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2월 마지막주입니다. 2023년도 거의 끝을 향해 가네요. 진짜 몇 일 남지 않았는데요, 아무쪼록 의미있는 갈무리를 하셨으면 합니다. 이제 내년도의 이야기를 전해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우선 2023년 금융 시장이 어떻게 흘러왔는지.. 그리고 올해 초 말씀드렸던 전망의 핵심 포인트와 엮어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한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ㅣ 오건영님 코멘트
주식 시장은 정말 뜨거운 모습을 보였죠. 특히 M7이라고 불리우는 미국의 대형성장주는 정말 이례적인 상승세를 보여주었구요, 연준의 피벗 기대가 커진 이후에는 S&P500의 남은 493종목으로도 훈풍이 밀려가는 분위기였습니다. 애니웨이, 가공할 상승세를 보여준 주식 시장은 S&P500기준으로 사상최고치를 형성했던 1월 초로 되돌아왔죠. 1년간의 기근, 1년 간의 풍요가 나타났습니다. 참고로 2021년 초에는 제로금리에 양적완화를 하던 시기였는데, 지금은 5.25~5.5%의 금리에 양적긴축을 하고 있음에도 주가가 비슷하다는 점은 참 놀랍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2022년 11월을 기점으로 해서 글로벌 증시는 V턴에 성공해서 2023년의 마감을 앞둔 지금 전고점으로 되돌려졌죠. 2년간의 긴 여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채권 시장에서의 금리는 참 독특합니다. 10년 국채 금리 기준으로 연초에 3.9%수준에 시작했던 지난 2~3월 큰 폭으로 하락했었죠. 9월부터 금리 인하에 돌입하고 내년까지 200bp인하할 것이라는 흐뭇한 상상에 금리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더랍니다. 물론 경기 침체로 인해 국제유가도 끊임없이 주저앉고 물가도 내려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 즉, 성장도 안되고 물가도 낮아지면 금리는 낮아질 수 밖에요.. 한국 10년 국채 금리도 3.2%까지 낮아지는 등 시장 금리가 그야말로 주저앉는 그림이었죠. 그런데요.. 계속 금리는 내려갈 것 같다.. 라는 시장의 압도적인 뷰가 형성된 이후 이상한 흐름이 나타납니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 것이죠. 연준은 그렇게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을거야.. 라는 반전의 아이디어가 현실화되고,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가 워낙에 심하다보니 국채 발행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투영되었죠. 그리고 기간 프리미엄의 상승과 생각보다 강한 성장세는 지난 10월 국채금리를 5.0%위로 밀어올려버립니다.
기억하시겠지만 그 때에는 금리가 오를 요인만 보였었죠. 그런데.. 와.. 11~12월… 연준은 거대한 변화를 줍니다. 그리고 이에 힘입어 국채 금리는 큰 폭으로 주저앉았구요, 현재 10년 국채금리는 3.9%로 되돌려졌죠. 연초와 똑같아진 겁니다. 여기서 간단한 질문 하나만 드려볼까요?^^ 연초에 어떻게 전망을 해야 맞는 걸까요? 1번… 내릴 겁니다. 2번 오를 겁니다. 3번 보합입니다.. 결국 돌고 돌아 답은 3번이 된 것이지만… 아마.. 3번을 찍은 사람은 1년 내내 욕먹다가 마지막에 맞추는 케이스가 되지 않을까요?
네. 비슷한 흐름이 환율에서도 나타났죠. 연초에 큰 폭으로 하락했던 환율은 연중 1270~1360원 사이를 횡보하다가 다시금 하락하면서 1298원 정도에 멈추어섰습니다. 연초와 매우 비슷한 수준이죠. 국제유가도 75불 수준으로 비슷한 듯 하구요… 2년 국채 금리도 비슷합니다. 그럼 당연히 10년과 2년 국채금리차 역시 비슷하겠죠. 연중 큰 폭의 상승과 하락, 혹은 하락과 상승을 보인 이후… 원위치로 되돌아온 겁니다. 허탈한가요? T.T
무언가 시장의 변동성이 높다라는 얘기.. 무언가 시장 참여자들도 안정이 되어 있지 않고… 불확실성을 상당히 느낀다는 의미도 될 수 있겠지만… 과거의 패턴과는 달라진 그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의미 아닐까요? 또 40년만의 인플레이션 얘기하려고 밑밥까는 거냐.. 라는 생각을 하실 듯 하여..ㅎㅎ 그보다는 올해 초 연간 전망 에세이에서 가장 주목했던 연준 FOMC의 코멘트 하나를 재인용해볼까 합니다. 일단 이 기사는요… 23년 1월 5일에 나왔죠. 22년 12월 FOMC가 끝나고 3주 후에 의사록이 발표되는데요, 그 의사록에 실려있던 내용을 정리해서 보도한 겁니다.
FOMC 의사록을 보시면 앞 쪽에는 연준 Staff들의 경제 전망이 나옵니다. FOMC에서 금리 인상 인하를 투표하는 사람들을 Participants라고 하는데요, 이들에게 FOMC 이전에 전망 등을 브리핑해주는 이코노미스트 직원들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떤 얘기를 했는지 보시죠.
“연준 직원들은 경제가 내년 말까지 침체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4일(현지시간) 마켓워치는 간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공개한 지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경제 전망과 관련한 연준 관련 부서의 전망을 소개하며 시장이 올해 전망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직원은 경제의 가장 힘든 국면이 이전에 예측했던 것보다 1년 늦은 2024년 말까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지난해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올해 경제가 침체에 접어들 것으로 본 금융시장의 전망과 차이가 있다.
관련 부서는 11월과 12월에 새로운 정보를 접했다며 경제 성장은 예상보다 강했으며 재정 조건도 이전 가정보다 덜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식 가치에 대한 더 높은 전망과 달러에 대한 더 낮은 전망은 중기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금리를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의사록에서 관련 부서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전망에 대한 위험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음을 경고했다. 다만, 연준은 올해 성장은 여전히 "현저하게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연합인포맥스, 23. 1. 5) ” [(230108)”2023 연간전망 최종회 _ 고지전”에서 발췌]
말씀드렸던 것처럼 지난 해 12월 FOMC에서 Staff(연준 직원들)들이 한 얘기입니다. 첫 문단에서 말하죠.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22년 말 침체는 따놓은 당상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을 때 뭔가 이상하다고 한 겁니다. 무언가 다른 분위기인 듯 하다구요… 그리고 두번째 문단에서 말하죠. 23년에는 경기침체가 없을 것 같다고… 오더라도 24년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얘기를 한 거죠. 마지막 문단이 핵심입니다. 이유인 즉슨… 이렇게 말하고 있죠. 핵심이니까 한 번 더 인용합니다.
“특히 주식 가치에 대한 더 높은 전망과 달러에 대한 더 낮은 전망은 중기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금리를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강하게 반등하는 주가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달러로 인해 투자자들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는 거죠. 그럼 중기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금리가 주는 충격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실제 미국 경제는 올해 초 있었던 경기 침체 비관론을 이겨낼 수 있었죠. 3월 SVB파산 사태와 5월 부채한도 상향, 8월의 신용등급 강등 등의 파고가 있었음에도 말이죠.
위의 인용문을 1년이 지난 지금 읽어보시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일단 지난 12월 FOMC 때 어떤 얘기가 오갔을지… 의사록 내용이 궁금하지 않나요?^^ 워워워.. 다음 주.. 24년 1월 4일날 나옵니다. 그 때 연준 스탭들이 어떤 얘기를 했을까요? 의사록의 앞 부분에 해당 내용이 담겨있을 겁니다. 참고로 연준 스탭들은 FOMC에서 금리를 결정하는 연준 이사들이 아니죠. 연준 내 이코노미스트들이죠. 이들이 미국 경제에 대해 전반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연준 위원들에게 브리핑하고… 그 이후에 이런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참고해서 금리를 결정하는 겁니다. 과연 이들 스탭들은 어떤 얘기를 했을까요.. 왜 파월이 갑자기 12월에 금리 인하를 언급할 정도로 돌변했는지.. 여기서 힌트를 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럼 지금까지 긴 얘기를 해드린 이유가.. 1월 의사록 보자는 결론 때문이냐.. 그건 아닙니다. 이제는 조금 지겨우시겠지만… 여전히 저는 이 프레임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구요.. 여전히 그 프레임 안에서 완전하게 빠져나가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인플레 쇼크 -> 금리 쇼크 -> 경기 침체 쇼크 -> 피벗 기대 -> 인플레 쇼크 -> 금리 쇼크 -> 피벗 기대.. -> 인플레 쇼크…. “ 이 프레임이죠… 지금 우리는 7~8월 다시금 올라오는 인플레를 제압하고자… 9~10월 Higher for Longer의 수사를 던지면서 시장 금리를 크게 밀어올려 금리 쇼크를 만들어내고… 경기 침체 우려를 키우면서… 파월이 당황해서 금리 인하를 고민하게 만들어준… 결국 피벗 기대의 국면에 놓여있죠.
만약 이런 피벗 기대가 다시금 인플레를 자극하게 된다면… 또 다시 루프로 말려들어가는 거구요.. 만약 인플레이션이 효과적으로 제압될 수 있다면… 실제 연준이 밝히는 것처럼 디스인플레가 된다면… 이 루프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겁니다. 주택 인플레가 이제 조만간 풀릴 테니… 그거 감안하면 물가가 금새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여기서 작용하고 있죠. 그런데요.. 만약 주택 시장이 피벗 기대에 다시금 강세를 보이면 어떻게 될까요? 예상보다 강한 소비가 인플레를 다시금 자극한다면?? 네.. 결국 주택 가격의 향방, 그리고 인플레이션의 끈적거림.. 이게 내년 한 해 전망의 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돌고 돌아 또 인플레냐.. 40년만의 인플레라서 그런지.. 참 징합니다.. 에흉.. 이후 에세이에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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