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증하는 교제폭력,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됩니다

《폭증하는 교제폭력,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됩니다》용혜인

지난 달 26일, 서울시 금천구에서 교제폭력 피해자가 살해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는 용기를 내어 112 신고를 했고, 가해자는 임의동행 조사까지 마쳤지만, 귀가 조치 된 가해자는 피해자를 살해했습니다. 교제폭력 행위에 대한 제대로된 처벌 규정과 피해자 보호 방안이 미비한 현실 속에서 벌어진 끔찍한 비극이었습니다.

제가 경찰청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교제폭력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2019년에는 5만 건이었던 교제폭력 신고 건수가 작년에는 7만 건까지 급증했습니다. 교제폭력 피의자 검거 건수도 2020년 8982건, 2021년 1만 554건, 지난해 1만 2841건으로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교제폭력의 유형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폭행, 상해 행위는 여전히 단순 폭행죄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교제폭력의 상습성과 연속성, 보복범죄 가능성을 감안할 때, 형법상 폭행죄와 별개로 교제폭력에 대한 독자적인 제재 규정이 절실합니다. 실제로 교제폭력이 살인 기수·미수, 그리고 보복범죄로 이어지는 건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울러 교제폭력의 신고 대비 검거 건수가 매우 낮은 것 역시 문제입니다. 신고 건수 대비 낮은 가해자 검거율은 교제폭력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수사기관의 태도를 반영합니다. 교제폭력을 한 번 발생하고 끝인 범죄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사후 추가 범죄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적극적인 수사 방침을 마련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교제폭력의 피해자 역시 가정폭력, 스토킹 피해자와 같이 피해자 보호조치가 절실합니다.

더 이상 한 명의 여성도 더 잃어선 안된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국회가 교제폭력 입법 공백을 메워야 합니다. 수 년 째 국회에 잠들어 있는 교제폭력 관련 법 개정안을 시급히 논의할 것을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