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merican Stock Story[2024]

주식 시장 분위기가 확연하게 경기 침체에 반응하는 분위기입니다.

반응형

오건영님 시장리뷰 ㅣ 주식 시장 분위기가 확연하게 경기 침체에 반응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8월 5일 엔캐리 청산 대란 이후부터 강조해드렸던 것이 Good is good & Bad is good이라는 프레임 워크가 깨지는지를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Good은 좋은 것이라 반응하지만.. Bad에 대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두려움을 보이고 있죠.

이런 생각을 잠시 해보죠. 복권이 있습니다. 사람들마다 성향이 있는데요… 보수적인 사람들은 복권.. 그거 해봐야 돈 낭비다.. 하면서 접근을 하지 않죠. 그런 사람들을 복권으로 끌어들이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아마도 “꽝없는 복권”일 겁니다. 저도 참 소심한 사람인데요… “꽝”없는 무언가에는 눈길이 가더라구요… 주식 시장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특정 상황에서 무너질 수 있다는.. 손실이 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접근이 어려운 거거든요.. 그런데 어떤 시나리오에도 주가는 오른다.. 그리고 지난 5년여의 시간이 이를 증명한다.. 라는 얘기를 하면… 보다 안심하고.. 확신을 갖고 투자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얘기를 누군가에게 전해들었는데.. 한 두 달 정도 시장을 보니 진짜 좋아도 좋고.. 나빠도 좋고.. 하면 확신을 갖게 될 겁니다.

그런데요.. 이제 그런 패턴이 깨져나가는 겁니다. 좋은 건 좋은 건데.. 나쁜 건 나쁜 거야.. 라구요.. 그럼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하게 되지 않을까요? 투자는 내가 산 것을 뒤에서 누군가 사주는 게임입니다. 변해버린 시장의 패턴은 주식 시장에서 추가적인 매수세의 유입을 제한하게 되겠죠. 이어져왔던 신념이 흔들리는 단계.. 그걸 지난 10여일 동안 겪었던 겁니다. 그리고 Bad is good이라는 기존의 관성과… 그게 아니야.. 라는 새로운 단절 속에서 시장이 정말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것이죠. 이제부터 지표가 안좋으면 주가 하락하는 거네..라는 생각도 중요하지만… 꽝없는 복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확신을 주는 것.. 이게 지금 장에서의 핵심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 더..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자산 가격의 상승이 소비 경기와 연결이 되는지였죠. 크게 오른 자산 가격은 이른 바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만들어내면서 소비로 이어지게 되죠. 과거 2000년 4월 그린스펀은 너무 많이 오르고 있는… 그리고 너무 오랜 기간 동안 오른 주식 시장으로 인해 사람들의 소비가 크게 증가하고, 이로 인해 물가가 오르고 있다고 의회에서 증언하죠. 이후 단행된 것이 빅스텝 금리 인상이었구요… 이는 닷컴 버블을 무너뜨렸죠. 그리고 정확히 9개월 후인 2000년 12월 의회에서 주가의 하락이 소비를 위축시키면서 급격한 경기 둔화 우려를 키우고 있음을 밝힙니다. 그리고 단행된 것이 2001년 1월 2일의 긴급금리 인하였습니다. 1월 2일 50bp를, 그리고 1월 20일 경 있었던 정례 1월 FOMC에서 한번 더 50bp를 인하하면서 빠른 금리 인하 사이클로의 전환을 시도했었죠.

과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만약 현재도 이런 부의 효과가 뚜렷해지고 있다면… 그렇게 해서 주가의 상승이나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가 실물 경기의 소비에도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반대편에서 주가의 하락은 소비의 둔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죠. Bad is good이라면… 경기 둔화 우려에도 주가가 오르면서 이게 소비를 재차 자극하며.. 경기의 하방을 받쳐주고 있었다면.. Bad is bad는 그… 쉴드를 없애버리는 격이 되지 않을까요? 그럼 받쳐주는 방어막이 사라지게 되니.. 경기 둔화 우려가 주가 하락을 부르고.. 주가의 하락이 경기 둔화 우려를 부르고.. 그게 주가의 하락을 부르고… 이런 악순환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아직은 이 프레임 속에 빠져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주가가 추가로 더 하락하는 추세가 만들어진다면… 이 때는 연준이 시장을 바라보는 심각성 역시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오늘 새벽 매파로 통하던 월러 이사도 데이터를 보면서 과감한 통화 완화 정책 역시 고려할 것임을 천명한 바 있죠. 과거 매파의 기질을 강하게 보였던 마에스트로 그린스펀이 6.5%였던 기준금리를 1%로 잡아내렸던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겁니다.

다만 이번 판이 복잡한 것이… 단순히 미국 하나만 봐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22년 급격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유동성을 추동하는 핵심이 되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일본의 양적완화였죠. 그렇지만 일본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루는 듯 합니다. (금리를) 올려야 할 때 올리지 못한 만큼… 이제 올리면 아주 위험할 수 있는 시기에..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죠. 엔 캐리 청산은 (1) 미국의 예외적 성장 (2) 미일 금리차 확대 (3) 달러 강세… 라는 환경 하에서 가장 잘 자랍니다. 그런데요… 지금 미국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고.. 미일 금리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죠. 그리고 달러 약세 & 엔 강세 기조가 뚜렷하게 보입니다. 여기서 너무 과감한 금리 인하가 나타나게 되면 글로벌 유동성의 역회전에 걸려버릴 수도 있죠. 뭐가 이리 복잡한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요… 이번 확장 사이클을 너무 오랜 기간 유지하기 위해 이것 저것 끌어다 쓴 대가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애니웨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준 혼자 움직여서 될 문제는 아닐 것이구요.. 국제 공조가 필요할 겁니다. 급격히 하락한 금리를 되돌리기 위해서 보유한 장기 국채를 매도하는 쪽으로 장기 금리를 밀어올리려는 노력을 하는 중국과…. 인플레 및 성장 압력 때문에 더 이상 현재의 낮은 금리를 유지할 수 없는 일본… 그리고 독일을 제외하고는 성장 모멘텀이 조금씩 돌아서려하는 유로존이 보입니다. 이들과 성장과 금리의 균형을 맞춰줄 필요가 있을 겁니다. 급격한 자산 시장의 조정에도 불구하고 원화, 위안화, 유로화 대비로 약세를 보이는 달러와 그런 원화보다도 강한 모습을 이어가는 엔화를 보면서 고차 함수 문제가 놓여있다는 느낌을 받게 하네요

예를 들어 (미국) 성장 둔화 -> 주가 하락 -> 성장 둔화 -> (미국) 금리 인하 -> 엔 캐리 청산 -> 주가 하락 -> (미국) 성장 둔화 -> (미국) 금리 인하 -> 엔 캐리 청산…….. 이런 프레임이 접어들게 하지 않으려면 방어막을 구축해둘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지난 8월 5일에도 이런 비슷한 그림이었구요… 이 달 초 성장 둔화 우려와 함께 나타난 자산 가격의 흔들림 역시 참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장에 대해 길게 적다보니 무서운 얘기를 너무 많이 하는 느낌입니다. 그런데요… 이렇게만 보면 마치 세상 망하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이러다 거대한 위기.. 금융 위기 급 무언가가 터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바로 그거죠. 그런데요… 계속해서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강한 경기 침체보다는 마일드한 침체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 10여년 이상 이어져온 강한 미국의 성장세로 인해 전세계는 미국 경제 의존도를 높이고 있었죠.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급격한 둔화는 모두에게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국제 공조는 서로 사이가 좋아서 하는 게 아니구요… 다들 너무 힘들어질 것을 피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진행하는 케이스가 훨씬 많습니다. 어떤 방향으로든 답을 찾을 겁니다.

하나 더… 미국의 은행들은 과거에 비해 굉장히 탄탄한 금융 안전망을 깔아두었습니다. 은행의 자본 비율도 08년도의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수준이죠. 그리고 양적긴축으로 인해 일정 수준 줄어들기는 했지만 미국 은행들의 지급준비금 역시 풍부합니다. 다만.. 그 지급준비금이 대형 은행에 쏠려있기에 중소형 은행 줄도산 문제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것을…. 지난 해 svb 사태를 통해 연습 문제로 풀어보았죠. 그래서 스탠딩 레포, BTFP, 재할인창구 활성화 캠페인 등의 다양한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만들어냈습니다. 필요 시 언제든 터져나와줄 수 있죠. 즉, 국내 금융 기관으로 전이가 되면서 금융 위기로 펼쳐지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 장치가 상당히 많다는 겁니다. 그리고 필요 시에는 SLR규제 완화와 같은 규제 완화 패키지 역시… 연준과 미국 행정부의 경기부양 도구함에는 놓여있습니다. 그리고 5.25~5.5%라는 내릴 룸이 충분한 기준금리와… 현재 이어지고 있는 양적긴축… 역시 고려 대상 중 하나겠죠.

좋은 건 좋고… 나쁜 것도 좋다.. 는 프레임이 흔들리는 지금… 지난 3년여 간 이어져왔던 고물가 /고금리 / 고환율의 프레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어져온 관성과 급격한 변화가 충돌하면서 충격을 만들어내고 있죠. 이제 정책 당국자들이 어느 정도 속도로 대응할지 지켜보시죠. 주말 에세이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