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님 글 ㅣ 트럼프 2.0에 대한 질문이 참 많네요. 트럼프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영향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사회 각 분야에 영향을 줄 정도라니요.. 금융 투자에 있어서도 그렇고, 철학의 영역, 그리고 정치 사회 문화의 영역에서도 상당한 논란거리를 제공하고 있죠. 지정학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어쩌면 미국 역사에 그의 기행이나 독특한 스타일은 오랜 기간 회자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이번 주말 에세이에서는 그 얘기를 드려볼까 합니다. 트럼프 1기와 2기의 차이… 같은 트럼프지만 1기와 새로 맞이할 2기는 무언가 차이가 있지 않을까요? 네. 우선 견제 세력이 부재하다는 점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겁니다. 1기 트럼프 당시에는 펜스가 부통령으로 있었죠. 그는 정통 공화당의 뿌리를 갖고 있었고, 당시 어쩌면 공화당 입장에서는 이방인이라고 할 수 있는 트럼프에 대해 여러가지 견제구를 던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재무장관이었던 므누신은 트럼프가 너무 과도한 부양책, 혹은 경제 정책을 언급하는 것을 제어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고 하죠. 볼턴 등 트럼프와 그리 좋지 않은 관계를 유지했던 관료들까지 감안한다면 1기 트럼프 때에는 트럼프 입장에서만 보면 맞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시행착오를 반복한 점도 있었구요… 공화당이 여러가지 제한을 가한 점들도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막판에는 코로나로 인해 더욱 어려움이 많았을 거구요… 그렇지만 이번 2기에는 트럼프 주변의 충성 인사들로 각료들을 채우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라이트하이저나 피터 나바로와 같은 1기 당시의 강경파들은 다시금 중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죠. 네. 이번 2.0에서는 불편함없이 밀어붙일 수 있는 환경은 확실히 만들어진 듯 합니다.
그리고 트럼프 1기 때… 2019~20년으로 넘어오면서 트럼프 정부 내에서는 2기 때 보다 강하게 해주자.. 라는 얘기들이 종종 회자되었다고 하죠. 예를 들어 미중 무역 합의를 할 때 중국이 워낙 강경하게 나오니까 20% 수준의 관세, 2000억 달러 수준의 미국 물건을 중국이 매입해주는 정도… 이 정도에서 합의를 봤는데요… 당시 2020년 재선 이후 보다 강하게 밀어붙이자.. 라는 얘기도 있었다고 하죠… 네. 트럼프 2.0은 있겠지만 3.0은 없겠죠. 그리고 트럼프의 나이를 봐도 3.0의 가능성은 닫혀있습니다. 마지막 4년인 만큼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강하게 밀어붙이게 되지 않겠느냐.. 라는 얘기가 가능한 겁니다. 개인적으로 설득력있는 얘기라고 보는데요.. 다만… 대통령 임기 후반부로 갈수록 3.0이 없다는 것은 조기 레임덕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죠. 공화당 입장에선 뉴 페이스의 견제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제가 정치 전문가는 아니지만 오히려 반대 효과도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듯 합니다. 앞의 두개만 정리해보면… 견제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3.0이 없으니 보다 강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가요?
세번째입니다. 1기와 2기는 주변을 둘러싼 매크로 환경이 많이 다릅니다. 1기 당시인 2016년을 되돌아보죠.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전세계는 경기 부양에 힘을 쏟았고 각국이 빚더미에 오르게 됩니다. 그랬다가 터진 것이 2010~12년의 유럽 재정 위기였죠. 2014년인가요.. G20 정상회담에서는 이런 재정 위기를 경계했기에 방만한 재정에 대한 강한 경고를 이어가곤 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전세계 국가들이 함부로 재정 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을 하지 못했죠. 대신 통화 정책을 통해 재정 지원이 비어있는 자리를 돈 풀기로 메워줬던 겁니다. 그러니 금리 인하, 양적완화 등의 경기 부양책이 워낙 강하게 이어질 수 있었죠. 즉, 전세계 국가들이 재정을 쓰는 것에 대해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였던 겁니다. 그런데… 당시 트럼프가 들어서자마자… 시장에서는 저 정도의 멘탈과 독특한 밀어붙이기 스탈이라면 재정 지출을 크게 늘릴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만들어내게 되었죠. 17년에 단행되었던 과감한 법인세 인하가 그 스타트를 끊어주었던 겁니다. 그리고 2017년 전세계 주식 시장이 활활 타올랐고, 재정 지출 확대에 대한 우려를 담으며 국채 금리가 상승했었죠.
그렇지만 지금은 반대죠.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전세계는 과감한 재정 지출을 이어갔고 대부분 다 빚더미에 앉아있습니다. 여기서는 함부로 재정을 더 털어쓰기가 쉽지 않죠. 지난 2주 전부터 에세이에 적었던 것처럼 영국과 프랑스는 어쩔 수 없는 증세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죠. 부담이 크지만 지금의 상황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는 겁니다. 참고로 전일 FOMC에서 파월 의장은 현재 미국의 재정 적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라는 질문을 받았죠. 간단하게.. 지속가능하지 않다라는 말로 답했습니다. 네.. 현재도 부담스러운 재정적자 레벨인데요… 이걸 무시하고 계속해서 과감한 돈 풀기를 하는 게 만만치 않겠죠. 여기서도 돈 풀기가 이어지게 되면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이른 바 채권 시장의 자경단 모멘텀에 봉착할 수 있죠.
여기서 이런 반론이 가능합니다. “돈 워리.. 돈 워리.. 연준이 돈을 풀어서 국채를 사주면 되는데.. 뭐가 문제니.. 트럼프가 연준을 더욱 압박할 수 있는데…”라는 반론이죠. 네.. 국채 발행이 늘어도 연준이 돈을 풀어서 거대한 규모로 국채를 사주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요… 여기서 또 하나의 차이를 보셔야 합니다. 바로 인플레이션이죠.
트럼프 1기가 시작했던 2016년 말은 디플레이션 압력이 강할 때였죠. 저성장 저물가 고착화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요.. 어떻게든 인플레이션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을 때였습니다. 그러니 당시에 그 많은 돈을 풀어도 공격을 받지 않았죠. 마치 30년 동안 디플레 늪에 빠져서 허우적 댈 때에는 아베가 그렇게 많은 돈을 풀어도 큰 문제가 없었지만… 이게 인플레로 돌아서게 되니.. 디플레의 나라라던 일본이 다른 나라가 금리를 인하하는데 혼자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 겁니다. 네… 재정 적자가 커져서 금리가 오릅니다. 그런 금리의 상승을 돈 풀기로 메워버리면요… 인플레가 찾아오게 됩니다. 과거에는 디플레 상황이었기에… 왠만한 인플레 자극으로는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옮겨붙기 쉽지 않았죠. 그렇지만 지금은 40년 만의 인플레이션으로 호되게 고생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이럴 때 너무 과감한 돈 풀기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충격을 더욱 크게 만들어내지 않을까요?
40살이 될 때까지 당뇨를 겪어보지 못한 홍길동이 있습니다. 40세까지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마음껏 단 것을 먹었던 거죠. 그런데… 과감하게 단 것을 먹었다고 당뇨를 세게 맞아서 한동안 고생했던 겁니다. 이제 당 수치가 조금 내려와서 안정권에 들어가려고 하죠. 여기서 또 단 것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요? 한가지 확실한 것은요… 당뇨를 겪기 전의 홍길동과 당뇨로 고생한 이후의 홍길동은 마음가짐부터 시작해서 단 것에 대한 당 수치의 민감도까지 상당한 차이를 보일 겁니다. 인플레이션의 불씨가 남은 상태에서 등판하는 트럼프입니다. 과감한 인플레 부양책은 생각보다 부담스러운 적으로 자라날 수 있죠.
견제 세력이 부재하다는 점, 트럼프 3.0은 없다는 점, 재정 적자가 심한 상태에서 들어온다는 점, 40년만의 인플레를 겪고 있다는 점… 당시와의 큰 차이점일 겁니다. 그런데요..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하나가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사람들이 트럼프 1기를 이미 겪어봤다는 점이죠. 트럼프라는 캐릭터가 어떤지 어느 정도 아웃라인을 잡고 있죠. 그리고 1기 당시 시장의 흐름을 보면서 트럼프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요.. 문제는 어떤 사람은 트럼프를 강달러로.. 어떤 이는 트럼프를 약달러로 기억하죠. 어떤 이는 트럼프를 고금리 메이커로, 어떤 이는 트럼프는 저금리 애호가로 기억합니다. 트럼프 1기 집권 당시에는 저금리와 고금리, 강달러와 약달러 국면이 모두 나타났던 바 있죠. 그리고 사람들은 어쩌면 자신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시기의 흐름.. 그리고 트럼프를 그 시기의 이미지로 기억합니다.
그럼 트럼프 2.0의 등장과 함께 서로 다르게 적혀있는 기억의 파편들을 들고 나오니 혼란이 가득하겠죠. 그런데요… 갑자기 어느 한 뱡향이 강하게 나타나면… 다들 거기에 딸려갑니다. “아.. 약달러인줄 알았는데.. 강달러였나?”라면서 딸려가는 거죠. 그런데요.. 또 약달러로 돌면… “그럼 그렇지.. 약달러가 맞쟎아.. 내 기억이 정확했어”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모두가 트럼프 1기를 겪어봤습니다만… 서로 다른 그림으로 기억한다면… 그리고 현재 시장 흐름에 따라 모두가 한 쪽으로 몰려가게 된다면… 글고 순식간에 “그럼 그렇지” 모드로 반대로 되감긴다면… 그 자체로 상당한 변동성을 만들어내는 것 아닐까요?
네… 마지막 한가지는요… 이미 트럼프를 겪어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구요… 더 큰 문제는… “추억은 다르게 적혀있다”는 겁니다. 어쩌면 트럼프 당선 직후 나타나는 드라마틱한 변동성은 너무나 당연할 것 아닐까요? 한 방향으로 쏠리면 낭패를 볼 확률이 정말 높아졌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주말 에세이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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