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오해해버린 시장)
Fed 파월 의장은 마음씨 좋은 미국 할아버지의 전형이다. 친절하고 유머러스하며 웬만한 부탁은 웃으며 오케이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가 FOMC를 마치고 기자회견에 나서는 모습을 보면 짠한 마음이 든다. 뭔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그래서 그의 1시간여에 걸친 기자회견은 길고 지루한 느낌을 준다. 단호함으로 청중들에게 명료한 메시지를 주지 못한다.
그 자신이 명확한 답과 결론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모든 질문에 막힘없이 술술 의견을 개진하는 래리 서머스와는 참 다르다.
파월은 왜 그럴까? 그가 단단한 경제 이론과 정책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 기자회견에서의 최대 참사는 이제 fed funds rate가 중립금리 영역에 들어왔다고 말한 부분이다.
중립금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얘기다. 현 시점에서 아무리 낮게 잡아도 중립금리에 이르려고 하면 기금금리가 5%는 넘어야 한다.
그런 와중에도 파월은 줄곧 연준의 목표가 인플레이션 때려잡기에 있음을 강조했다. 필요하다면 9월 FOMC에서도 자이언트 스텝으로 갈 수 있음도 시사했다.
두 달에 걸친 초유의 1.5% 금리 인상, 눈 앞에 다가온 경기 침체를 가까스로 부인하는 파월의 모습에서 긍정적인 시그널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파월이 기자회견을 하기만 하면 시장은 폭주했다. 이제 대놓고 파월 기자회견을 전후한 시기에 단타를 치면 6%에 이르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왔다. 아마도 시장은 파월의 유약한 모습에서 희망을 읽었을 것이다. ‘이러다 말겠지. 이러다 곧 긴축도 접겠지’ 라는...
또한, 파월이 이제는 향후 금리 향방에 대한 예측인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를 주지 않고 그때 그때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한 부분을 큰 호재로 여긴 듯하다. 마침 라가드 ECB 총재도 포워드 가이던스를 포기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그런데 이것을 호재로 받아들인 것은 난센스다. 파월이 포워드 가이던스를 포기한 것은 Fed가 경제상황과 인플레이션 예측에서 줄곧 틀려왔기 때문이다. 틀려도 그렇게 틀릴 수가 없다.
인플레이션은 언제나 Fed가 예측한 수준을 크게 뛰어 넘었다. 왜 그럴까? 과거 데이터에 근거해서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희망 회로를 돌렸기 때문이다. 이제 파월은 그것을 깨달았고 더 이상 인플레이션과 금리 예측을 접겠다고 말한 것이다.
시장은 우선 인플레이션이 피크 아웃했다는 Fed의 진단을 또 믿었다. 그러면서 데이터에 근거해 금리를 정하면 곧 금리 인하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라 본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는 파월 얘기도 맞았다. 불확실성이 너무 커 예측하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맞는 얘기다. 그런데도 세금으로 수백명의 리서처를 지원하는 것은 그 상황에서도 정확한 예측을 하라는 것이다.
사실 당장 다음주부터 FOMC 멤버와 연은 총재들은 파월의 기자회견 참사를 만회하려 할 것이다. 파월이 포워드 가이던스를 포기한 것은 의도적 모호함(constructive ambiguity)를 통해 시장 변동성을 키우려 했기 때문이지 시장에 희망적 메시지를 주려 함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락장에서도 bear market rally는 있어 왔다. 그 랠리의 근거는 언제나 믿고 싶은 대로 시장이 움직여 줄 것이라는 희망회로에 있었다.
그 랠리를 이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이제 시장이 바닥에 가까이 온 듯하니 신나게 매수하는 것과 그 동안 하락장에서 팔지 못해 전전긍긍했는데 좋은 매도기회가 온 것이라 생각해 매도하는 것이다.
최악은 반등한 후 샀다가 다시 빠지니 공포에 질려 팔아버리는 것이다. 탐욕과 공포에 투자심리가 짓눌려 이성적 사고를 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런 행태를 반복하면 계좌가 깡통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파월의 말대로 불확실성이 클 때는 방망이를 길고 잡고 스윙을 해야 한다. 사는 것이 승리하는 것도 아니고 패배하는 것이 아니다. 파는 것이 승리하는 것이 아니고 패배하는 것이 아니다. 내 나름의 모델을 개발해 단단한 철학을 가지고 길게 스윙하는 자가 이기는 게임이다.
영화 ‘빅쇼트(Big Short)’를 보면 서브프라임 사태를 정확히 예견해 CDS를 매수함으로써 모기지 시장을 공매도했음에도 마이클 버리는 숱하게 부도 위기에 처한다. 그를 부도 위기에 몰아 넣은 것은 잘못된 믿음을 갖고 반대 포지션으로 그를 공격한 월가 헤지펀드와 IB들이었다. 그가 몇 달만 버티기로 했으면 오늘날 전설적인 마이클 버리도 빅쇼트도 없었을 것이다.
그는 최소 수년을 버텨야 했다. 이제 하락장이 시작된지 6개월이다. 베어마켓 랠리는 1달이다. 버틸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다. 물론 그 버틸 이유가 관건이다. 그 이유는 단단한 논리에 근거해야 한다. 파월 같은 자의 세치 혀가 아니라...
⊙ 당연한 말이지만 매도하라 매수하라는 얘기는 아니고 그냥 관전평을 적은 것입니다 ⊙
#파월 #fomc #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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