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금리인하를 조금씩해주면
각 나라들이 조금씩은 자국화폐 강세를 만드려고 노력하겠죠...?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오건영님 시장리뷰 ㅣ 옛날 Ref라는 그룹이 불렀던 노래 중에 ‘이별공식’이 있었죠. 그 가사 중에 ‘열대 우림 기후 속에 살고있나’라는 부분이 있는데요, 최근 날씨보면 정말 이 가사가 제대로 떠오르는 듯 합니다. 열대성 스콜 강우라는 말이 딱 떠오를 정도로 빗방울이 굵어서 마치 우박을 떠올리게 하구요, 순식간에 푹 적셔놓고 언제 그랬냐는 듯 해님이 밝게 웃어버립니다. 방심하고 우산 안가지고 나갔다가 제대로 봉변을 당하더군요…T.T 진짜 기후 변화로 인해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망고를 키울 수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변화는 찾아온 듯 합니다. 그리고 이제 그 변화에 순응해야 하겠죠. 뭔가 현학적인 얘기같지만 한마디로 우산 잘 챙기셔서 저처럼 비 맞지 마시라는 말씀을 드린 겁니다.
일본 엔 얘기로 가죠. 지난 주에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엔화 계속 강세로 갈까.. 입니다. 일단 그 “계속”이라는 단어가 어느 정도의 시간을 의미하는지가 중요하겠죠. 저는 긴 관점에서 엔 약세는 어느 정도 마무리 국면이라고 보구요, 엔 강세 전환을 서서히 시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과거 일본 경제가 엔 강세 국면에서 좋았던 적이 없었기에, 엔이 강세로 가더라도 그 강세의 폭이 크지않고, 또 강세로 가는 속도도 빠르지 않게… 그렇게 조절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일 듯 합니다. 다만.. 일본 당국이 그런 스탠스를 보일 것이라는 점을 모든 투자자들이 알고 있다는 점이 에러이기는 합니다. T.T
일본 당국의 스탠스가 말씀드렸던 것처럼 점진적인 것이라면 시장 참여자들은 그런 일본은행의 의지를 우습게 볼 수 있죠. 지난 3월 전격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폐지했지만 이후 후속 대책에 대해서 엔 강세가 빨라질까봐 걱정에 걱정을 하는 일본은행의 소심함을 보면서 되려 금리 인상에도 엔은 약세를 보였던 바 있습니다. 지난 6월 금정위 회의에서는 양적완화를 줄이겠다는 선언을 했음에도 엔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죠. 양적완화를 줄이는데.. 얼마나 줄일 건데..??라는 질문을 받았고… 그에 대해 일본은행은 “다음 번 회의 때 알려줄게~ 커밍 순~~”이라고 말한 겁니다. 네.. 얼마나 양적완화 줄이는 게 걱정스러웠으면… 그리고 금리를 인상하는 게 얼마나 무서웠으면… 저렇게 어떻게든 긴축을 하는 시늉만 하는 모습을 보일까요.. 저 같은 아마츄어에게도 저런 모습이 보일 정도면 프로 트레이더들한테는 어떻게 보여질까요? 엔 강세는 언감생심이라는 생각을 할 겁니다. 그럼 엔 강세 폭도 제한적이 될 수 있죠.
일본은 엔 약세를 유지하기가 너무 어려운 상황입니다. 엔 약세로 인한 인플레로 물가가 올라 서민 경제가 어려워졌죠. 이는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끌어내렸습니다. 그리고 엔 약세로 인한 대미 무역 흑자로 인해 트럼프 후보의 공격을 받고 있죠. 과거 트럼프 1기에서도 중국을 손보고 난 후에는 일본 차례다.. 라는 얘기를 트럼프가 했던 적이 있습니다. 만약 트럼프 2기가 현실화되면 일본도 긴장감이 커질 겁니다. 그럼 제대로 이 때 얻어맞고 엔 약세를 막는게 좋을까요… 아니면 미리 좀 움직여두는 게 좋을까요.. 네.. 엔 약세 유지는 현재로서는 쉽지 않습니다.
그럼 엔 약세를 제어하기 위해 세가지 선택 중 하나를 골라야죠. 첫째는 외환 시장에 직접 개입해서 엔화를 강세로 돌려버리는 겁니다. 그런데 이미 옐런 재무장관 등에게 이딴 거 하지 말라는 얘기를 듣고 좌절했죠. 외환 시장 개입은 간헐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과거보다 약해질 듯 합니다. 그럼 두번째로 쓸 수 있는 대안이 바로 일본이 금리를 인상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참 부담스럽죠. 엔 강세가 강해질까봐.. 그리고 금리 인상이 일본의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줄까봐… 걱정에 걱정입니다. 그래서 해야하는데 하고싶지 않은.. 그런 카드죠. 마지막이 정말 기다려지는 것인데요.. 바로 미국의 금리 인하입니다. 하고 싶지 않은 일… 일본의 금리 인상을 안해도 미국이 금리를 내려주면 만사형통이죠. 그리고 그게 이제 임박한 듯 합니다. 9월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거의 100%에 달한다고 하죠. 그럼 미국이 금리를 인하할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런데요.. 이번 7월 회의에서도 기다리는 모습을 보이면… 일본 당국의 엔 약세 제어 의지가 여전히 약하다는 점을 시장이 인지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럼 엔 약세를 강세로 되돌리는데 훨씬 많은 비용이 필요할 수 있죠. 이를 명확히 아는 만큼 일본도 이번 7월 회의에서는 시장의 예상보다 강한 긴축 카드를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양적완화를 줄이면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안도 있지만 양적완화를 줄임과 동시에 다음 번 회의(9월)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하는 쪽으로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 엔 약세 전환, 동시에 일정 수준의 엔 강세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음을 일본은행이 보여줄 것으로 예상해봅니다. 만약 여기서도 또 티미하게 움직이면 엔 약세가 다시금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거 되돌리기가 더욱 힘겨워지겠죠.
실제 일본 10년 금리는 이런 상황을 반영해서 1.05%를 넘어서있죠. 그리고 YCC등으로 통제를 하지 않는 일본 30년 금리는 현재 2.165%까지 올라와있습니다. 참고로 중국 10년물은 2.197%입니다. 2.2%를 깨고 내려온 것이죠. 일본 30년물이 중국 10년 물과 거의 붙어있다고 보시면 되죠. 참고로 중국 30년물은 2.43%구요… 한국 30년은 2.993%입니다. 일본 30년 금리가 어느 새 한국과 중국 금리에 상당 부분 근접한 상황입니다.
이런 일본은행의 상황, 그리고 올라온 일본 장기금리는 엔 약세의 제어, 즉 엔 강세를 지지하게 되죠. 다만 그 폭이나 속도가 드라마틱하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엔 강세가 올 때마다 크게 힘겨워했던 일본이기에 그 트라우마가 작용하죠. 엔 강세가 너무 커지면 일본은행이 여전히 양적완화를 일정 수준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일본 국채를 사들이면서 엔화를 살포하며 엔 강세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카드가 있습니다.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어서 강한 압박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단기에 엔이 빠른 강세 전환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얘기는 이 쯤하고 이제 중국으로 넘어가볼까요? 저도 예상하지 못했는데요, 뒤늦게 중국인민은행이 MLF금리도 함께 인하를 했습니다. MLF 금리를 인하한 것으로 봐서는 중국 당국의 경기 부양 의지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중국의 소비 경기가 둔화된 것이 상당히 신경쓰이구요… 부동산 시장이 부진한 것 역시 눈에 밟히는 거죠. 그래서 전방위적인 금리 인하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시장의 예상을 넘는 금리 인하로 인해 앞서 말씀드린 중국의 장기 국채 금리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는 겁니다.
다만.. 향후에 만날 뉴스는 이거 같습니다. 역 RP 금리는 7일 짜리 금리입니다. MLF는 6개월~1년 사이 기간의 금리죠. 그리고 LPR은 1년과 5년이 있는데요, 1년은 신용대출, 5년은 부동산 대출과 관련이 있죠. 말씀드린 것처럼 단기 영역의 금리를 모두 낮춰주면서 경기 부양에 나선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위안화 약세가 현실화되지 않을까 싶죠. 위안화 약세 기조가 형성되어 있는데 위안화 돈 풀기가 현실화되면서 위안화가 보다 약해지면?? 개인적으로 멀쩡하던 위안화가 기습으로 절하되는데 대한 트라우마가(2015~16년) 있어서 상당히 걱정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죠.
다만 전격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가지는 않을 듯 합니다. 중국 당국이 유통 시장에서 장기물 국채를 사고 파는 개입을 할 것임을 선언하고 있죠. 금리가 너무 낮아지는 상황이 되면 중국인민은행이 장기물 국채를 빌려와서 팔 수 있습니다. 그럼 이 과정에서 장기채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장기채 가격 하락 & 금리 상승이 나타나게 되겠죠. 단기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낮추었는데, 장기 금리는 반대로 감겨 올라가는 양상이 되는 겁니다. 그럼 단기 금리 하락 & 장기 금리 상승이 되는 겁니다.
중국한테는 이렇게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높은 현상이 매우 바람직할 겁니다. 우선 단기 금리보다 장기 금리가 높으니 은행들의 마진 보전에는 도움을 줄 겁니다. 은행의 마진이 커지게 되면 부동산 시장의 부진으로 인해 터져나올 수 있는 각종 부실에도 불구, 중국의 시중은행들이 이를 견뎌낼 수 있는 체력을 확보하게 되죠. 그리고 대출을 해주었을 때 마진이 늘어나는 만큼 중국 국영 은행들이나 민영 은행들이 대출을 해줄 수 있는 동인이 강해질 겁니다. 대출의 증가는 실물 경기 부양 효과를 높이게 되니 중국이 원하는 방향이 될 수 있겠죠.
하나 더.. 장기 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만큼 장기 금리에 연동하는 면이 강한 최근의 국제 환율에는 영향을 줄 수 있죠. 중국의 장기 금리가 향후 높아지게 되면 미국의 장기 금리 하향 조정과 맞물려서 위안화 강세를 지지하게 되죠. 위안화 강세 혹은 위안화 가치 안정은 중국이 향후 원하는 방향인 위안화 국제화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수시로 불안하게 급락하는 통화보다는 안정적인 모습을 뚜렷하게 보이는 통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겠죠.
마지막으로 중국의 금리 시스템 변화입니다. 중국 당국은 MLF나 LPR의 기준금리로서의 비중을 낮추겠다고 말하고 있죠. 이들보다는 기준금리로 초단기 금리를 활용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겁니다. 선진국들의 금리 시스템은 단기 기준금리를 올리고 내리고 하면서 장단기 금리 전반에, 그리고 채권 시장을 통해 신용 대출 금리 등에 영향을 미치죠. 채권 시장의 발달이 미미했던 중국은 선진국과 같은 금리 시스템을 쓰지 못했지만 지난 수년간 채권퉁 등을 통해 해외 투자자들의 비중도 늘렸고, 채권 시장의 유통 시장 규모도 커진 만큼 이제는 선진국과 같은 금리 선진화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만들려 합니다. 다른 나라가 기준금리 시스템을 쓰는 만큼 중국도 같은 방식을 쓴다면 비교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중국 금융 개방도 한단계 더 강화되는 것 아닐까요? 위안화 국제화와 함께… 중국의 금융 개방 가능성 역시 함께 높아질 수 있습니다.
자.. 이런 장밋빛 그림을 그려드린 이유는요.. 중국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전격 위안화 절하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함입니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늦어지면서 달러 강세가 장기화되고, 일본의 엔 약세도 심화되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중국의 수출 관세를 늘리면서 이른 바 ‘중국 때리기’를 강화하는 분위기이기에 중국이 15~16년, 혹은 2019년 8월과 같은 위안화 절하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기에 저도 사뭇 긴장했는데요… 적어도 이번의 중국 금리 인하는 환율 전쟁으로 해석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생각해봅니다.
중국과 일본의 이야기를 길게 적었네요. 이번 한주는 드라마틱할 겁니다. 빅테크의 실적 발표에, 미국의 분기 국채 발행 스케쥴이 나오죠. 그리고 일본은행의 금융정책회의, 마지막으로 FOMC 결정까지… 시장이 기대하는 바가 워낙에 큽니다. 그 기대를 맞춰줄지.. 아니면 깜짝 이벤트가 만들어질지… 긴장감이 쩌네요. 다음 주 에세이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즐거운 주말되십시오. 감사합니다.
'American Stock Story[20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 증시는 자율 반등이 예상되는데, KOSPI는 저평가 매력이 배가되면서 탄력적인 반등을 기대합니다. (32) | 2024.07.29 |
---|---|
경제를 침체시키지 않고 인플레를 진정시키려는 당국자들에게 고무적인 신호. (31) | 2024.07.29 |
주식시장은 당분간 안정을 보일 것으로 전망 (30) | 2024.07.28 |
달러화는 PCE 가격 지수 발표에서 주택 부문의 하락이 확대되고 있어 물가 하락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자 여타 환율에 대해 약세 (59) | 2024.07.27 |
미국 중앙은행이 물가상승률의 준거기준으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6월에도 하락세를 지속했다. (28) | 2024.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