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데이터 수집은 꼭 약탈적이기만 한가
- 지금까지 우리의 생각은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
#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나
사실 이번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수집 동의 논란은 이미 어느 정도 예고가 된 일이기는 했다. 애플이 작년 iOS14 를 런칭하면서 자사의 기기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에게 웹 애플리케이션별 개인 정보 제공에 대한 옵트-아웃 옵션을 적용하면서 서드파티 애플리케이션 운영자들의 광고 수익 급감이 예상되었다. 데이터를 활용한 타겟 광고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 FT는 아이폰 의존도가 높은 대형 소셜 미디어 앱인 페이스북, 트위터, 스냅챗, 유튜브가 올해 상반기에만 옵트아웃으로 인해 총 98.5억 불에 해당하는 매출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는데, 실제로 마크 저커버그는 메타(페이스북)가 2022년 한 해에만 단독으로 100억 달러에 가까운 매출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화로 12조원 가량의 매출이 사라지는 꼴이다. 현재 메타는 숏폼 플랫폼인 릴스가 생각보다 틱톡을 좀체 이기지 못해 이 지점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앞으로의 이익 감소가 불을 보듯 뻔해진 상황에서 메타는 결국 애플의 옵트-아웃을 무력화할 수밖에 없는 카드를 꺼내들었는데, 결국 그것은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한 회원에 한해 메타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많은 유저들의 반발에 직면했고, 메타는 동의 기한을 연장하기는 했으나 개인 정보 제공 동의를 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얼핏 보면 메타의 이러한 행각은 데이터에 대한 약탈적 행위처럼 느껴지기는 한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꼭 그렇게 도둑질처럼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느낌도 든다. 근본적으로 페이스북의 사용료는 무료이기 때문이다.
# '우리'의 느낌이 꼭 맞는 것은 아니다
페이스북은 구독 시스템을 갖춘 플랫폼이 아니다. 아무나 가입을 하면 사용할 수 있고, 페이스북의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는 것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다. (물론 이렇게 제한이 없다는 점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도 많지만) 그렇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페이스북은 광고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최근 온라인 광고의 대세는 표적형 광고(Targeted Ad)라는 것이다.
우리가 군소 언론사 홈페이지에 접속했을 때 사실 이용자 경험이 좋았던 적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유비쿼터스 팝업식 광고 때문인데, 말 그대로 아무데서나 펑 펑 하고 우리 눈 앞에 뜨는 광고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광고는 그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사람이 초등학생이든, 직장인 여성이든, 노인 남성이든 간에 상관없이 성인용품 또는 정력제나 출처를 알 수 없는 영양제를 마구 판촉한다.
하지만 표적형 광고는 다소 다른데, 페이스북에서 표적형 광고를 하는 사람들은 페이스북이 수집한 개인정보에서 컴파일된 데이터를 입찰하여 자신이 판매하는 물건을 가장 잘 구매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에게만 광고를 송출한다. 즉 어린아이가 페이스북을 이용하면서 남성 정력제나 여사친이 뿅가는 향수 같은 택도 없는 광고를 구경할 일은 없다는 것이다. 표적형 광고는 마치 인터넷이 우리를 감시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이러니하게도 인터넷에 대한 사용자 경험을 더 낫게 만든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으면 (실제로 미국에서는 iOS 도입 이후 이용자들의 16%만이 옵트-아웃을 실행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표적형 광고를 내보내기가 어렵게 된다. 그렇다면 광고주들의 선택은 결국 아무에게나 광고를 송출하는 것이고, 결론적으로 우리는 국내 군소 언론사들에게서 볼 수 있는 엉망진창 유저 인터페이스를 페이스북에서 볼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 자원의 배분 문제로 볼 수도 있다
메타의 2022년 1분기 어닝 리뷰를 살펴보면, 미국/유럽 등 서구권 선진국의 광고 수익이 전체 광고 수익의 68.1%이다. 아태지역은 약 20.9% (중국이 페이스북을 공식적으로 차단하였으므로 이 수익은 한국, 일본, 대만 3개국에서 거의 담당하는 것일 터다.), 그리고 그 이외의 나머지 지역, 즉 남반구 저개발국들이 10.9% 정도를 담당하고 있다. 즉 페이스북은 본질적으로 서구 선진국 및 한국+일본+대만의 돈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일일 활성 유저(DAU)숫자는 이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페이스북의 22년 1분기 일일 활성 유저는 19.6억 명 가량인데, 이 중 미국과 유럽은 다 합쳐서 5억 명에 불과하다. 아태지역은 8억 2천 7백만명, 그 이외의 국가가 6억 3천만 명이다. 즉 중국의 VPN 유저를 고려해야 하는 아태지역을 제외하고 나면, 실제로 페이스북의 유저 중 남반구 저개발국 국민은 무려 32%에 이른다.
즉 다 합해서 7억명 정도 될까 싶은 선진국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유저들이 창출하는 광고 수익이, 저개발국 유저들에게 자유로운 페이스북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페이스북의 정보 수집을 그토록 비난했던 애플의 팀 쿡은 자사의 협력업체인 폭스콘이 중국과 대만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가혹한 노동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못하다.
때문에, 나는 세계시민의 입장에서 결국 저개발국의 시민들이(물론 그들도 페이스북을 계속 이용하려면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자유롭게 인터넷 공동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자원을 배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페이스북의 정보 수집을 선해하는 것처럼 느껴지신다면, 아무도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서 페이스북이 구독 모델로 전환되는 월드를 생각해 보자. 이것은 옳을까?
# 나는 이 비용을 감수하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금융회사나 통신사들과 같이 페이스북 역시 다건의 정보 유출 논란에 시달렸으며, 실제로 페이스북에 등록된 데이터들은 과거에 정치적 목적 등을 위해 악용된 경우도 잦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페이스북이 데이터를 모으지 못하게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소셜 미디어가 없었을 때도 정치적인 선동과 인종 청소, 학살은 더욱 큰 규모로 존재했으며 최근 소셜 미디어는 오히려 이런 불법을 고발하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괴벨스가 홀로코스트를 선동하고 아무도 반박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진영끼리 치고박고 싸우는 것이 낫지 않은가?
그리고, 내가 이 비용을 감수하기로 한 더 큰 계기는 트위터의 수익성을 거론하며 대놓고 프리미엄 유료 모델을 도입하겠다고 한 일론 머스크의 어처구니 없는 으름장과, 구독 모델을 이미 유지해 오고 있으면서도 뻔뻔하게 광고를 도입하겠다고 하고 구독료에 따른 컨텐츠 제한을 걸겠다고 공인한 넷플릭스의 행태이다. 둘 모두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는 하나, 이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동물들은 평등하다. 그러나 다른 동물들은 그보다 더 평등하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우리가 계속 무료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다같이 평등하게 데이터를 공유해 주십시오." 라고 말하는 페이스북이 내가 볼 때는 훨씬 더 양심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러한 비용을 감수하기로 했다. 혹시 개인 정보 제공 때문에 페이스북을 떠나기로 마음먹으신 분이 계신다면, 이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마음을 돌리시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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