀2000 중소형주의 연 이틀 반등은 상당히 인상깊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시장은 금리 인하를 고민하고 있다는 연준 파월 의장의 발언에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확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죠. 2019년의 흐름을 생생히 되새기기 시작한 겁니다.
2018년 4분기 금융 시장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하자 파월 의장은 2019년 1월 등장해서 그 얘기를 하죠. 인내심을 가지겠다라구요.. 금융 시장이 흔들리면서 성장 둔화가 급속히 나타나는 것이 두려웠던 겁니다. 금리 인상이 멈추어서게 되는데요, 금융 시장은 그 정도에 머무르지 않죠. 추가로 많은 것을 연준에 요구하는데요, 그 중 하나가 당시 진행되던 양적긴축이었습니다. 그걸 멈춰달라고 했을 때 단숨에 거절하던 파월은 그 다음 FOMC에서 비굴한 모습으로 양적긴축을 중단하게 되죠. 그 기자 회견에서 금리 인하를 원하는 시장 앞에서 파월은 단호한 표정으로 생각도 하고 있지 않다라는 얘기를 합니다. 그러다가 19년 6월에는 비굴한 표정으로 금리 인하를 예고하고 그 해 7월부터 세차례 보험적 금리 인하에 돌입한 바 있습니다. 시장은 마치 해님 달님에 나오는 호랑이처럼… 할머니 역을 담당하고 있는 파월 의장한테 계속해서 요구하죠.. 금리 인상 멈추면 안잡아먹지… 양적긴축 멈추면 안잡아먹지… 금리 인하해주면 안잡아먹지.. 라구요.. 적어도 파월은 호랑이가 원하는 것을 던진 셈이구요… 그걸 받은 호랑이는 만족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죠… 우리의 호랑이는 그야말로 “만족을 모르는 넘”인 듯 합니다.
실제 점도표에서 3차례 인하를 찍어주자 시장은 환호합니다. 그러면서 저 멍청한 연준을 굴복시켰음을… 그리고 19년의 승전보를 기억하면서 시장은 바로 6차례 인하를 예상하고 있죠. 질문 하나 드려봅니다. 혹시 연준이 6차례를 인하해주면 시장은 만족할까요? 앞서 힌트를 드렸던 것처럼 만족을 모르는..ㅎㅎㅎ 9차례 인하를 예상하지 않을까요? 50bp 씩 팍팍 내려줘야 한다고 요구하거나…ㅎㅎ
그리고 19년의 흐름을 보면 양적긴축 역시 멈추어섰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깔짝 깔짝 매월 950억 달러씩 양적긴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거 상당히 불편한데요… 19년도와 같다면 금리 인하로 돌입하기 전에 양적긴축을 멈출 수 있습니다. 최근 역 RP에서 상당히 많은 자금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재무부가 장기 채권 대신 단기 채권을 발행한다고 하니.. MMF들이 역 RP 에 담아두었던 자금을 빼서 이런 고금리 단기채권 매입에 나섰기 때문이겠죠. 역 RP 금액이 앵꼬가 나면 그 때부터는 은행의 지급준비금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은행들의 지급준비금이 과거의 양적긴축과는 달리 크게 줄지 않았는데요… 만약 역 RP 가 앵꼬난 상황에서 양적긴축이 추가로 진행된다면 그 때에는 지급준비금 역시 일정 속도로 줄어들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럼 은행권이 어려워지면서 시중에 대출을 많이 못해주게 되니… 신용 경색으로 인해 실물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럼 금리 인하 이전에 미리 양적긴축을 종료해주는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양적긴축도 멈추고, 금리 인하도 대박으로 해주고.. 이게 지금 금융 시장의 참여자들이 연준에게 바라는 핵심일 겁니다.
그럼 여기서 질문이 다시 나오죠.. 완화적인 스탠스로 급선회한 파월과 연준은 대박 금리 인하와양적 긴축 중단이라는 요구에 응하게 될까요? 시장 참여자들은 그런 생각을 할 겁니다. 연준이 원한다 원하지 않는다는 중요하지 않다구요.. 왜냐하면 시장의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경기 침체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연준은 울며 겨자먹기로라도 그런 움직임에 따라야 한다고..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그거죠. 역사가 그것을 증명한다라구요.. 그래서 이미 연준이 그런 요구를 따른다 따르지 않는다를 떠나서 시장은 이미 그렇게 프라이싱을 하고 있죠. 과거의 패턴이 그랬기에 이번에도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양적긴축의 종료는 그냥 당연한 것이구요… 실제 금리 인하를 시장은 내년에 6차례 단행하면서 기준금리를 3.75~4.0%로 밀어내릴 것으로 보고 있는 거죠. 참고로… 연준은 점도표에서 내년까지는 4.5~4.75%를… 그리고 내후년(2025년)말까지는 3.5~3.75%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이미 내년 한 해 동안에 2년간 내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한꺼번에 반영해주고 있는 겁니다.
네.. 연준이 방향을 바꾸면 동상이몽이 해소되어야 하는데요.. 문제는 방향을 바꾸는 순간 더 멀어진 느낌입니다. 마치 다가서면 멀어지는 그런 느낌 아닌가요. 연준이 여기서 추가로 금리를 더 낮추면서 시장의 스탠스를 맞추려고 하면… 아마 시장은 더 많은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겠죠. 해님달님의 호랑이처럼..
파월의 대박 선물에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시장과의 괴리가 전혀 좁혀지지 않음을.. 그리고 달러와 금리의 급락 및 자산 가격의 앙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제압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연준의 비둘기들이 나섰죠. 윌리엄스는 기준금리 인하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하구요… 보스틱 총재는 내년 3분기까지는 기준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열광하는 시장은 이런 오락가락 코멘트에 반응하지 않죠. 그냥 너는 떠들어라.. 분위기로 대응하는 듯 합니다.
더욱 더 과열양상으로 치닫는 시장… 올해 마켓이 무언가 컨센이 만들어지는 순간 바뀌었던 흐름… 그런 흐름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감사합니다.
펌 ㅣ 어제 FOMC 회의에서 연준은 사실상의 피벗을 선언했는데요. 이제 남은 것은 언제 금리 인하에 착수하느냐일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가장 극적으로 움직인 것은 주식이 아니라 채권시장인데요. 그 가운데에서 장기채권 가격의 랠리와 장기금리 하락은 눈부실 정도였습니다. 지난 10월에는 장기채권 금리가 급등하면서 장단기 금리차가 줄었는데요. 최근에는 이것이 다시 늘어난 것이죠. 만약 내년에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면 다시 금리차가 줄텐데요. 지난 10월과는 성격이 다른 강세 우상향(bull steepen)이 되는 거죠. 대체로 불 스티프닝은 경기침체의 시작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여기에 대한 생각을 머니투데이에 기고했습니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3121414144920168&vgb=column&code=column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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