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보고서 다 읽으신 박인규 교수님 말씀:
"결론은 이번 IAEA보고서가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는 것이 좋은지 아닌지, 정당한지 아닌지, 비용은 더 들어도 다른 대안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연구 보고서’가 아니란 것이다.
의뢰 받은 방식이 과학적으로 국제기준을 충족하는 가에 대한 답변인 것이다. 보고서 어디에도 다른 방식보다 해양 방류가 비교 우위에 있다는 얘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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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영문 보고서를 하루만에 다 읽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평소 논문 리뷰 할 때 갈고 닦은 실력으로 어디가 중요한 부분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연구과제 심사 평가를 자주 해본 사람이면, 주어진 시간내에 보고서를 읽고, 400자 이내로 피평가자에게 공개할 평가 요지를 쓰는 것에 익숙하게 된다. (물론 평가가 부실할 수 밖에 없다. 그게 우리네 문제긴하다. 제발 충분한 시간을 달라!)
어쨌든, 이번에 IAEA가 발표한 보고서가 130페이지에 달한다. 우선 보고서의 구성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부 소개
1.1. 배경
1.2. 종합 보고서
1.3. IAEA 국제 안전 기준
2부 기본 안전 원칙과의 일관성 평가
2.1. 안전에 대한 책임
2.2. 정부의 역할
2.3. 안전을 위한 리더십과 관리
2.4. 정당성
2.5. 보호 최적화
2.6. 개인에 대한 위험 제한
2.7. 현재와 미래 세대 및 그들의 환경 보호
2.8. 사고 예방
2.9. 비상 대비 및 대응
2.10. 기존 방사선 위험을 줄이기 위한 보호 조치
3부 안전 요구사항과의 일관성 평가
3.1. 규제 통제 및 승인
3.2. 배출 제어를 위한 시스템 및 프로세스의 안전 관련 측면
3.3. 소스의 특성화
3.4. 방사선 환경영향평가
3.5. 소스 및 환경 모니터링
3.6. 이해관계자 참여
3.7. 직업 방사선 방호
4부 모니터링, 분석 및 확증
4.1. 확증 활동 개요
5부 향후 활동
5.1. 임무 검토
5.2. IAEA의 독립적인 샘플링, 데이터 확증 및 분석
5.3. 실시간 모니터링
5.4. FDNPS 116에서 IAEA 지속적인 주둔
참고 문헌
기여자 목록
부록 1: IAEA 검토 임무 요약 및 발표된 기술 보고서
부록 2: IAEA 안전 검토에 사용된 관련 국제 안전 표준 요약
부록 3: TEPCO의 이행 계획 및 NRA 규제에 대한 업데이트 및 수정 목록 이정표 검토
부록 4: FDNPS에 적용되는 일본 법률 및 규제 조항
부록 5: 환경 내 삼중수소
이를 3줄로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2021년 4월, 일본이 ALPS처리에 관한 기본 정책을 발표. 이 발표안에 APLS 처리수를 바다로 방류하는 방법을 설명함. 곧이어, 일본 정부가 TEPCO가 제안하는 오염수 처리 방식의 안정성 평가를 IAEA에 요구함.
2. IAEA는 규정에 따라 안정성 평가 요청을 받아들여 이를 수행하기로 함. 이에 따라 오염수 처리에 따른 3가지 주요 안전 요소(첫째 - 보호 및 안전 평가, 둘째 - 규제 활동 및 프로세스, 세째 - 독립적 샘플링, 데이터 확증 및 분석)를 평가하기로 함. 이를 위해 IAEA 사무총장이 상기 3요소를 평가하기 위해 TF를 구성. IAEA가 의장을 맡고, 대한민국을 포함한 11개국 전문위원이 참여함.
3. 2021년 9월 활동을 개시하여, ALPS처리수에 대한 기술적, 규제적 측면을 검토를 해 옴. 2023년 7월 종합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IAEA는 ALPS 처리수를 바다로 방류하는 방식과 TEPCO, NRA 및 일본 정부의 관련 활동이 관련 국제 안전 기준과 일치한다는 결론을 내림.
즉, IAEA는 일본 정부가 요구한 ‘처리 방식에 대한 안정성 평가’와 ‘오염수가 바다가 방류된 이후에 방사능에 의한 환경적 문제가 국제기준에 부합한가’를 평가하고, 그 결과 보고서를 일본 정부에 제출한 것이다. (우리도 무슨 공사를 하면 환경영향 평가를 용역업체에 의뢰하고, 그 평가 보고서를 용역업체가 납품하는 것과 비슷한 형식이다. 구조가 그렇다는 것이지, IAEA를 용역업체라고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IAEA는 원자력에 관한 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국제전문기구다.)
결론은 이번 IAEA보고서가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는 것이 좋은지 아닌지, 정당한지 아닌지, 비용은 더 들어도 다른 대안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연구 보고서’가 아니란 것이다. 의뢰 받은 방식이 과학적으로 국제기준을 충족하는 가에 대한 답변인 것이다. 보고서 어디에도 다른 방식보다 해양 방류가 비교 우위에 있다는 얘기는 없다.
이미 몇 번을 이야기해서 지친감도 있지만, ‘오염수를 방류한 뒤 나타나는 영향이 국제기준에 부합한지를 과학적으로 따지는 것’이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정당화하거나 또는 추천하는 것이 아니다. 이 둘의 구별이 그렇게 힘든가? 플라스틱 생수 통 하나 바다에 버리는 행위를 과학적으로 따져봐라. 당연히 아무 문제 없다. 그래도 플라스틱 못 버리게 하는 것이 정상이다. 게다가 그것이 신뢰 할 수 없는 국가의 정부가 하는 짓이라면 더욱 그렇다.
출처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pfbid0LkuQAwjc2qfAGFAMhKGrUnSkQP3TQjuzvpNdVrcgMMm77ZiepfouEkWpe4kDPQPVl&id=100000576976878&mibextid=Nif5oz
과학자들의 고쳐지지 않는 문제점은 뭐든 과학으로 설명하고 훈계하려든다는 점이다. 아리수가 아무리 깨끗하고 생수보다 더 안심할 수 있다고 과학적 자료를 보여줘도 안 마시는 사람은 안 마신다. 아침 저녁, 세수하면 다 씻겨 나가니, 만원짜리 로션이나 50만원짜리 프랑스제 로션이나 큰 차이 없다고 성분을 비교해줘도, 만원짜리 안 쓸 사람은 안 쓴다. 어디 이 뿐이겠는가? 사람들의 판단을 과학이란 잣대만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래서 과학적이란 이유로, 데이터에 근거했다는 것만으로, 사람들이 따라올 것이라고 판단하면 안된다. 어쩌면 사람들이 과학적 선택을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고, 야단치고, 무지하다고 놀리는 것이 더 비과학적일 수 있다. 과학자들의 오만이다.
지금 정부가 방사능 괴담을 잠재우고 싶어한다는 것은 안다. 문제는 과학이라 윽박지르고, 공권력 동원해 잡아 넣겠다고 협박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란 점이다. 방사능에 대해 기초가 되는 물리학 공부를 접해 본 국민이 몇%가 되겠는가? 문과라서 안가르치고, 이과라도 물리 선택은 2%도 안되고…. 지난 20세기 동안 만들어진 양자역학과 핵/입자물리학에 대해 접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현대물리학 부분을 공부해 본 학생이 전체 몇%나 될까? 누가 만든 일인가? 국민인가, 국가인가?
기초 물리학 공부마저 배제시켜 온 정부가 이제와서 국민들이 괴담에 휩쓸린다고 욕해서는 안된다. 오롯이 국가의 책임이다. 어제 오늘 교육 이야기가 핫 토픽으로 떠오른 김에 끼워넣자면, 진정 정부가 과학이니 믿어달라고 말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현대물리학 파트를 교과과정에 넣어야 한다. 정 안되면 비문학 지문에라도 고정으로 넣어주던가…
(네... 물리 끼워팔기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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