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윤석열은 왜 펠로시를 만나지 않았을까?
고위급이 만나면 날씨 얘기나 하는 게 아니다. 어젠다에 관한 자신의 입장(그게 아무리 충분히 상상 가능한 거라도) 분명하게 전달하고, 상대방의 입장과 생각을 확인하고 조율하는 거다.
물론 조율에 실패하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각자의 입장이 확고할 때 일어나는 일이다.
2.
그런데 중국과 미국이 대립하고, 대만과 반도체, 중국시장, 일본과 미국의 돈독해지는 관계 등등 moving parts가 많은 한국의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분명한 방향을 결정하는 건 엄청난 공부가 필요한 일이다. 대통령이 전문가에게 듣는 공부가 아니라, 이 문제를 두고 정부 내에서 다양한 입장을 듣고 여론까지 포함해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아주 어려운 문제다.
물론 평소 생각을 많이 한 준비된 지도자들은 자신의 가치관, 국가관이 분명하기 때문에 결론을 내는 게 어렵지 않다. 김대중 대통령 같은 경우가 그렇다. 겪어본 적 없는 상황이 터져도 평생 지켜온 철학이 분명했기 때문에 국가의 미래에 분명한 견해가 있었고, 누구와도 이야기할 수 있었다.
3.
그런데 윤석열의 국정 철학과 비전이 뭔지 아는 사람이 있나? 없어서 그렇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응징으로 뽑은 사람이지, 미래에 대한 비전이나 철학으로 뽑은 사람이 아니다. 처음에는 민주당 사람들이 자기네 편인 줄 알았고, 지금도 꼴보수는 “저거 가짜 보수”라고 할 만큼 색깔이 불분명한 사람이다.
편이 분명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매버릭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존 매케인은 아무도 “우리 편”이라고 자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의 원칙과 철학이 분명했기 때문에 양쪽 모두에서 존경을 받았다.
반면 윤석열이 색깔이 없는 건 고민의 결과가 아니라 그냥 철학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 둘은 다르다.
4.
물론 색깔이 없는 사람도 특정 기능을 잘 수행할 수는 있다. 하지만 국정 운영은 다르다. 철학이 없으면 모든 문제가 어렵다. (가려는 방향이 없으면 지도와 나침반이 아무리 좋아도 방황하는 건 당연하다.)
취학 연령을 두고 벌어진 촌극의 원인이 대통령실과 교육부의 소통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진짜 원인은 윤석열이 이 문제를 배우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이 많으니 정보가 부족한 게 아니다. 대통령 본인이 지향점이 없으니까 학습이 느리고, 그 느린 학습과정에서 지시가 나가니까 시시각각 다른 얘기가 나오는 거다.
5.
펠로시 방한으로 돌아가면,
펠로시는 현안을 잘 파악하는 정치인이고, 그 이유는 그 사람의 가치관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사람이 좋은 정치인이라는 얘기도, 한국에 유리한 사람이라는 얘기도 아니다. 그냥 생각이 맞건 틀리건, 확고한 지향점이 있기 때문에, 현안(변수)을 넣으면 답이 나오는 사람이다.
윤석열은 ”대통령이 반드시 경제를 잘 알아야 경제가 잘 되는 건 아니라”고 하던 사람이다. 그런 대통령이 과거에도 있었다. 김영삼은 “머리는 빌려도 몸은 못 빌린다” 그냥 조깅만 열심히 하는 단순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김영삼은 나라를 말아먹어도 하려는 건 분명했다.
그런데 윤석열은 철학의 부재로 학습이 느린데, 그게 드러나는 걸 무척 싫어한다. (그렇게 자랑하는 도어스테핑이라는 게 기자들에게 자존감 낮은 대통령이 짜증내는 시간 같다.)
6.
그래서 윤석열은 왜 펠로시를 만나지 않았을까?
숙제가 안 되어 있던 거다. 그냥 예방 정도면 만날 수 있었고 무기 세일즈 같은 거면 할 수 있는데, 펠로시는 한국의 미래가 걸린 문제로 윤석열을 설득하러 오는 거였다. 그런데 자신은 이 문제에 대한 확고한 생각도 없고, 공부도 되어있지 않으니 끌려다니다가 중대한 실수를 할 게 분명했다.
중국 시장과 안보 동맹 사이에서 뭘 해야 하는지 답이 나오지 않았는데 무서운 선생님이 숙제 검사를 하러 오니까 숨은 거다. (사법고시 떨어질 거 같으니까 대충 쓰고 나가서 술 마셨다는 얘기와 비슷한 작동방식) 다들 윤석열이 나라 망신시켰다고 욕하지만, 윤석열이 펠로시와 만났으면 더 망신스러운 일, 국가적 손해가 있었을지 모른다.
https://m.blog.naver.com/whwkdns2/222840313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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