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베르트 디스 VW CEO 포지션을 올리버 블루메(Oliver Blume) 포르세 CEO가 9월 1일 부터 승계합니다.
표면적 원인은 차세대 전기차를 핵심 소프트웨어 개발 지연을 두고 내부 분쟁이 재개되면서 포르쉐-피에히(Porsche-Piëch) 가문의 허버츠 디트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고 합니다. 즉 전기차 개발 전략을 불확실성에 빠뜨렸을 뿐만 아니라, 주주, 이사회 의결권 절반을 차지하는 노동조합과의 반복적 갈등도 빠질 수 없는 원인입니다.
참고로 포르쉐, 폭스바겐 가문은 오랜 갈등이 있었으나, 2008년 금융위기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지주사인 포르쉐SE를 통해 의결권을 확보하고 VW 경영권을 함께 지키기로 약속했습니다. VW 지분 50% 이상을 확보해 절대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죠. BMW 출신인 올리버 블루메는 VW 대주주인 포르쉐-피에히(Porsche-Piëch) 가문과 오랜 시간 친분이 있습니다.
#포스트모빌리티 내용 일부이긴 하지만...
하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헤르베르트 디스 사임은 이미 예견되었습니다. 작년(2021년) 12월 이미 고위급으로 구성된 폭스바겐 조정위원회(Volkswagen mediation committee)가 디스의 사임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개최되었죠. 허버츠 디트는 The Verge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전략과 철학에 대한 긴 인터뷰해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결국은 교체되는 운명을 맞이 했네요.
당시 그는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 30,000개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언급해 노사 긴장이 고조되었고 노조 대표들의 반발을 샀습니다. 2020년 폭스바겐 직원수가 66만 5천명으로 대략 5% 수준의 인력으로 적지 않은 규모죠.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전환에 따른 노동 이슈가 공론화 된 상황에서 폭스바겐도 당연히 노조와의 충돌이 없을 수 없습니다.
이전에도 그는 전기차 조립시간과 인력은 내연기관의 70%밖에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유휴 인력 30%는 은퇴나 자발적 퇴사 등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죠.
2021년 3월에도 전기차로의 전환 비용 마련을 위해 2023년 말까지 최대 5000명을 해고한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하는 등 어쩌면 일론 머스크보다 더 자극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하면서 노조를 자극해 온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는 VW 그룹의 진화를 위해선 매우 강하게 밀어붙였습니다. 자율주행보다는 전동화에 집중했고, 일론 머스크와 친분도 있었으나 테스라와 경쟁해 2025년에는 세계 판매 1위를 쟁취하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였죠.
다른 완성차 제조사 역시 테슬라와의 레이스를 강조하면서, 테슬라 따라잡기 프로젝트 ‘Mission T’를 공개하는 등 VW 혁신을 위한 광범위한 노력을 해 왔던 건 사실입니다.
관련 내용을 VW 블로그에 공개하면서 향후 10년 동안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은 모빌리티 기업이 될 것이라며 회사 경영에 박차를 가했죠. 2020년에는 ‘Transform 2025 – Strategy for the New Volkswagen‘을 발표하면서 그는 자신의 책임을 다음과 같은 핵심 내용을 강조했습니다. 역시 노조를 자극할 만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죠.
폭스바겐 그룹을 지속 가능하고 성공적인 미래로 견인 –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1%를 배출하는 폭스바겐의 책임을 준수하고 지속가능한 그룹으로 이끄는 것이 자신의 임무이며, VW 생태계가 존속하기 위해선 모빌리티, 디지털 기업으로 전환과 함께 완전환 변화가 필요
저항의 극복 – 전동화와 디지털화에 늦게 진출한 폭스바겐의 낡은 구조와 프로세스, 무엇보다 그룹 내 다양한 이해관계와 정치적 의제들은 낡은 구조와 프로세스 전환을 지연시키기 때문에 어떠한 저항도 동기부여로 삼고 새로운 전략은 모든 관리자와 이해 관계자의 지원이 있어야 광범위한 기반 위에서 구현이 가능
일론 머스크와는 수소차에 대해서는 서로 동일하게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자율주행은 포드 Argo AI에 의존하고 Bosch하고 협력하고 있는데 솔직하게 테슬라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새로운 칩을 지원하기 위해 2~3주 만에 소프트웨어를 다시 개발하는 테슬라가 인상적이다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등 매우 솔직한 발언들을 언론에 던지기도 했죠. 그의 핵심 전략은 New Auto 2030(2021년 7월 발표)에 집약되어 있습니다. 모빌리티 서비스, 소프트웨어 업체로의 전환을 집요하게 강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030년까지 배터리 비용 50%를 절감할 수 있는 공용 배터리셀 형식(Common Battery Format) 개발
원재료부터 재활용까지 배터리 공급망과 폐쇄형 배터리 가치사슬망 구축을 목표로 새로운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2030년까지 통합셀(Unified Battery Cell Format) 기술이 적용된 배터리 개발로 비용의 50%를 절감하고, 2023년 최초 장착 차량을 출시해 2030년 그룹 전체 차량의 80%에 적용
현재 200여 개 기업에서 70여 개의 운영체제를 보유한 전자제어장치를 공급받는 폭스바겐이 개발 중인 VW.OS의 양산적용 목표는 2025년으로, 통합 전자제어장치를 2~3개를 적용
이러한 계획을 통해 기존의 35%였던 유럽의 전기차 판매 목표를 70%로 상향 조정했으며, 2030년까지 배터리 전기차 점유율은 50%, 2040년에는 거의 모든 신차가 탄소배출 제로, 2050년에는 완전 탄소 배출 제로 자동차를 판매할 예정
가장 무섭게 느껴진 부분은 생산비용 절감과 함께 고정비용 5% 줄이겠다는 내용입니다. 아마도 도요타 마른수건짜기 이상의 계획들이 준비되어 있지 않나 싶은데요.
아무래도 새로운 CEO가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압력, 관련 조직 카리아드도 힘들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기존 기존 계획 수정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국내외 다른 완성차 제조사들도 기회가 될 수도 혹은 모빌리티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분야를 강하게 이끌어 온 VW 전략 변화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계획된 OS 등 완성시기도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듯 기존 완성차 제조사는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 넘어가는 과정에서의 진통이 따르고, 이런 점에선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전환을 위한 노사갈등, 전환비용이 필요없는 전기차로 시작한 제조사들의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역으로 테슬라를 제외한 신생 전기차 제조사들은 생산지옥에서 헤어나기 힘든 상황입니다.
노사갈등을 잘 마무리하기 위한 리더십과 거버넌스 중요성도 앞으로 더욱 강조될 거 같고 Nikkei 관련 포스팅을 했지만, 이런 관점에선 노사갈등은 없고 전환비용은 비교적 저렴할 것으로 판단되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장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시기적으로 어려운 산업 같습니다.
2018년 VW에 합류하기 전에 테슬라에 합류를 제안 받았으나 거절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테슬라에 합류할지도 궁금해 지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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