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님 에세이 ㅣ 어제는 비도 와서 그런지 차가 많이 막히더군요. 아마 이번 주와 다음 주 연휴가 많은 만큼 교통 정체도 상당히 심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설날 귀경길 마지막날 서울로 돌아오는 그 길의 교통 정체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겠죠. 몇 년 전에 설 귀경길에서 차가 많이 막혀서 지쳐있는데, 네비가 친절하게도 우측에 있는 인터체인지로 빠지면 30분 단축된다고 그 쪽 길로 빠지라는 안내를 해주던 기억이 납니다.
이게 왠 떡이냐 해서 그 쪽으로 빠졌는데요.. 와.. 그 인터체인지 빠져나오는데만 30분 넘게 걸렸었죠. 왜 그랬을까요? 네비가 후져서는 아닐 겁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 네비를 보고 의사결정을 하면서 그 인터체인지로 몰렸기 때문이겠죠. 아마도 평일 밤 11시 정도에 텅텅 빈 고속도로에서 네비가 해주는 조언은 대충 맞아떨어지더라도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고속도로에 올라와 있다면..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이 이 네비를 본다면… 전혀 새로운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겁니다.
요즘 금융 시장을, 특히 주식 시장을 보면 어떤 느낌인가요? 밤 11시의 텅텅 빈 고속도로일까요.. 아니면 설날 귀경길 오후 2시 피크타임의 고속도로일까요.. 어쩌면 지금 너무 많은 플레이이들이 시장에 진입해있고 하나 하나의 정보에 빛의 속도로, 그리고 풀려있는 거대한 돈의 힘으로 순식간에 반응한다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이럴 때 무언가.. 네비의 안내를 받고 움직이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소신껏 저만의 분산투자를 이어가는 것이 맞을까요.. 저는 후자가 맞지 않나 싶습니다. 그 때도 괜히 인터체인지로 빠지지 않고 그대로 고속도로로 갔으면 최소 30분은 먼저 도착했을 겁니다. 너무 하나 하나의 정보에 휘둘리지 마시고… 너무 자신감에 넘쳐서 쏠리는 쪽에 대해서도 충분한 리스크 관리를 해두시길 당부드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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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지난 주 금요일 에세이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로 인플레이션 관련 지표와 환율을 말씀드렸었죠. 환율은 엔화에서 보여졌는데요, 아직 BOJ는 통화 정책을 바꾸는데 상당한 망설임이 있는 듯 합니다. 대규모 양적완화를 통해서 일본의 은행들도 대출보다는 상당히 많은 자산을 쌓았죠. 그 자산을 흔들게 되면 어찌 되는지를 SVB를 통해 보았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겁니다. 그래도 계속해서 낮은 금리를 이어갈 것이라는 표현을 삭제했다는 점에서 향후 언제든 변화를 줄 수 있음을 시사했죠. 당장은 아니겠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시장이 예상하지 못하는 시점에 기습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봅니다.
환율은 추후에 더 말씀을 드리구요, 인플레이션 관련 지표를 보면 일단 PCE 지표는 헤드라인은 안정되는 흐름이지만, 여전히 Core PCE를 보면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을 주고 있죠. 물가 안정까지의 길이 생각보다 길어보인다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미시건대학교의 1년 기대인플레이션 지표가 발표되었는데요, 이게 4%대 후반으로 지난 4월 중순과 똑 같은 값으로 발표되었습니다. 당시.. 이게 과도하게 높아서 오류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두차례 연속이라면 그럴 가능성은 좀 내려놓아야 하겠죠. 네.. 시장이 환호성을 지르면서 탄탄한 흐름을 이어가게 되고.. 유가의 하락폭이 크게 줄어들게 되니까… 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다시금 크게 오르는 분위기죠. 그리고 5년 기대인플레이션 지표 역시 5개월 만에 꼬리를 들었죠. 인플레이션보다 무서운 것은 기대인플레이션입니다. 기대인플레이션 고착화는 인플레의 해결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길게 늘어지게 만들구요… 해결했다 하더라도 금새 재발하게 만드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인플레가 이슈가 된 지 벌써 2년이 훌쩍 넘어가는데요.. 무언가 교착 상태에 놓여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상황에서 FOMC를 맞이 하게 되는데요… 연준의 지금 물가에 대한 시각이 보다 매파적으로 바뀔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FRB 스토리가 빠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FRB라면 예전에는 연준을 말했는데요.. 지금은 First Republic Bank를 의미하죠. FRB는 사실 상 파산 수순으로 갈 수 밖에는 없을 듯 합니다. 아니.. 구제금융을 얼마든지 받을 수 있는데 왜 파산으로 가는가.. 라는 생각이 드실 수 있는데요.. 구제금융이 과거와 같이 제대로 된 양적완화는 아닙니다. 홍길동이 집을 하나 갖고 있습니다. 현금이 없는데.. 당장 빚을 갚아야 하는데 그 집이 팔리지 않는 거죠. 정말 힘겨워하는데 그 집을 연준이라는 아저씨가 사주면 현금을 확보해서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겁니다. 이게 양적완화라고 할 수 있죠. 연준이 시장 플레이어들이 갖고 있는 미국 장기 국채를 사들이는 겁니다.
그런데요… 사주는 것 대신에 이 집을 담보로 급전을 빼주면 이게 BTFP나 재할인창구 대출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급전 대출이 나가주면서 한숨 돌리는 것은 맞지만 재할인대출은 만기가 3개월이 채 안되구요.. BTFP는 1년짜리 대출이죠. 여기서 바로 그 질문 나올 겁니다. 3개월, 1년이 무슨 상관이냐… 앞으로 계속 연장 연장 연장 연장 연장 연장… 좋아질 때까지 연장 연장하면 되는데… 만기가 없는 거나 다름 없는 것이다…. 라는 질문 겸 반론이죠. 그럴 수 있는데요.. 쉽지 않은 것이요… 재할인 창구 대출은 5%구요, BTFP는 요거보다 조금 싼데요.. 4.9%정도 됩니다. 힘든 FRB가 연 5%에 급전대출 받아서 버티는 거죠. 그럼 생으로 이자를 부담하면서 버티는데요.. FRB 입장에서 이게 양적완화로 느껴질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
하나 더.. 이렇게 급전을 땡겨서 이자를 내더라도.. 이걸로 무언가 대출을 해주면 되는데.. 대출을 해줄 수가 없죠. 일단 대출 금리도 무지 높아야 할 거구요(급전으로 땡긴 금리가 높으니) 급전 대출이라 함은 은행에 돈이 없어서 땡긴 겁니다. 망할까봐.. 망할 것 같아서…. 언제든 돈 찾으러 올 수 있는데 여기 대응해야 하는데.. 이 돈으로 대출을 빼준다.. 이거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뱅크런이 아니라 엄지런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처럼 온라인으로 인출하니 빛의 속도로 돈이 빠지는 문제가 있는데요.. 빛의 속도로 빠지는 만큼 문제가 생겼을 때 구원군을 요청해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구원군이 오기 전에 죽을 수 있거든요.. T.T 그럼 답은 간단합니다. 미리 현금을 쟁여두어야 하는 겁니다. 그럼 비싼 금리에 예금을 땡기더라도…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그 현금을 대출해주는 게 아니라 쟁여두고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죠. 그럼 비싼 금리에 예금 땡겨놓고 그 이자를 부담하면서 앉아만 있는 거죠. 그럼 은행의 수익성은 무너지게 되겠죠. 가뜩이나 어려운데 돈을 벌 수도 없습니다. 구제 금융이 살아남을 시간을 늘려주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사실 상 의미없는 정책이 될 수 있죠.
FRB는 민간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대형은행들에게 FRB의 자산을 매입해줄 것을 제안했다고 하죠. 그럼 홍길동이 JP모건에서 집을 좀 사주면 안되겠냐고 말한 겁니다. 그럼 JP모건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당연히 사정이 어려운 홍길동이니 그 집을 헐값에 던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겠죠. 그런데… 와 제값을 다 받는 것도 모자라서 프리미엄 얹어서 팔겠다고 하는 겁니다 황당한 나머지 JP모건이 꺼지라고 했는데… FRB가 의도하는 것은 그거였겠죠.. 우리가 무너지면 얼마전에 대형은행들(JP모건 포함)이 FRB에 예치한 300억 달러 예금도 먼지가 될 수 있다구요. 이 자산을 비싸게 사주면 그 예금들도 보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무언가.. 어설픈 윈윈 제안.. 그런 분위기였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RB의 자산 매각은 실패했고, 사실 상 파산 절차에 돌입을 하는데.. 이번에는 파산을 하자마자 대형은행들이 FRB를 인수하도록 할 예정으로 나옵니다. JP모건 입장에서는 파산 이후에 저렴해진 가격으로 FRB를 인수할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는 이게 좀 안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대형은행들이 FRB를 지원하기 위해 300억 달러 예금을 해준 건데요.. 이걸 레버리지로 활용해서 추가로 지원을 받고자 하는 FRB의 딜이 나온거죠. 그렇다면 FRB 이후 다른 은행들이 힘겨워지면 과연 대형은행들이 이들을 FRB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300억 달러 예금하는 것처럼 지원을 해줄까요.. 제가 JP모건이라면 안해주려 할 것 같습니다. 지원을 안해주고 무너지려 할 때 싼 가격에 인수를 하는 방안을 더욱 고민하게 되겠죠.
그럼 지난 SVB사태 이후 FRB로 퍼져나갈 때 이를 사전에 끊어주었던 대형은행의 사실 상의 구제금융(?)을 앞으로는 기대하기 힘들 수 있겠죠. 민간에서의 자체적인 지원이 어려워지면… 은행 구제의 몫은 고스란히 정부와 연준으로 넘어가게 될 겁니다. 정부의 부담이 커지겠죠. 가장 좋은 방법은 최대한 빠른 속도로 문제를 해결해주는 겁니다. 은행이 무너지려 할 때 빛의 속도로 뱅크런이 나오는 만큼 정부는 빛의 속도로 대응을 해야죠. 그렇게 해서 파산을 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최소화되도록 조절해줘야 할 겁니다.
네.. SVB사태 이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앞으로도 미국의 중소형 은행은 계속해서 파산하게 될 듯 합니다. 미국 정부는 이런 은행들이 하나도 파산하지 못하도록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몇 개의 작은 중소형 은행이 파산하더라도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주는 일이 없도록… 시그널을 주고자 노력할 것으로 보이구요.. 이번 FRB의 케이스에서 실제 그렇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은행 리스크는 현재 진행형이지만 이 이슈에 대한 시장의 민감도를 약화시키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죠. 물론 내면에서는 곪아들어가지만 자산 시장은 해당 이슈에 대해 고민하지 않죠. 고민은 미국 정부와 연준이 하면 되는 것이구요.. 이들이 버벅거리는 사이에 시장은 피벗에 대한 기대를 한가득 머금고 있죠. 적어도 이제 금리 인상 사이클은 마무리 단계로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구요… 은행의 지급준비금이 부족해서 생긴 문제인 만큼 은행의 유동성을 말라붙게 하는 연준의 양적긴축(QT)가 오래 지속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겁니다. 다만 이 정도에 그치지 않죠. 연준 금리 선물 시장을 보면 내년 말까지 200bp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는데요… 지금의 시장은 내년 연말 200bp의 금리 인하 기대까지 머금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하시면 적절할 듯 합니다.
다소 과한 느낌이 있나요? 미래의 일을 알 수는 없지만 시장은 현재 이런 기대를 하고 있죠. 그리고 그런 시장의 기대가 현실화되는지에 대한 힌트를 이번 FOMC에서 조금 더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나간다는 데에는.. 금리 인상의 종점이 머지 않았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금리 인하로 빠르게 돌아서서 내년말까지 200bp인하를 한다는데에는 의구심이 큽니다. 그 정도 되려면 상당한 경기 침체와 금융 시장 충격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금융 시장이 환호하고 있는데 5~6월에 금리 인상을 끝내고 9월부터 바로 시작해서 200bp금리 인하를 한다.. 조금 독특한 케이스죠.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 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많이 드려왔던 비유죠. 혼나는 거 끝내는 줄 알고 울지 않고 버텼는데.. 때리는 입장에서는 울지 않으니까 더 때리는 그림.. 자산 시장과 연준의 동상이몽… 그리고 강한 기싸움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싸움 속에서 인플레이션과는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고 경기 침체 우려는 커지고 있죠. 에세이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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