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님 시장리뷰 ㅣ 지난 주 개인 사정으로.. 1주일 내내 마켓에 거의 집중하지 못했네요.. 금요일이 되어서야 주간 이슈들을 정리해봤는데요… 대부분 다 마켓에서 회자가 되고 있어 굳이 제가 재탕 삼탕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다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각 등은 조금 다른 의견이 있는데요… 차주 주중 에세이를 통해서 다루겠습니다. 오늘은 각잡고 중국 얘기를 좀 적어볼까 합니다. 중국의 실물 경기도 그렇고 금융 시장의 퍼포먼스도 워낙 장기적으로 쩔어 있다보니 관심은 없으시겠지만 그래도 꽤 중요한 변화가 눈에 띈다는 점에서… 필독해주셨으면 합니다.
지난 해 10월 정도였죠. 시진핑 주석의 입에서 중국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유통 시장에서 국채를 매매하는 것을 검토하라는 얘기가 나왔죠. 이 얘기에 외신들은 일제히 중국판 양적완화의 서막이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저 역시 그런 뉘앙스로 읽었는데요… 가장 큰 이유는 워낙에 중국의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고 소비 심리 역시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죠. 양적완화를 통해 장기 금리를 눌러버리면 중국의 예금 금리도 하락하게 되니.. 사람들은 그 낮은 예금 금리에 돈을 박느니… 무언가 자산을 사거나 소비를 하게 될 겁니다. 그게 부동산이나 중국의 주식 시장을 자극하면서 중국 자산 시장의 장기 침체를 해결해줄 수도 있구요.. 예금에서 돈을 뺀 사람들이 소비에 나서면서 과잉 저축의 문제에도 즉효약이 될 수 있다.. 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 중국인민은행은 팬데믹 직후 연준이 무제한 양적완화를 밀어붙이고 있을 때에도 “대수만관하지 않겠다.”라는 말까지 쓰면서 돈 퍼붓기에는 상당히 신중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코너에 몰릴 때로 몰렸으니 양적완화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한 거였구요.. 중국이 돈 풀기로 돌아서게 되면… 일단 중국 위안화가 받는 충격이 일정 수준 있을 것이라 생각했죠. 그럼 위안화의 약세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이 가장 두려운 포인트입니다.. 그리고 최근에 인민은행에서 유통시장에서의 국채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뉴스 기사를 접했고… 마치 스위스 중앙은행의 연속 금리 인하처럼… 위안화 약세를 일정 수준 감안한 것 아니겠는가.. 라는 고민을 했었죠. 그런데요… 약간 분위기가 다른 듯 합니다. 일단 기사를 인용해봅니다. 꼼꼼히 읽어 보시죠.
“중국인민은행 판궁성(潘功勝) 행장은 국채 수익률이 계속 하락하는 가운데 조만간 유통시장에서 국채 거래를 개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인민망(人民網)과 동망(東網) 등이 19일 보도했다.(중략) 인민은행은 장기국채 금리의 급락에 대해 반복해서 경고를 발하고 있지만 흐름을 역전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판궁성 행장은 "현재 일부 비금융권에 의한 중장기채 대량 보유에 따른 상환기간의 미스매칭과 금리 리스크에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판궁성 행장은 작년 미국 실리컨밸리 은행의 파산을 초래한 것과 같은 리스크에 중국이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 행장은 "정상적인 우상향 수익률 곡선을 유지하고 투자에 대한 긍정적인 인센티브를 견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언명했다.(중략)”(뉴시스, 24. 6. 19)
일단 첫 문단을 보시면요… 중국인민은행 행장이 유통 시장에서 국채 거!래!를 개시할 것이라고 하죠. 국채를 매!수!하는 게 아니라 거래를 한다고 합니다. 즉, 매수를 할 수도 있지만 매도를 할 수도 있죠. 참고로 지금 중국의 10년 국채 금리는 2.4%수준까지 내려와있습니다. 30년 금리 역시 비슷한 수준인데요… 최근에 일본 금리가 오르면서 일본 30년 금리가 2.2%까지 뛴 것과 비교하면 30년물 기준으로는 일본과 중국이 거의 20bp차이로 붙어있음을 알 수 있죠. 그만큼 중국 금리가 많이 내려와있는 겁니다.
그런데요.. 앞의 인용문을 보시면… 인민은행 행장은 이렇게 과도하게 내려온 금리가 부담스러운 듯 합니다. 그래서 장기국채금리가 이렇게 많이 하락한 것에 대해서 경고를 던지고 있는 것이죠. 다들 국채를 사들이면서 국채 금리가 바닥까지 내려가게 된 상황에서… 중국의 국채 금리가 혹여나 크게 오르게 되면… 지난 해 SVB사태와 같은 은행권의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습니다. 그 얘기를 두번째 문단에서 하고 있죠. 너무 낮은 금리가 부담스러운 겁니다.
세번째 문단을 보시면 인민은행장의 의도가 보다 뚜렷이 보이는데요.. 수익률 곡선의 우상향을 만들겠다고 하고 있죠. 우상향이 되려면 단기금리보다 장기금리가 높아야 합니다. 그럼 장기 국채를 마구 사들여서 장기 국채 금리를 누르는 양적완화는 적절하지 않은 것이죠. 적어도 위의 인민은행장 코멘트만 보면 중국의 양적완화가 임박했다는 해석은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그럼 인민은행이 국채를 매매하겠다는 것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요? 개인적으로 노무라의 분석 기사를 읽으면서 양적완화보다는 다른 것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노무라는 중국 통화정책에서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금리의 역할이 작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일 다우존스에 따르면 노무라는 전일 판궁성 인민은행장이 단기 금리를 주요 정책금리로 정의하고 다른 금리의 정책금리 역할을 줄이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이같이 예상했다.
노무라는 MLF 금리가 향후 본원통화를 창출하는 데 있어 더 작은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인민은행의 국채 순매입 확대로 상쇄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연합인포맥스, 24. 6. 21)
참고로 중국은 선진국들처럼 기준금리를 쓰고 있지 않습니다. 초단기 금리인 기준금리를 인상 인하하면서 전체 다양한 만기의 국채 금리를 조절하는 방법을 중국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금융 시장이, 특히 채권 시장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국은 당국이 역 RP 금리라고 하는 초단기 금리를 인상 혹은 인하하고… 중기 금리인 MLF금리를 인상 인하합니다. MLF 금리 등은 단기 국채와 장기 국채… 즉 회사채 위험이 없는 국채 금리를 조절하는 겁니다. 회사채와 같은 신용위험이 있는 부문의 금리도 함께 조절해야 하니.. LPR이라는 금리도 인상 인하하는데요… 참고로 LPR은 1년 LPR과 5년 LPR이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영역을 직접 조절해야 합니다. 뭐랄까… 선진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 인하하면서… 다른 전체 금리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수익률 곡선을 조절하는데… 중국은 수동으로 조절하는 느낌이죠… 하나 하나 끼어들어서요…
이 내용을 읽고 나서 위의 노무라 기사를 다시 보면 조금 느낌이 다릅니다. 이제 인민은행이 중기 금리인 MLF를 조절하지 않고 초단기 금리를 정책금리로 삼은 다음에… 국채를 샀다 팔았다 하는 이른 바 공개시장조작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죠. 네.. 어쩌면 중국의 이번 변화는요… 중국인민은행이 국채를 매매한다는 변화는… 장기 금리를 눌러서 부동산 경기 부양을 하려는 양적완화를 한다는… 그런 개념보다는 선진국 방식의 기준금리 시스템, 즉 초단기 금리를 인상 인하하면서 전체 수익률 곡선을 조절하는… 그런 방식으로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꽤 복잡하게 느껴지시겠지만 기사 하나만 더 보고 가시죠. 꼼꼼히 보셔야 합니다.
“판궁성(潘功勝) 중국 인민은행장은 19일 상하이 루자쭈이(陸家嘴) 금융포럼 개막식에서 "재정부와 공동연구를 통해 2급시장(유통시장)에서의 국채 매매를 통화정책 수단에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홍콩 명보가 보도했다.
판궁성 행장은 "이 조치가 양적완화를 시행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인민은행은 국채를 살 수도, 팔 수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국채 매매를 유동성 관리수단으로 다른 수단과 함께 시행해 적절한 유동성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고 해당 매체는 전했다. 현재 인민은행은 공개시장조작 수단인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를 통해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중앙금융공작회의에서 "중앙은행이 공개시장조작을 하면서 국채 매매를 늘려야 한다"고 밝혀 인민은행이 '중국판 양적완화'를 시행하는 것이 아니냐를 두고 시장에서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고 명보는 보도했다.
판 행장은 이날 "금융시장 발전에 따라 채권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인민은행이 유통시장에서 국채 매매를 할 수 있는 조건이 점차 성숙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초이스경제, 24. 6. 20)
인용문 첫 문단에서 국채를 매!매!한다고 나오죠. 국채를 살 수도 있고 반대로 팔 수도 있다는 겁니다. 두번째 문단에서 판궁성 행장이 직접 이거 양적완화 아니라고… 국채를 유동성 관리 수단으로 살 수도 팔 수도 있게 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양적완화라기보다는 공개시장조작에 가깝죠. 세번째 문단에서는 시진핑이 언급하면서 불거졌던 중국판 양적완화에 대한 논란이 담겨있고.. 마지막 문단에서는 중국의 채권 시장이 금융 시장 발전에 따라 커지면서 이제 공개시장조작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선진국 형 기준금리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는 여건이 어느 정도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네… 중국도 이제 기준금리 시스템을 현재의 수동 방식에서… 선진국 형… 기준금리 시스템으로… 중앙은행이 초단기 금리만 조절하면… 다른 금리는 이런 중앙은행의 메시지를 일정 수준 반영하면서 시장 금리를 시장에서 결정하는… 그런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성큼 다가온 것이라는 확신을 주게 하네요.
여기까지 읽으셨으면… 아.. 복잡한 내용 읽었는데.. 별거 없네… 중국이 기준금리로 시스템 바꾸면 뭐가 달라지는 건데.. 라는 생각이 드실 수 있을 겁니다. 간단합니다. 다른 국가들과 레벨을 맞춰주는 거죠. 중앙은행의 물가 목표가 대부분 2%로 되어 있죠. 글로벌 통화 정책에 있어 물가 목표의 스탠다드를 맞추고자 함입니다. 도로의 경우도 도로 폭 혹은 너비가 글로벌 스탠다드로 나와있쟎아요. 선진국들 대부분이 기준금리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다들 자동방식인데.. 중국은 수동입니다. 그럼 금리 정책에 있어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지 못하죠. 글로벌 스탠다드가 아니라면 중국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금융 시장의 개방, 혹은 금융 시장 선진화는 사실 상 불가능합니다.
중국의 금리 시스템의 개혁은 시장 중심의 금리 자율화를 의미하는 것일 수 있구요… 이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르게 되면서 중국의 금융 시장 개방까지 현실화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습니다. 중국의 금융 시장 선진화 혹은 발전은… 보다 많은 중국의 기업 및 개인들에게 촘촘하게 시장 원리에 입각한 금융 서비스의 제공을 가능하게 하죠. 어쩌면 중국은 부동산 가격의 반등에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AI를 중심으로 한 첨단 과학 기술의 발전과 기존에는 이루어지지 못했던 금융 시장의 개방을 통해서 새로운 성장의 동력을 찾으려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주말 에세이… 어려운 얘기를 많이 적었네요. 계속해서 고민하는 중국에 대한 얘기.. 한 번 적어봤습니다.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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