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부동산 가격은 어떻게 경제에 해를 끼칠 수 있는가?>
등록일 : 2022. 7. 30. (토)
이것은 최근 Economist에 실린 해설 기사의 제목 “How high property prices can damage the economy?”를 그대로 번역한 것입니다.
이 기사는 높은 수준에 있으면서 계속 상승하는 부동산 가격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최근 연구들의 결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비록 분배상의 측면에서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자원배분의 효율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분석 결과이지요.
그렇다면 이 연구들은 왜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가져온다고 보는 것일까요?
부동산 가격 상승은 생산적인 투자를 구축하는(crowd out) 결과를 가져와 자본의 비효율적 배분을 초래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기업이 보유하는 부동산이나 개인이 보유하는 부동산이나 그 가격이 크게 오르면 모두 이런 비효율적인 결과가 초래된다고 말합니다.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좋은 담보 대상이 되기 때문에 그것의 가격 상승은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일수록 더욱 돈을 빌리기 쉬워지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반면에 성잘 잠재력이 커서 부동산보다 무형자산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돈을 빌릴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됩니다.
이와 같은 구도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분명 어긋나는 일입니다.
2018년 도어(Sebastian Doerr)에 의해 수행된 실증분석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 중 담보로 잡힐 수 있는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일수록 더욱 돈을 많이 빌리고 더욱 많이 투자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들이 다른 기업들에 비해 더욱 성장 잠재력이 크지 않은데도 단지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우대를 받았다는 데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들어맞는 구도임을 알 수 있습니다.
관련 연구는 개인이 소유하는 주택 가격이 급격히 오르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이 초래된다고 지적합니다.
이 상황에서 금융기관은 주택담보대출을 크게 늘리는데, 가용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이는 기업에 대한 대출 감소로 이어지게 됩니다.
2018년에 미국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한 연구에 따르면 주택가격이 표준편차만큼 상승한 지역의 은행지점은 기업대출의 증가폭을 42%나 줄였다고 합니다.
그 결과 이에 영향을 받은 기업들의 투자가 21%의 폭으로 크게 줄어들었다고 하구요.
이 기사는 결론 부분에서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몇 가지 정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효과가 클 수 있는 정책은 부동산에 세금을 중과해 그것의 가격이 낮아지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되면 담보로서의 부동산의 가치가 줄어들게 될 테니까요.
흥미로운 점은 부동산에 대한 세금의 중과가 18, 19세기 영국의 사회개혁가들이 좀 더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추진했던 정책이라는 사실입니다.
당시의 영국 사회에서는 토지 소유로부터 나오는 지대가 점차 벌어지는 빈부격차의 주원인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경제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부동산에 대한 세금 중과를 논의할 때가 온 것이지요.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주택가격의 급격한 상승이 빈부격차를 크게 벌려놓는 비극적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전 인구의 거의 절반이나 되는 무주택자와 주택을 몇 채씩 보유하고 있는 부유층 사이에는 태평양의 마리아나해구만큼 깊은 심연(深淵)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물론 비생산적인 주택 투자가 지금까지 설명한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초래한 측면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크구요.
이와 같은 비극적 상황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없는 윤석열 정부를 보며 절망감을 느끼는 것이 비단 나 하나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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