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님 증시리뷰 ㅣ 마켓 분위기가 심상치 않네요. 달러 인덱스는 재차 105를 넘어섰구요, 10년 국채 금리는 4.3%를 돌파 후에 반락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4.25%를 상회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년 금리는 5%살짝 밑에 위치해있구요… 금리 자체가 얼마나 높으냐도 중요하지만…
그 금리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힘든 극기 훈련에 입소했는데 2박 3일이면 어찌 어찌 할 만 하겠지만 이게 한달 짜리다… T.T 아놔.. 그럼 답이 나오지 않죠. 당장은 금리가 올라도 어차피 경기가 안좋기에 내려올 것이라는 기대를 했던 시장에게는 높은 금리가 오랜 기간 유지되는 것에서 오는 실망감이 상당히 클 수 있습니다.
연준 금리 인상 확률을 보실 때.. 당장 9월 인상 확률 이외에도 보셔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연말까지 추가 금리 인상 확률을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새벽 현황으로 보면 다시금 한차례 추가 인상할 확률이 51%정도로 올라왔죠. 35%정도로 떨어졌다가 다시 고개를 드는 모양새입니다. 이건 단기 금리의 향방에 영향을 주겠죠. 그리고 언제 금리 인하가 시작될지에 대한 부분인데요.. 현재는 내년 5~6월 정도에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을 프라이싱하고 있습니다. 오늘 버전으로는 내년 6월.. 지금보다 금리가 밑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네요. 마지막으로 내년 말 금리가 어느 위치에 있겠는가… 현재는 4.25~4.5%로… 평균 4.4%를 보고 있습니다.
올해 말과 내년 말을 보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는요.. 지난 6월 FOMC 점도표가 발표되었을 때 시장의 반응 때문입니다. 지난 6월 FOMC 직전만 해도 시장에서는 올해 말에 금리 인하가 시작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었죠. 그리고 내년 말까지 꽤 많은 금리 인하를 기대했는데요.. 망할.. 6월 점도표에서는요.. 연내 5.5~5.75%까지 예상하는 위원들이 2/3정도 되었구요.. 내년을 보았을 때 4.5~4.75%...평균으로는 4.6%정도를 찍는 위원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이 점도표 처음 보았을 때 시장 반응은 ‘너무 무리하는 것 같은데…’였는데요… 지금은 얘기가 좀 바뀌었죠. 연내 5.5~5.75%의 가능성이 50%를 넘어선 것이구요.. 내년 말을 보면 현재 4.25~4.5%를 바라보고 있죠. 연준의 예상에 시장이 조금씩 조금씩 달려가는 모양새입니다.
이게 과거와 달라진 것인데요… 지난 2015년 이후의 흐름은 그야말로 연준 굴욕의 시간이었죠. 15년 6월에 금리 인상한다고 했다가 시장이 힘겨워하니 12월로 인상을 늦추었구요.. 16년에는 4번 인상을 주장했다가 깨갱하고 1회 인상에 그쳤죠. 여기에 한 번 연준의 앙탈이 있었던 것이 18년 하반기입니다. 이제 대충 많이 했으니까 그만 하라는 시장 앞에서 18년 12월 추가 인상과 함께 거기서도 추가인상을 예고하자… 산타랠리는 무신… T.T 큰 폭의 주가 하락이 나타났죠. 미국 금리 인상으로 중국의 타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애플의 중국 판매 얘기가 회자되었죠(지금과 비슷하네요.. 19년 1월 4일인가.. 그랬을 겁니다)… 그러면서 전체 증시가 빠르게 무너졌답니다.. 그리고 여기서 연준은 항복 선언을 하죠.
마치 해님 달님에 나오는 호랑이처럼… 금리 인상 멈추면 안잡아먹지… 양적긴축 멈추면 안잡아먹지… 금리 인하 하면 안잡아먹지… 양적완화 조금만 해주면 안잡아먹지… 이렇게 흘러왔던 거죠. 그 때마다 번번히 연준은 항복을 하면서 시장이 원하는 것을 해주었던 겁니다. 그러니.. 시장은 그 아름다운 기억을 생각하고 있죠. 부루마블 게임에서 파산할 것 같으면 씨앗 은행에서 돈이 쏟아진다는 그 기억을… 그러니.. 파산 걱정할 것 없으면 전 세계 국가들을 갈 때마다 호텔을 지으면 되겠죠.. 설명서에 나오지 않는 씨앗은행 양적완화 룰을 알고 있는 게 최선이었던 겁니다.
그런데요.. 지금은 분위기가 반대입니다. 인플레가 창궐한 이후.. 21년 하반기에 연준은 연내 테이퍼링을 예고했고.. 시장은 믿지 않았었죠. 22년 5월 빅스텝 금리 인상을 예고해도 믿지 않았고… 23년 7월에는 두 차례의 자이언트 스텝 금리 인상이 이루어지자.. 이제 다 왔다는 확신을 가지면서 잭슨홀 직전까지 강한 랠리를 보였던 바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 말만 해도 4.5~4.75%면 다 된다거다..라고 했다가 밀리고.. 밀리고.. 밀리고.. 밀리고.. 연준이 더 인상한다고 하면 믿지 않다가… 현실화되면…이제 다왔다고 조금만 견디자고 위로하는 형국으로 이어져왔던 것이죠.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탄탄하면… 이걸 잡아줘야 합니다. 그런데… 이걸 잡는 과정에서 성장이 둔화되는 것이 걱정인 것이죠. 월러 형님이 이틀 전에 나와서 했던 얘기 중에 이런 얘기가 있죠. 금리 인상 한 차례 더 한다고 성장이 크게 둔화될 것 같지는 않다.. 라구요.. 물론 연준이 오판하는 것일 수 있구요(저 역시 오판이라고 봅니다)… 이는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으면… 성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는 만큼 한 차례 추가 인상 옵션이 가능함을 논하고 있는 겁니다.
9월 FOMC에서는 금리 동결이 유력합니다. 속도 조절 차원에서라도 인상한다면 11월이나 12월이 되겠죠. 그런데요.. 동결과 함께 3,6,9,12월에 발표되는 경제 전망을 주목해야 하겠죠. 성장률 전망이 상향 조정되면… 그리고 물가 전망이.. 지난 번처럼 끈적거리게 나오면… 그리고 점도표에 변화가 있다면… 이번에는 시장이 조금은 우려스러운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연준이 말하면 안믿고 오버하신다고 했던 시장이.. 채권 시장을 필두로 해서 조금씩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는 듯 하네요. 이번 주말 에세이에서는 “오래된 미래… 국내 금리”에 대한 얘기를 드려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0년이었죠. 금융 위기 이후 전세계가 그 상흔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력을 다하던 때였습니다. 당시 연준 버냉키 의장은 양적완화 등으로 인한 미래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 고민을 많이 했었음에도 경기 둔화를 우려, 2차 양적완화에 돌입했죠. 하지만 유로존은 달랐습니다. 돈을 마구 푸는 것이 결국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유동성 마약과 같은 효과를 만들어낼 것을 우려했던 것이죠. 그래서 ECB는 2010~11년에 걸쳐 2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죠. 참고로 2010년 5월부터 유로존은 그리스 사태를 비롯, 재정 위기의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음에도 ECB는 금리 인상을 단행했던 겁니다. 그리고 2011년 유로존은 PIIGS사태라고 불리우는 전면적인 유럽 재정 위기의 파고에 휩쓸렸구요… 그 해 LTRO라는 양적완화 비스무레한 것을 실시하고… 그것으로도 답을 못찾은 나머지 2015년에 전격적으로 양적완화에 돌입했죠.. 그리고 미국보다 더 오랜 기간 진행했던 바 있습니다.
당시 추가로 돈을 풀면서 경기를 자극했던 미국 경기는 2013년을 거치면서 뚜렷하게 개선되기 시작했지만 유로존 경제는 2017년이 되어서야 회복되기 시작했구요, 지금은 미국과 유럽의 격차가 보다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2016년 있었던 브렉시트 때문이다.. 라는 얘기를 해주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브렉시트 역시 유로존 내 장기적인 경기 둔화 우려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원인이라기보다는 유로존 경제의 약화로 인해 “이 길이 아닌가벼”라는 생각에서 나온 정책 변화라고 보는 것이죠.
철 지난 얘기를 하는 이유는요.. 2010년의 갈림길에서 돈 풀기를 택했던 미국과 부채의 추가 확대를 막으려던 유럽의 이야기는… 디레버리징.. 돈 풀기의 유혹에서 벗어나 부채 줄이기로 돌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지금 이런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는 국가가 어디 있을까요… 대표적인 곳이 지금의 중국이 아닐까 합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그런 부동산을 담보로 추가로 차입을 해서 각종 인프라 투자 및 도시 건설 등에 유동성을 투하했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지난 20여년 고속 성장을 해왔는데요..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한 우려와 너무나 크게 늘어난 부채를 보면서 중국 당국은 디레버리징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죠. 그래서 2020년 코로나 사태 직후에도 다른 국가들이 양적완화 등에 나서면서 적극적인 부양책을 진행했던 반면, 중국은 그들처럼 “대수만관”하지 않겠다.. 즉 댐을 열어서 마구잡이로 돈을 풀지 않겠다.. 라는 얘기를 하면서 버티기에 들어갔었죠. 그리고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강한 규제를 단행했습니다. 그리고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었고… 이는 중국 경기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죠. 우리가 만나는 헝다 사태, 비구이위안 사태 등은 이런 중국의 디레버리징의 결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당시 과감한 부양책을 사용하면서 충격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미국과… 디레버리징에 돌입한 중국.. 2011년의 데쟈뷰가 되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요.. 조금 당혹스러운 것은… 디레버리징을 통해 중국 부동산 가격의 상승 및 부채를 억제하게 되면 그만큼 성장이 둔화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성장의 둔화를 다른 무언가의 성장으로 메워주면 되는데요.. 그걸 찾지 못하면 유로존처럼 고전할 수 있죠.
중국 당국은 2020년 11월 알리페이 상장을 막으면서 IT민영기업 들에 철퇴를 가했구요.. 당시 교육 관련 사업 역시 크게 흔들어놓았습니다. 그리고 부동산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죠. 민영 기업들을 흔들면서 국영 기업에 힘을 실어주는 이른 바 국진민퇴가 뚜렷해지면서… 생산성 낮은 국영 기업들은 크게 타격을 받지 않았지만… 실제 고용 창출도 많이 하고 생산성도 높은 민영기업들은 매우 힘겨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텐센트나 알리바바 주가를 봐도 느낌이 팍 오죠.. 그리고 내수가 어려우면 수출이라도 잘 되어야 하는데… 미국과의 기술 분쟁 등으로 인해 고립이 되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었죠. 다른 쪽의 성장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디레버리징이 주는 부담은 상당할 겁니다.
이후 뒤늦게 중국 당국은 경기 부양에 나서게 되는데요… 금리 인하, 지준율 인하, 예금금리 인하, 인지세 인하 등의 정책을 도입해도 그리 큰 효과를 보이지 못했죠.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돈을 푸는 정책을 쓰게 되면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를 높이게 됩니다. 그리고 경제 체제 자체에 퍼져있는 불안감 때문에 중국인들의 저축이 소비로 이어지지 못하게 되니.. 단순히 금리를 인하해준다고 해서 해결되지는 않죠.
그러자.. 이번에 나온 대책은 1선 도시 부동산 매입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는 거였죠. 외지에서 온 사람들에게도 베이징이나 상하이 부동산 매입을 할 때 첫 주택 구입의 혜택을 주는 대책인데요… 마치 올해 상반기 서울 강남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크게 반등한 것처럼… 사람들이 갖고 있는 관심도가 컸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 기사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다른 정책 대비 파괴력은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기사 인용합니다.
“대출 풀었더니 ‘집 사자’… 베이징 주택 거래 ‘두배 급증’”(머니투데이, 23. 9. 4)
“첫 주택 기준 완화에 中 부동산 부활… 거래량 두 배에 24시간 상담도”(연합인포맥스, 23. 9. 4)
이번 대책 중 하나로 예금 금리를 낮추는 정책이 있었는데요.. 예금 금리를 낮추게 되면 예금 보유자들의 혜택이 줄어들게 됩니다. 예금의 매력이 낮아지는 것이죠. 그 반대편에서 부동산 부양책을 쓰게 되면 미래 자본 소득에 대한 욕구를 자극하게 됩니다. 네.. 어떻게든 중국 개인들의 잠겨있는 저축을 끌어내려는 것인데요… 이게 소비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그래서 그 소비를 통해 수익을 내려는 기업들의 욕구를 자극해서 투자를 끌어내는 게 아니라.. 일단 급한 부동산으로 향하는 케이스가 되죠.
다시 한 번 느끼는 것이지만.. 디레버리징의 고통은 정말 상당한 듯 합니다. 먼 옛날에는 풍요와 빈곤이 반복되곤 했는데요.. 이제는 풍요 이후에 찾아오는 빈곤을 견딜 자신이 없는 것이죠. 그럼 그 빈곤을 풍요로 바꾸기 위해서는 미래의 소득을 땡겨와서 메워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게 바로 부채의 확대일 겁니다. 여기서 벗어난다.. 쉽지 않은 얘기죠. 마치 2010년 미국과 유럽이 갈림길에 섰던 것처럼 돌아보면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의 갈림길에 미국과 중국이 서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다만 한 가지 변수는 존재하죠. 2010년에는 그렇게 돈을 풀었어도 인플레는 찾아오지 않았는데요.. 지금은 인플레가 찾아왔습니다. 반면 중국은 인플레를 겪지 않고 있죠. 디플레 압력이 워낙 강할 때 적용했던 돈 풀기는 효과적이었을지 모르지만.. 인플레가 현실화된 지금은 어떤 미래를 만들어낼지… 속단해서는 안될 듯 합니다. 조금은 큰 그림에서 중국의 대응을 생각해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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