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은 금년 상반기중 글로벌 은행 불안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유지하였다. 금융시장은 주요국 통화긴축 속도조절 기대 등으로 금리가 하락하고 주가가 상승하는 등 안정세를 보였고, 금융기관의 양호한 손실흡수력을 바탕으로 금융중개기능도 원활하게 작동하였다. 다만 무역수지 적자 등 성장세가 둔화되고 가계 및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취약부문을 중심으로 저하되고 있다. 단기적인 금융시스템 불안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 Financial Stress Index)는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등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위기단계까지 상승(23.4)하였으나 금년 2월 주의단계로 하락한 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금융시스템 내 잠재 취약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하반기까지 기준금리 인상, 경제주체의 위험선호 약화 등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고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하락하는 등 그간 누증된 금융불균형이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금년 들어 국내외 통화정책 긴축기조 완화 기대 등에 영향을 받아 주식가격이 상승하고 부동산가격 하락폭이 축소되는 가운데 4월 이후 가계대출이 다시 늘고 있어 금융불균형 누증의 축소가 제약되는 모습이다. 이를 반영하여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전반적인 금융취약성을 보여주는 금융취약성지수(FVI, Financial Vulnerability Index)가 금년 들어 소폭 상승하였다.
아직 각 업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및 코로나19 이전 기평균(2009~19년
중)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2023년 3월말 현재 0.31%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0.8% 내외) 및 장기평균(0.54%)을 하회하고
있다.3) 비은행금융기관중 저축은행과 여전사의 가
계대출 연체율은 2023년 3월말 현재 각각 5.6%,
2.8%로 비교적 높은 편이나 장기평균 수준(9.3%3.2%)을 하회하고 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5.8%, 6.3%)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한편 최근 늘어난 가계대출 연체채권은 저소득 또
는 저신용이면서 3개 이상의 기관에서 대출을 이용
중인 취약차주로부터 주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2022년말 기준 취약차주는 전체 가계대출 차주수
및 대출잔액의 각각 6.3%, 5.0%에 불과하나, 2022
년 하반기중 신규연체차주와 신규연체잔액을 대상
으로 보면 취약차주가 각각 58.8%, 62.8%를 차지하
는 것으로 시산되었다. 더욱이 이러한 신규연체 취
약차주중 39.5%는 신규연체잔액이 차주의 연간소득
액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최근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늘어난 연체채권의 상당 부분
이 상환에 의한 정상화보다는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으로 귀결되어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및 자본비율에 부정적인 영향4)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연체율 변화를 살펴보
면, 2013~19년중 취급된 가계대출의 연체율은 공통
적으로 취급 직후 약 6~8개 분기에 걸쳐 가파르게
상승한 후, 1.0~1.5% 수준을 정점으로 완만하게 우
하향하는 경향을 보여왔다.6) 그러나 2020년 이후
취급된 가계대출의 경우 낮은 금리 수준과 코로나
19 관련 정책지원 등에 힘입어 연체율의 오름세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완만해졌고 연체율 수준도 아
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2020년 이후 취급된 대출의 경우 대출금리 상승과
정책지원 축소 등으로 인해 그간 이연되어 온 연체
가 일부 늘어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이고, 이는 한
동안 가계대출 연체율을 높이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금융기관들이 높아진 신용위험에 대응하여 대손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해 온 만큼, 가계대출
연체 확대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의 복원력은 여전히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10) 다만
신규연체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날 수 있으므로
금융기관은 부실채권 정리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쓰는 동시에 자본확충 노력을 이어갈 필 요가 있다. 정부와 감독당국은 코로나19 관련 조치의 정상화 과정에서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체가 빠르게 확대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가계대출 연체채권 발생 현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취약차주들이 필요에 따라 채무조정 및 개인회생· 파산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11)
함으로써 금융기관의 연체관리 부담을 경감시켜줄 필요가 있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금리상승시 채무상환부담의 급격한 증대로 부실채권이 일시에 늘어나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고정금리대출 비중 확대를 유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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