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상황이 절대 위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국정 운영에 제동이 걸리고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와 국정감사에서 더욱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벗어날 길이 있겠는가?
과거 약 20년 간 현실정치분석을 했다. 방송에 나가고 칼럼을 쓰고 강연을 하고 토론을 했다. 그러나 최근 10년간은 거의 하지 않았고 지금은 아예 잊고 산다.
그런데, 지금 미증유의 정치적 위기가 시작되었다. 정권의 위기로 시작되고 있지만 곧 나라에도 위기가 될 것이다. 타개책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성격을 먼저 살펴보자. 위기는 성격에 따라 크게 정치적 위기, 경제적 위기, 사회적 위기 세 가지로 구별된다. 위기의 소재에 따라 내부적 위기와 외부적 위기, 국내적 위기와 국제적 위기로 나뉘고, 원인에 따라 상황적 위기, 정책적 위기, 구조적 위기로 나뉜다.
지금 위기는 경제 상황이나 사회적 갈등과 무관한 정치적 위기다. 해외의 국제적 분쟁이나 경제갈등이 없으므로 순수한 국내적 위기다. 야당의 도전이나 국회의 갈등이 없으므로 내부적 위기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외적 자극에 의한 위기가 아니라 자기 내부의 상황에서 비롯된 자발적 위기다. 위기를 자발적으로 일으키는 경우는 없으므로 이 경우에는 자멸적, 자해적 위기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어떤 대책이 가능할까? 외부의 도전이 없는 상태이므로 해결이 어렵지 않을 것 같기는 하다. 다만, 아무 이유 없이 위기에 직면한 것이어서 답을 찾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특히, 내부의 실력이 부족한데서 비롯된 문제라면 답을 알아도 대책을 마련해서 실천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몇 가지 선택 가능한 대안을 모색해보자.
첫째, 정기국회 이전에 당정의 전면적인 교체와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출범 80일만에 국정 지지율이 28%로 주저앉았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비정상이고 무책임하다.
국무총리를 비롯해서 장관 일부와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비롯해서 수석 일부는 마땅히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여기서 사람을 거론할 필요는 없겠다. 대통령의 역할은 아니지만 당도 정비해야 한다.
둘째, 대통령은 걷는 연습과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미안한 말이지만 꼭 그렇게 해야 한다. 그리고 질문받고 5초 지나서 답변해야 한다. 충분히 생각한 후에 답변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나라의 정책은 장학퀴즈가 아니기 때문이다. 도어스테핑은 중단하고 정책은 대통령실이나 장관실을 통해서 제도적으로 안정감 있게 하는 것이 좋다. 대통령 부인의 역할은 최소한으로 하고 가급적 드러나지 않도록 한다.
셋째, 전임 대통령과 전임 정부의 일은 잊어야 하고 비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자기 정책을 몇 가지 띄워야 한다. 대통령이 즉석에서 정책적 사안을 지시하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지금 진행중인 정책에도 즉흥적이거나 성과가 불확실한 것이 있다.
넷째, 야당의 존재를 인정하고 국회와 적극 협력해야 한다. 지금은 삼권이 완벽하게 분리된 상태이고 대통령의 권한은 국회에 미치지 않는다.
그런데도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국회와 야당을 외면하면 입법과 예산은 물건너 간 것이 된다. 곧 시작될 정기국회에서 국회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실감하게 될 것이다.
다섯째, 생각 몇 가지를 바꾸어야 한다. 전임 정부와 대결하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검사를 중용하는 태도도 버려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상일을 너무 쉽게 보는 안이한 태도도 고쳐야 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일에는 다 역사가 있고 나름대로의 노력과 갈등 속에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누군가 갑자기 대통령이 되어 설거지한다고 일거에 정리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소통하고 설득하고 타협해야 한다.
이상의 다섯 가지 제안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대통령이 정치적 경험이 짧아서 발생하는 문제도 있으니 고칠 수 있는 것은 지금이라도 고치는 것이 좋다. 아마도 고친 만큼 효과가 날 것이다.
다만, 하나의 우려는 있다. 이미 위기가 현실화되었고 위기의 한가운데로 접어든 상황에서 방향전환이 가능할지 의문이고, 설령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동원 가능한 지원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현 정부의 인적 범위가 너무 좁기 때문에 적임자를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만약, 이 점을 인정하고 대안을 구상한다면 정부가 야당 및 정치권 바깥에서 넓게 인재를 등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종의 사실상의 연립정부를 말하는 것이다.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고단위 정치적 처방이므로 무조건 강요하기는 어려운 처방이다.
이미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는 것처럼 정부가 처한 위기는 사건이 없고 이유가 없는 위기다. 앞으로는 사건이 생기고 이유가 만들어질 것이므로 점차 더욱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아무런 대책도 없어보이는 만큼, 그래서 자멸적이고 자해적인 성격이다. 그러므로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처방은 파격적이어야 할 것인데 그 기한은 일차적으로 8월 한 달일 것이다.
그리고 9월 정기국회에 대응하는 것이 순리적이다. 정기국회를 현 상태에서 치른다면 그 다음의 대책은 12월 상황을 보면서 판단해야 할 것인데, 지금 예상으로는 처방의 단위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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