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님 글 ㅣ 최근 몇일 봄이 오는 느낌을 많이 받네요. 뭐랄까요.. 햇볕드는 곳에 가보면 겨울에는 절대 느낄 수 없는 따스함… 그걸 최근 2~3일 동안에는 살짝 살짝 느끼게 됩니다. 동장군이 이제 물러가는 건가요? 개인적으로 겨울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요, 봄이 오는 느낌… 그 느낌이 더욱 반갑게 느껴집니다.
원엔 환율이 970원을 훌쩍 넘어서 장중 980원 턱밑까지 밀려 올라왔었죠. 엔화가 급작스러운 강세를 보이니까 사람들의 관심이 다시 쏠리기 시작하죠. 벌써 2년 여 정도 된 듯 하죠. 일본 엔화는 강세로 전환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얘기들이 많았고 이런 챤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았는데요… 드!디!어! 강세로 방향을 트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투자자들의 엔 강세 베팅이 강해지는 느낌.. 그게 확연히 느껴지더군요.
현재 일본의 소비자물가는요, 상당히 높습니다. 일단 기사를 보시죠.
“일본 1월 소비자물가 3.2%↑ 상승.. 1년 7개월만 최고치”(뉴시스, 25. 2. 22)
위의 기사 타이틀에는 소비자물가라고 나오지만 실제로는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가 3.2%입니다. 식료품을 감안한 소비자물가는 4.0%죠. 현재 한국 소비자물가지수가 2.2%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블이죠. 일본 물가가 한국 물가보다 이렇게 높은 기억… 거의 생각나지 않네요. 일본 물가가 한국 물가 상승률을 넘어선 기간이 이렇게 길게 이어지는 것도 드물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문제는… 디플레 세상에서 살던 일본 서민들이 인플레를 만나면 체감 고통이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죠. 특히 식료품, 그것도 주식인 쌀 가격이 최근 폭등하면서 일본 서민들은 인플레 체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럼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하겠죠. 그리고 일본 금리가 높아져서 엔화 매력이 높아지니 엔화 역시 강세를 보이게 될 겁니다. 문제는 일본은 엔화 강세 & 금리 인상 국면에서 항상 상당히 고전했던 기억이 있다는 것이죠. 2000년에 일본 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때 기준금리를 인상했다가 무너졌던 기억이 있구요… 2007년에도 금리를 인상했다가 이듬 해 글로벌 금융 위기를 만나면서 회복의 싹이 소멸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잃어버린 30년을 경험하게 된 일본입니다. 그리고 엔화가 강세였던 시기마다 일본 경제가 항상 힘들었죠. 금리 인상 & 엔 강세는 만들어야 하는데… 과거에 금리 인상 & 엔 강세를 할 때마다 무너졌던 기억이 강한지라… 쉽게 행동에 옮기지를 못하는 겁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핵심은 “UNDER CONTROL”, 즉 예측 가능한… 혹은 질서정연한 금리 인상 및 엔 강세 전환이 핵심이겠죠. 다들 일본이 외통수에 걸려 엔 강세를 만들 수 밖에 없다고 기대하는데 거기에 엔 강세 기조를 떡 하니 선물로 주면 투기 세력까지 몰리면서 순식간에 엔이 뛰어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엔의 급격한 강세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자극하게 되죠. 마치 지난 해 8월 5일처럼요… 그럼 엔화가 강해질 때 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을 하면서 엔 강세에 대한 기대를 눌러줘야 합니다. 어떤 때에는 금리 인상이 끝났다… 엔 약세는 장기간 이어질 것이다… 와 같은 으름장을 놓으면서 엔 강세에 대한 기대를 계속해서 낮춰야 하겠죠. 어떤 연예인이 이런 얘기를 했죠. “아무도 나를 모르고 돈은 많이 벌었으면 좋겠어..” 일본은행도 비슷합니다. 엔 강세는 만들고 싶고, 아무도 엔화 강세에 신경을 안썼으면 좋겠어… 이렇게 되지 않을까요? 그게 일본은행이 바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본의 물가도 높아지고 성장세 역시 강해지면서 일본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카드 & 엔 약세 제어를 위한 엔 강세 고려 카드를 써야합니다. 이런 시그널을 살짝 주면서 금융 시장에서는 엔 강세에 대한 베팅이 크게 증가했죠. 이런 기대를 꺾어주는 게 정석 아닐까요? 그럼 일본 금리가 오르는데 대한 경계감을 강하게 나타내면 됩니다.
일본은 국가 부채가 상당합니다. 국채 발행이 많은데요… 그 상황에서 이렇게 금리가 뛰면…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되니.. 일본 정부의 재정 압박이 커지지 않을까요? 그래서 우선 일본 총리와 재무상이 이렇게 말합니다.
“日 이시바 총리 ‘금리 상승으로 부채 상환에 비용 더 많이 들 것’”(연합인포맥스, 25. 2. 22)
“日 국채금리 15년여 만에 최고.. 재무상 ‘예산 운영 압박 우려’”(연합뉴스, 25. 2. 22)
이런 얘기를 일본은행 우에다 총재가 당연히 경청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런 기사가 나옵니다.
“일본은행 총재 ‘장기금리 급등 시 국채 매입 늘리겠다’.. 1월 CPI 3.2%↑”(조세일보, 25. 2. 21)
2월 21일 이런 발언을 한 이후…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재차 이런 발언을 하죠. 기사 인용합니다.
“아울러 일본 국채 시장에서 장기 금리가 상승하는 흐름과 관련해 우에다 총재는 "통상적인 움직임을 넘어 장기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는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할 경우 기민하게 국채 매입 공개시장 조작(오퍼레이션)을 실행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파이낸셜뉴스, 25. 2. 28)
일본 10년 금리가 뛰어오르고 이로 인해 엔 강세 속도가 빨라집니다. 이는 다시금 투기세력을 자극할 수 있죠. 이거 막기 위해 일본은행이 돈을 풀어서 일본 10년 장기 국채를 사들이는 겁니다. 그럼 장기 국채 가격이 올라가면서 금리가 내려가겠죠. 그럼 일본 10년 금리가 주춤하게 되니, 그만큼 엔 강세 속도도 느려지게 될 겁니다. 엔 강세가 너무 두드러지게 나타날 때 언제든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죠. 엔 강세에 대한 열망… 그 열망이 약해지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 시간 속에서 지쳐나가게 되도록… 네. 엔 강세 기조는 가능하리라 생각하는데요… 그 속도를 계속해서 조절하게 될 듯 합니다. 수시로 누르고 되감고 하면서 기회를 틈타 전진하는… 어느 새 한참 지나고 나면 엔화가 꽤 올라와있는 경험… 이런 것을 하게 되겠죠. 참고로 지난 해 8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시기에는 960원에 다들 엔화 사고 싶어했는데요… 최근에는 960엔에서는 다들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더군요… 대신 975원으로 튀어오르니.. (지난 8월 만큼은 아니지만) 엔화 투자에 재차 관심을 조금 나타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Under control에 대한 열망… 향후 엔화 향방의 핵심이 되리라 봅니다.
잠시 원화 얘기를 첨언하고 지나가죠. 달러원 환율이 재차 급등하면서 1500원 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일시적으로는 넘어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환율이 너무 강하게 상승하게 되면 마찬가지로 추가적인 환율 상승에 대한 기대를 더욱 자극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레벨보다는 변동성”이 중요하다는 코멘트를 합니다. 환율이 얼마인가보다.. 환율이 얼마나 빠르게 오르고 있는가가 사람들의 불안감을 보다 강하게 자극한다는 의미겠죠. 환율 상승의 속도가 빨라서 외환 시장의 불안감이 커질 때… 외환 당국은 개입하게 될 겁니다. 그럼 어떻게 개입을 하는가..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외환보유고에 있는 달러를 시장에 내다 던지는 것이죠.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4100억 달러 수준인데요… 이걸 더 쓰게 되면 이런 느낌을 받게 될 겁니다.
“’고환율에 4000억 달러 겨우 지켰는데’… 외환보유액 또 45억 달러 줄어”(매일경제, 25. 2. 5)
네.. 4100억 달러인데.. 여기서 100억 달러 이상 더 환율 방어에 소진을 하면 환율이 4000억 달러를 밑돌게 되겠죠. 그럼 환율 방어를 할 수 없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최근에 이런 발언이 나옵니다. 요거 조금 어렵긴 한데… 꼼꼼히 읽어보시죠.
“백봉현 한은 국제국 해외투자분석팀장은 7일 오후 한은에서 ‘우리나라 해외투자와 환율’을 주제로 연 금요강좌에서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 비율을 최대10%까지 한시적으로 상향하여 운용가능한데, 그 규모가 482억달러 가량”이라며 이같이 밝혔다.(중략)
국민연금이 환헤지를 실제로 늘려 외환보유액이 급격하게 감소하면 오히려 시장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단 질문에는 “만약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를 밑돈다고 해도, 당국은 충분한 시장 대응 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헤럴드경제, 25. 2. 7)
잠시 광고 하나 하면요… 한국은행 유튜브 보시면 금요강좌가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자주 보고 있습니다. 좋은 내용들이 많으니 추천해드립니다(저 한은하고 아무 관련 없습니다^^;;) 그보다.. 우선 첫 문단을 보면 국민연금의 환헤지 규모가 해외 투자 자산의 10%... 정도 된다고 하죠. 5000억 달러 정도 해외투자를 하면 그 중 10%정도인 500억 달러를 환헤지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걸 외환 시장에서 바로 진행하면 금액이 상당한 만큼 환율에 영향을 크게 줄 수 있으니… 한은과 국민연금이 외환 스왑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500억 달러에 해당되는 원화는 한은에 예치하고, 한은은 500억 달러를 국민연금에게 빌려주는 것이죠. 그리고 1년 후에 국민연금은 받은 500억 달러를 한은에 돌려주고, 한은은 원화를 국민연금에 돌려주는 계약… 1년 동안 서로 교환하는 스왑 계약을 맺는 겁니다. 그럼 국민연금은 달러를 확보할 수 있어 좋고… 한은은 환율을 흔들지 않아서 좋고… 이렇게 되는 겁니다.
다만 문제가 있죠. 외환 스왑을 하면 달러를 연금에 1년간 빌려줘야 하니까 그만큼 외환보유고가 줄어들게 됩니다. 그럼 4000억 달러를 하회할 수도 있쟎아요. 그래서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를 밑돈다고 해도, 당국은 충분한 시장 대응 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인용문의 하단에서 얘기하고 있죠. 그리고 이 얘기는 한은 금요강좌에서만 나오지는 않습니다. 이창용 총재의 국회 발언 인용합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외환보유액 4천억달러가 마지노선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안도걸 국민의힘 의원의 "외환보유액의 4천억달러가 마지노선이냐"라는 질의에 "아니"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또 국민연금의 환헤지에 대한 질의에는 "환율로 인해서 수익률이 굉장히 높아졌을 때 미실현 이익을 실현 수익으로 만들기 위해서 환헤지를 자발적으로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투자전략"이라고 말했다.
외환보유고 중에 금 비중이 너무 낮다는 지적에는 "현재 외환보유고를 사용해야 되는 시기"라며 "환율 변동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안정된 시기가 됐을 때 저희 전략자산 배분에 대해서 다시 한번 검토해 보겠다"라고 말했다.”(연합인포맥스, 25. 2. 18)
네. 4000억 달러를 언제 하회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얘기를 하고 있죠.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왑을 활용하건, 아니면 직접 외환 시장에 개입하건… 4000억 달러를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열어주고 있는 겁니다. 인용문의 마지막 문단을 보시면 한은이 왜 금을 사지 않느냐는 질문에 답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외환보유고를 사용해야 하는 시기라고 답하고 있죠. 지금 달러가 넘쳐나서 어디에 투자할지 고민하는 시기가 아니라… 달러가 모자란데 외환 시장에서 환율이 불안하니… 언제 써야할지 모르는데… 이걸로 금을 담아놓는 건 부담이라고 답하고 있습니다. 아.. 금을 나중에나 사겠다는 의미이구나.. 라는 의미보다는요… 외환 시장의 안정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구나.. 라는 관점에서 읽을 수 있지 않을까요? 네.. 외환 당국 역시 고민하고 있는 건 바로 “under control”인 듯 합니다. 주말에세이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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