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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여러가지 이야기

스탠리 큐브릭은 거장 영화감독으로 유명하지만 영화사와 투자자들에게는 악마같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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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글을 이해하는분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게는 참 귀감이 되던 장르였었죠 

 

 

 

 

 

퍼온글/ 스탠리 큐브릭은 거장 영화감독으로 유명하지만 영화사와 투자자들에게는 악마같은 존재였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가 흥행에 성공했고, 일반 대중에게 정말 잘 만든 반전 코메디 영화로 인식됐지만, 투자자들과 미국 국방부 입장에서는 오싹했던 게, 큐브릭이 스트레인지러브를 만들기 위해 실제 국방부가 어떤 식으로 핵전쟁을 준비하고 있고 실제로 핵으로 인한 종말이 올 때는 어떤 식으로 결정이 이뤄지는지 공식자료들을 모아 철저한 고증을 거쳐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내용은 코메디였지만 국방부에서 봤을 땐 자신들의 언행과 계획을 하나 하나 비꼬는 내용이었다. 등장인물들도 실제 현역 위정자들을 노골적으로 풍자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과 갈등도 심했고, 60년대라 빨갱이로 몰리기 시작했다. 사실 큐브릭은 스트레인지러브 이후 거의 은퇴하게되는 분위기였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준 게 미국과 소련의 우주개발 경쟁이었는데, 케네디 대통령이 달 착륙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미국의 모든 언론과 매체들이 우주에 대해 이야기하는 상황이었다. 정부, 언론, 기업들의 지원도 왜 미국 시민들이 낸 세금의 상당한 부분이 여기에 투자되어야만 하는지 등의 현실적인 의문이 나오지 않도록 우주를 희망차고 멋진 것으로 홍보하는데에 집중되고 있었다. 큐브릭은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먼저 정부와 투자자들이 좋아할 만한 우주영화 스토리가 필요했다. 아서 C. 클락이 큐브릭의 덫에 걸려들어 시나리오 작업을 하게 됐다. 이미 반전주의자로 낙인 찍힌 큐브릭은 거의 모든 투자 설명회에 클락을 대신 보냈다. 인류가 외계인과 최초로 조우해 다음 차원의 문명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얻게되는 멋진 스토리로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컴퓨터 시장을 꽉 잡고 있던 IBM도 컴퓨터/서버 광고효과를 노리고 투자를 결정했다.

실제로 촬영이 시작된 이후에도 이 눈속임은 계속 됐다. 중간 점검에서 투자자들에게 보여줄 영화는 먼저 실제 과학자들의 우주에 대한 인터뷰가 10분간 진행된 뒤에 시작되고 중간 중간 아무런 음향 없이 이어지는 롱 테이크에는 친절하게 아서 C 클락의 내레이션이 들어갔다. 신나고 멋진 우주 모험 영화였다.

실제로 큐브릭이 만들고 있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는 내레이션이 없고, 인터뷰도 없고, 모든 우주 장면은 아예 음향이 없는 장면이 많고, 후반부로 갈 수록 예술적 표현이 스토리를 압도하기 시작하고, 주인공 빼고 우주탐사에 도전한 사람은 모두 죽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일부 인물들은 우주선을 통제하는 AI인 HAL에 의해 살해당한다. HAL은 IBM의 철자를 바로 전 알파벳으로 바꿔서 만든 이름이었다. 알파벳에서 H 다음이 I, A 다음이 B, L 다음이 M. 대놓고 투자자를 희롱했다. 대노한 IBM은 IBM 로고가 들어간 장면은 모두 삭제하도록 요구했다.

더 놀라운 건 투자자들이나 영화사가 큐브릭이 이럴거라고 전혀 몰랐냐하면 감은 잡았는데 큐브릭이 파놓은 함정을 비켜나갈 방법이 없었던거다. 워낙 대중적 인기가 컸던데다, 전작이 문제작이었지만 국방부 홍보영화를 찍겠다고 저렇게 치밀한 사기를 치니 위험(?)을 알면서도 거부할 방법이 없었던 거다.

작가로서 아서 C.  클락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나올 것 같은, 허술한 부분이 느껴지지 않는 소설들을 썼는데, 큐브릭과의 협업에서는 200% 꼭두각시 노릇을 했다. 투자자들을 속이는데 앞장 서야했을 뿐 아니라 영화 개봉 후 나오는 동명의 소설도 큐브릭의 통제/검열을 받아서 써야할만큼 철저하게 지배당했다.

머리 속에 만들고 싶은 영화가 있는데 세상이 막고 서있다면 그 세상을 밀어낼 방법까지 생각해냈던 큐브릭은 영화 뿐 아니라 시대를 자기 마음대로 다룰 줄 알았던 천재다. 영화의 거장이 아니라 그냥 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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