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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뉴스

전기차의 새로운 방향 규제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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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전기차의 원가 절반 이상은 배터리가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의 출고 가격을 절반 이하로 하는 대신 배터리를 구독하게 하는 모델은 얼마나 효용가치가 있을까?

예를 들어 배터리를 포함한 전기차 가격이 6천만원 정도라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배터리 가격이 3천만원 정도라고 가정해보자. 어떤 회사에서는 배터리는 어차피 소모품이니까 배터리는 구독하고, 출고가를 3천에 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렇다면 회사는 대충 배터리 구독료를 얼마로 잡을까?

잉크젯 프린터를 생각해 보자. 잉크젯 프린터는 시중에서 대략 10만원 내외로 구할 수 있다. 그리고 '정품' 잉크는 대략 2-3만원 정도 한다. 정품 토너는 한 통에 대략 5백매 정도를 인쇄할 수 있다. 하루에 한 두 장 정도 인쇄하면 1년 정도 쓰는 셈이다. 이러한 계산을 근거로, 구독만으로 수익이 보장되려면 배터리 구독료는 연간 500만 정도 잡으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구독 7년차로 접어드는 순간부터는 원래의 전기차 가격을 초과하게 된다. 문제는 그 이후에도 자신이 '소유'한 전기차를 계속 몰기 위해서는 배터리를 계속 구독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독 13년차로 접어들면 초과한 배터리 구독료는 3000만원이 된다.

잉크젯 프린터 같은 경우에는 그나마 사제 잉크 토너를 어쨌든 활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잉크젯 프린터 제조회사는 사제 잉크 토너를 사용했다가 프린터가 망가질 경우 교체해주거나 무상으로 수리해주지 않는다. 그래야 두 배 이상 비싼 정품 토너가 시장에서 계속 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배터리 구독 시장도 마찬가지다. 분명 비싼 구독료를 감당 못 해서 사제 배터리를, 그것도 아마 재생배터리를 사용하는 오너들이 나오기 시작할텐데, '정품' 인증을 못 받은 배터리를 장착하여 타고 다니다가 화재가 나거나 차가 고장나거나 전기 계통이 심각하게 타격을 입으면 아마도 제조사는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야 자사의 '구독' 수익 모델이 보장될 것이기 때문이다.

구독을 할 때 하더라도, 그 구독하려는 물품이 필수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내비게이션을 구독한다고 했을 때, 구독을 어느 순간 포기하더라도 티맵 같은 대체재가 있으니 운행에는 큰 지장이 없는 것이 정상적인 방식인데, 티맵이 차안에만 들어오면 먹통이 되게 만드는 것은 비상식적인 이야기다. 심지어 운전하다가 갑자기 먹통이 되게 만들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 자사의 내비를 구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발뻄을 한다면, 과연 그 회사가 시장에서 어떤 이미지를 갖게 될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배터리 구독 경제 모델의 맹점은 또 있다. 아직까지 전기차용 리튬 배터리를 '99%'나 재생하는 기술은 없다. 차라리 기존의 내연차 전용 납배터리는 전해액 보충 방식으로 재생이 간편하기라도 하지, 리튬배터리는 그러한 방식의 재생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로서 가장 최선의 방법은 수명이 다 된 대용량 리튬 배터리를 수거하여 조심스레 리튬만 골라낼 수 있게 기계적으로 파쇄하여 가루로 만들고 강산용액으로 분리해내는 공정이다. 그 과정에서 리튬 미세 입자가 산화될 경우 급격한 폭발물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며, 재생 과정에서의 환경 오염 문제는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된다. 사실 웬만한 나라에서는 이러한 재활용 비용이 새 배터리 사는 비용보다 더 들기 때문에 굳이 채택하지 않는다. 이것이 전기차용 대용량 리튬 배터리 재활용률이 여전히 10%에도 미치지 못 하고 있는 이유다.

전기차가 보급되어, 5% 비율을 넘기면서 조금씩 리튬 배터리 수요도 증가세인데, 리튬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한정재고, 재활용은 위에 언급한 것처럼 비용적 측면 때문에 여전히 기술적으로 어렵다. 배터리 구독경제가 가능하려면 배터리 재생율이 지금의 10%는 물론이고, 50% 이상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이는 구독료의 급상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급상승하는 구독료를 기꺼이 내며 충성을 유지할 고객은 아마 없을 것이다. 아예 리튬을 대체하는 방식의 고용량 고수명 배터리가 나온다면 모를까 (사실 무게 대비 저장용량으로 리튬을 이기는 소재는 찾기 거의 불가능하다.), 현재의 리튬 중심의 전기차 배터리는 불운하게도 잉크젯 프린터의 토너처럼 쉽게 재생되는 것이 아니다.

전기차의 보급은 대세가 되었다고 하고 아마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이 전기차를 구입하고 타고 다닐 것이다. 그렇지만 10, 20, 50%를 넘어갈 경우 그 전기차의 충전을 위한 발전시설의 확보는 차치하고서라도, 리튬이라는 한정재에만 의존하는 고용량 배터리의 수명과 재활용, 그에 따른 높은 비용과 환경 오염 가중, 그리고 그것을 회피하기 위해 시도될 구독 모델의 천형적인 한계를 고민하면서 이러한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배터리는 고가이고, 99% 재활용 될 수 없다. 별도의 밸류체인을 형성하게 시장을 분리하는 순간 소비자는 볼모가 된다.
위험해지는 것이 거의 확실하므로, 소비자는 다양한 선택을 하기도 전에 구독 경제의 노예가 되며, 선택권을 빼앗이고, 사고가 날 경우 배상 책임의 부담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이러한 부분을 고민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규제 개선은 안 좋은 선례를 남긴다. 임춘택 박사님께서는 에너지기술연구원장까지 역임하신 영향력있는 분인데, 재고해 보셔야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공유 삼아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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