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뉴스

트럼프, 다시한번 대통령 출마한다.

반응형

<"다시 대선 나온다"…트럼프가 쫓기듯 출마 암시한 이유는?>

● 더 독해질 시즌2 예고한 트럼프…"다시 출마한다"

- 의회 폭동을 선동했다는 불명예를 안고 워싱턴DC를 떠났던 트럼프는 퇴임 이후, 워싱턴DC에서 대중 행사를 한 적이 없었음. 걸어 다니는 논란 덩어리 트럼프 전 대통령이 DC에 들어오면 격렬한 찬반 집회가 열릴 게 너무 뻔 한데다, (실제로 이번에도 찬반 집회가 열렸음) 바이든의 홈그라운드에 들어와서 집회를 하는 것 자체가 현직 대통령에 대한 도발이라는 정치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 26일(화)은 트럼프뿐만 아니라 이제는 경쟁자가 돼 버린 펜스까지 다시 돌아와 워싱턴DC에서 대중 연설을 하는 주목할 만한 날이었음.

- 트럼프 2기의 ‘그림자 내각’이라고 불리는 싱크탱크 AFPI (America First Policy Institute)가 주최한 행사에서 트럼프는 1시간 반 넘게 연설을 했음. 오랜만에 전체 연설을 들어봤는데, 그가 대통령 시절보다 훨씬 독해졌다고 느껴졌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원래 남들이 쉽게 말로 내뱉지 못하는 걸 마구 내지르면서 지지층을 끓어오르게 하는 연설을 구사함. 쉬운 어휘를 쓰면서 가끔 몸개그를 섞어가며 지지층이 좋아할 말을 내지르는 그의 화술은 워싱턴 정치를 오래한 사람들이 흉내 내기 어려운 것이었음. 이번 연설의 전체적인 형태는 기존 트럼프 연설과 유사했지만, 바이든 집권기를 지옥으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기존보다 더 격해졌음. 바이든 치하에 미국은 ‘주사바늘이 거리에 나뒹굴고’, ‘무고한 희생자들의 피로 가득차 있는’ 생지옥이었음. 대선 불복에 대한 생각도 전혀 변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음. 경제, 치안, 국경 문제 등 바이든의 실정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모든 것이 완벽했던 자신만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

- 특히 홈리스들을 도시 외곽으로 재배치하고, 이민자 범죄는 추가 처벌을 하며, 불심 검문도 부활시키겠다고 공언. 또 의회 폭동을 조사하고 있는 의회 청문위원들을 정치꾼과 깡패들(Hacks and Thugs)이라고 표현하며 적개심을 표시. 남성들이 여성팀에서 뛰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자신을 비판했었던 농구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여성팀에서 뛴다면 역사상 최고의 팀이 될 것이라고 비꼬기도. LGBTQ 커뮤니티까지 싸잡아 비하하면서 자기 지지층에 호소하겠다는 의도. 집권 2기가 되면 생각하는 걸 행동으로 옮기겠다는 의지가 강해보였음.

- 사실 정말 많은 말을 했지만, 이번 연설의 핵심은 "다시 출마한다"는 것 한가지. 처음 출마했을 때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두 번째 출마했을 때 수백만 표를 더 얻었는데, 아마도 다시 출마해야할 것(We may just have to do it again)이라고 선언. 아직 공식 대선 출마 선언은 아니지만 조만간 대선에 나오겠다는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음.

● "집중하는 분야가 달랐을 뿐"…트럼프 말도 못 꺼낸 펜스

- 지난해 1월 6일, 의회 폭동 당시 가장 위기에 처했던 인물은 펜스 전 부통령이었음. 트럼프는 펜스가 의회에서 선거 결과를 최종 확정하면서 '트럼프 승리'라고 간단하게 뒤집을 수 있다고 계속 우겼었음. 충직한 넘버2였던 펜스였지만, 이 지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었고 선거 결과는 의회에서 최종 확정됐음. 이 결과에 흥분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해 '펜스를 교수형에 처하라'고 외치며 찾아다녔던 아찔한 상황이 있었음. 그가 만약 시위대에 포위라도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아무도 알 수 없음. 그는 정말 간발의 차이로 시위대를 피해서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음.

- 트럼프와 어느 정도 거리를 뒀던 펜스는 지난 2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틀렸다. 나는 대선 결과를 뒤집을 수 없다"고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도 했음. 너무나 당연한 얘기였지만, 말 잘 듣던 펜스가 이정도 발언을 하는 건 대단히 놀라운 일이었음.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기 때문에 차기 대선을 두고 본격적인 경쟁을 각오한 것으로 보였음.

- 오늘 연설에서 펜스는 "어떤 이들은 과거에 초점을 두지만, 선거는 미래에 관한 것"이라면서 "보수주의자들은 미국을 되찾아오기 위해 미래에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발언. 트럼프를 직접 거론하지도 못하고는 오히려 트럼프 시대를 추억하는 듯 한 말을 늘어놓기도 했음.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성취에 대해서 대단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대통령과 나는 정책에서 차이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면서 "집중하는 분야가 달랐을 뿐"이었다고 강조.

- 트럼프 지지자들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자기표로 끌어오고 싶다는 의도는 느껴졌지만, 무색무취하면서 애매모호한 화법으로 트럼프와 대선 레이스에서 차별화가 가능할까 의문이 들었음.

공화당 지지자 가운데 트럼프 지지율은 49%, 펜스는 6%에 불과함(뉴욕타임스, 7월 12일 발표) 압도적인 트럼프 앞에 펜스는 여전히 부통령 러닝메이트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것일까 생각이 들 정도였음.  

● 측근까지 칼날 겨누는 검찰…"책임자는 누구든 기소"

- 의회 폭동에 대한 연방 검찰 수사가 트럼프 측근까지 다가왔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음. 뉴욕타임스는 지난 4월 검찰이 트럼프 측근들의 통화 내역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 워싱턴포스트는 펜스 최측근들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익명 취재원을 인용해 공개.

이제는 검찰 소환장에도 트럼프에 유리하게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고 시도했던 사람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것이라는 문구가 등장하고 있음. 검찰의 칼날이 트럼프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정황이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음.

- 이런 상황에서 갈랜드 법무장관이 NBC 뉴스 메인 앵커인 레스터 홀트와 단독 인터뷰를 했음. 이런 미묘한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과 인터뷰는 다분히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도. 미국 언론의 모든 관심사가 '트럼프 기소'에 맞춰져 있는 상황에서 관련 질문이 쏟아졌는데, 갈랜드 장관은 "1월 6일 사건에 법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라도 기소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강조.

사실 미국 검찰의 수사 속도는 우리 기준으로 보면 대단히 느리다고 느껴짐. 지난해에는 의사당에 진입한 사람 840명 넘게 기소했는데, 올해 들어서야 대선 불복에 관여한 인물들에 대한 수사를 착수한 것. 미국은 현직은 물론 전직 대통령까지 형사 기소한 전례가 없음. 갈랜드가 트럼프를 기소하게 되면 첫 사례를 만드는 셈. 현 정부의 정치적인 라이벌을 기소해 수사권을 남용한다는 말이 나오는 걸 극도로 꺼리기 때문. 갈랜드의 발언은 이 첫 사례를 쓸 수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음.

- 트럼프가 더욱 조급한 건 이런 이유일 가능성이 큼. 중간 선거도 안 끝난 상황에서 자꾸 재선 출마를 언급하는 건 사실 너무 빠른 감이 있음. 하지만 일단 출마 선언을 해버리면 재선 출마가 당연하게 생각되는 바이든의 대선 라이벌이 돼버림. 연방 검찰이 트럼프를 기소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공화당은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갖추는 셈. 수사를 둘러싼 트럼프와 검찰의 수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중.

- 이번 수사는 정치적으로는 더욱 셈법이 복잡. 만약 연방 검찰의 기소로 트럼프의 출마가 막히는 상황이 되면 정치적으로 바이든은 더욱 불리해질 가능성이 매우 커짐.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 바이든이 재선에서 상대할 수 있는 가장 만만한 상대는 아이러니하게도 흠결이 많은 트럼프. 그럼에도 상당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을 이긴다고 나오고 있는데, 그래도 뉴욕타임스 가상 대결에서 바이든이 간신히 트럼프를 이긴다고 나오기도. 플로리다에서 지지세를 확대하고 있는 주지사 드산티스가 어부지리로라도 대선 후보가 된다면 바이든은 훨씬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음.

순전히 정치적인 셈법으로만 본다면 의회 청문회에 검찰 수사까지 트럼프를 때리는 건 좋지만, 그렇다고 출마를 못하는 상황이 온다면 바이든에게는 호재가 아닌 셈. 하지만 바이든이 이런 내색조차 할 수도 없고, 미국 검찰이 이런 배경을 의식하고 수사를 할 수도 없음. 바이든에게는 트럼프가 나오든 나오지 않든 어려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음.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