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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여러가지 이야기

지배주주가 있어도 문제, 없어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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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주식처럼 우리도 성장하려면 기업가들을 확실하게 견제할 수 있는 도구 법과 기준이 필요합니다

금융이 바로잡혀야 국내 모든게 살아날 수 있을듯하네요
대체 언제까지 주주들에게 피해만 양성하는 시스템을 유지할련지... 막막합니다

선진국이라고하는데, 하나같이 모든게 아직은 정비가 안되어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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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없는 회사의 가짜 주인들

한국 상장사들의 경우, 이른바 오너(패밀리)라고 불리는 지배주주가 존재해도 문제고, 지배주주가 없어도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지배주주가 존재할 경우에는, 다양한 형태의 사익추구와 특권적 소비를 통해 회사 자산을 자신들의 지배권 늘리기나 이익 획득을 위해 사용합니다. 사실상 회사 돈을 빼돌리는 것과 진배없습니다.

반면 어제도 잠깐 적었듯이, 지배주주가 없는 경우에는 해당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이른바 토착세력들이 지분도 아예 없거나 거의 없는 상태에서 오너 행세를 합니다. 그들은 해당 기업에 신입 공채나 경력으로 입사하여 수십년 함께 승진하고 선후배 관계로 엮여 임원의 반열에 오르고 이른바 이너서클 내지 조직내 파워그룹들을 형성합니다. 조직 내에 다양한 파벌들도 존재합니다. 포스코, KT, KT&G, 여러 금융지주사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여기 또 다른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유한양행입니다. 유한양행은 제가 ESG 혹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주제에 눈을 뜨게 했던 회사이기에 특별히 더 관심이 갑니다. 창업자이신 故 유일한 박사님때문입니다. 71년 유일한 박사님이 돌아가신 후 그의 유언장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혔다고 합니다.

“내 주식 14만 941주는 전부 한국 사회 및 교육발전을 위한 기금에 기증한다. 딸 재라에게는 유한공고 내 묘소와 땅 5천평을 물려준다. 그 땅을 전부 유한 동산으로 꾸미되 결코 울타리를 치지 말고 유한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마음대로 드나들게 하며 그 어린 학생들의 티없이 맑은 정신에 깃든 젊은 의지를 지하에서나마 더불어 느끼게 해달라. 아들 일선은 대학까지 졸업시켰으니 앞으로는 자립해서 스스로 살아 가거라.”

유일한 박사님은 모자, 구두 두켤레, 양복 세벌, 그리고 생활에 필요한 소품 몇점들을 유품으로 남겼을 뿐이었습니다. 그는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 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이다. 단지 그 관리를 개인이 할 뿐이다.’ ‘남을 위해 헌신할 때 최고의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말을 습관처럼 했었는데 자신이 평소 한 말을 그대로 실천하고 떠났습니다.

그의 유언대로 유일한 박사님의 주식은 유한재단, 유한학원 등 4군데 재단에 기증되었습니다. 그리고 상당히 오랜기간 유한양행은 전문경영인들로 구성된 이사회에 의해 모범적으로 경영되어 온 것이지요. 박사님의 따님, 손녀 등의 직계가족들은  재단 이사회에만 참여하고 경영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았지요. 이 역시도 경영은 professional manager가 책임지고 해야  한다는 박사님의 유지(遺旨)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하지만 지난 십여년전부터 유한양행 거버넌스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른바 토착세력들이 이른바 오너 패밀리의 감시가 없는 틈을 타 주인 행세를 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리고 이들은 22년 유일한 박사님의 손녀인 유일링씨를 사전에 아무런 통보 없이 유한재단 이사직에서 축출해 버렸습니다. 그녀는 이사직에서 해고되었다는 통보를 일방적으로 받았지요. 창업자 후손을 이렇게 일방적으로 내쫒은 저들의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이번 주총 안건을 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주총 안건 중 정관변경안을 보니 회장, 부회장이라는 새로운 직제가 신설되었네요. 위인설관(爲人設官)으로 보여집니다. 회사 내 상왕(上王) 노릇하는 누군가가 재벌그룹 회장처럼 회장직에 앉아 회사를 좌지우지하려는 사전 포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지분 분산된 회사들의 특징 중 하나는 이사진의 화려한 경력을 꼽을 수 있습니다. 유한양행의 경우에도 전직 국무총리나 한국은행 총재 출신들이 거버넌스의 정점에 있는 재단 이사장에 앉아 외풍을 막아주고 있습니다.

투명한 경영, 올바른 경영철학을 가진 창업자 사후 50여년만에 그 유지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노라니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좋은 거버넌스의 모범적인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새롭게 등장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는 형국이네요.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진짜 주인들인 대한민국 일반주주들이 주식투자를 카지노처럼 접근하는 까닭이고, 거의 모든 기업의 1, 2대 지분을 보유한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무관심하고 무책임하고 무기력하게 운용하는 까닭입니다. 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주식을 단기투기하게 만드는 대한민국 기업들의 나쁜 거버넌스가 구조적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다 보니 가짜 주인들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 정부에서 자본시장 밸류업 얘기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이런 구조적 문제점들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는다면 한국 자본시장 밸류업은 공염불 구두선에 그칠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 동학개미들은 서학개미, 일학개미, 인도개미도 떠나겠지요. 자본이 이민을 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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