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님 증시전망 ㅣ 주말 에세이 겸 성탄절 에세이를 작성합니다. 먼저 메리 크리스마스 되시라는 인사부터 전해드리면서 시작하도록 하죠. 오늘 에세이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의 흐름을 한 번 간단하게 스캔해볼까 합니다. 어느 새 12월도 끝나가는 만큼 한 번 정도는 체크해보는 게 필요하겠죠?
일단 지난 1~2월로 돌아가보죠. 일단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빠르게 반등하던 자산 시장이었습니다. 1월 FOMC에서 파월 의장은 디스인플레이션에 대한 코멘트를 처음으로 던지게 되죠. 인플레이션이 억제되는 상황… 그걸 디스인플레이션이라고 하는데요, 상품 물가의 경우 이미 디스인플레에 접어들었고, 주거비 물가는 시차를 두고 디스인플레에 올 것인데… 여전히 서비스 업종의 슈퍼코어 인플레가 높으니 여기에 신경쓰자고 하면서 슈퍼 코어 인플레이션을 핵심으로 부상시킵니다. 애니웨이… 경기 침체는 올 것이 확실한데 물가는 안정되고 있습니다. 그럼 성장에 방점을 둘 수 밖에 없으니 금리 인하에 돌입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시장에서는 9월부터 금리 인하에 돌입하고, 2024년 말까지 200bp 금리 인하를 단행하여 기준금리를 3% 밑으로 밀어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죠. 실제 당시 기준금리 인상은 4.5~4.75% 레벨에서 이미 끝났다는 전망도 강했습니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금리가 빠르게 내려옵니다. 그럼 풀어놓은 유동성이 어디론가 몰려야 하니 성장주를 향했겠죠. M7의 기적 같은 상승세가 여기서 두드러지게 되죠.
3~4월에는 그 유명한 SVB사태가 있었습니다. 10위권에 해당되는 미국의 상업은행이 속절없이 파산했는데요, 이후 은행 뱅크런이 더 많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 은행들의 대출이 크게 위축되면서 시중 유동성이 크게 줄어들 것이며 이는 경기 침체를 확정시킬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었죠.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까지 파산했을 때는 컨센서스가 참 심각했던 것 같습니다. 여기에 연준이 나서서 BTFP를 던지게 되죠.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다시금 증가했구요, 시장은 은행 상황이 나아지면 성장이 개선되니 좋고, 안좋아지면 금리 인상이 사실 상 멈출 것이나 더 좋을 것이라며 환호성을 질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당시 미국 10년 국채 금리가 순식간에 3.3%를 하회했었죠.
당시 은행 파산 원인 중 가장 컸던 것은 국채 금리가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베팅을 쳤던 것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장단기 금리 역전이 장기화되고 있었다는 점이 보다 주요한 이유로 작용했죠. 이로 인해 은행들이 불안해지자 은행에서의 자금 이탈이 빨라집니다. 아… 중소형 은행에서 자금이 빠져서 대형 은행으로 흘러들어가게 되죠. 이를 방어하기 위해 중소형은행들은 예금금리를 끌어올리게 되구요, 이렇게 땡긴 현금을 대출로 내보면서 수익성을 높이기보다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면서 쟁여두고 있죠. 현금 유동성이 생긴 만큼 당장의 불안감은 완화되었지만 이제 중소형 은행들을 중심으로 수익성의 부진 우려가 커진 만큼 중소형 은행 파산의 이슈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구요.. 이는 내년에 중요한 화두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5~6월에는 미국 부채한도 협상이 주된 이슈였습니다. 당시 부채 한도를 늘리지 못하자 미국 정부에서는 자체 쌈짓돈 계좌인 TGA 계좌에서 돈을 쓰면서 버텼는데요, 이게 0에 수렴하고 있었죠, 극적으로 한도를 늘리는 것으로 합의는 했지만 합의가 되더라도 TGA계좌를 다시금 7000억 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그럼 국채 발행을 해서 땡겨야 하는데, 단기에 너무 많은 채권을 발행해서 자금을 땡기면 시중 유동성 부족 현상이 강화되면서 충격이 나타날 수 있죠. 3~4월 은행의 부진으로 인해 대출이 줄어드는데, 이렇게 TGA자금을 빨아들이게 되면 유동성 급락의 우려가 커지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요, 참 다행인 것이 당시 넘쳐나던 역레포 계정에서 미국 단기 국채 발행을 소화하면서 TGA가 7000억 달러 수준으로 되돌려지는 데도 불구하고 큰 문제없이 지나간 듯 합니다.
3~6월까지를 한꺼번에 보시면요.. 결국 은행의 파산과 정부의 부채 이슈들.. 이게 어떻게 전개될지 시장도, 연준도 답을 찾지 못했던 겁니다. 그럼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멈춰설 수 있는 이슈가 되지 않을까요? 애니웨이.. 이렇게 성장이 불안한데 디스인플레이션은 보다 강해지면서 6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3%까지 내려앉았죠. 그럼 이제 금리 인상은 사실 상 끝난 거나 다름없는 겁니다. 머지 않아 금리 인하에 돌입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였죠. 그리고 그런 기대를 머금고 시장은 환호성을 지르면서 달려갔던 겁니다.
이제 7~10월로 갑니다. 이 때 분위기는 아마 대충 다 기억을 하실 겁니다. 7월부터 미국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죠. 미국의 고용 시장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났구요, 국제 유가가 반등을 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금 높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풀려나온 유동성에 힘입어 자산 가격이 상승하자 미국의 소비 역시 계속해서 이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미국의 3분기 GDP성장률을 연율 5%성장으로 이끌었죠. 가공할 성장률입니다.
성장이 강하게 나옵니다. 물가도 다시금 높아지는 분위기였죠. 이건 금리를 추가로 끌어올릴 요인이 됩니다. 여기에 미국의 부채한도가 높여지면서 추가로 국채 발행을 할 수 있는 분위기였구요, 미국 행정부는 3분기 국채 발행 플랜을 발표했는데, 당시 기존의 행정부 예고보다, 그리고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양의 국채를 발행합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가… 피치에서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죠. 미국 국채로의 수요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금융 시장에서 빠른 장기 금리 상승세가 나타나기 시작했죠. 성장이 워낙에 강하고 물가도 반등하는 만큼 연준은 7월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5.25~5.5%로 기준금리를 높였구요, Higher For Longer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런 의지는 지난 8월 말 잭슨홀에서도 재차 확인이 가능했죠.
미국의 부채 문제가 워낙에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었고,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스티키한 만큼 꽤 오랜 기간 인플레와의 전쟁을 이어가야 합니다. 국채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는 만큼 기간 프리미엄이 높아져야 하니, 10년 국채 금리가 빠른 속도로 상승했고 장중 한 때 5%를 넘어섰죠.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너무나 커졌구요, 이에 금융 시장이 전체적으로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금융 시장의 긴장은 시장 금리의 상승에 기인한 바가 컸죠. 그리고 그런 시장 금리 상승의 반대 방향을 바라보게 하는 교두보를 지난 11월 초 FOMC를 통해서 확보할 수 있었죠. FOMC 이전 미국 재무부는 장기국채 발행을 줄이고 단기 국채 발행을 늘리는 분기 국채 발행 계획을 발표했죠. 장기 국채의 공급이 줄어드는 만큼 국채 가격의 급락 우려를 다소 눌러놓은 상황에서 11월 FOMC 결과가 나옵니다. 파월 의장은 시장 금리의 상승이 급격한 만큼 이로 인해 인플레가 제압될 수 있고, 연준은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을 듯 하다는 코멘트를 날리죠. 시장에서는 이런 연준의 스탠스가 추가 인상의 종료를 말한다고 느낍니다. 환호성을 질렀고 11월초부터 정말 강력한 랠리가 재현됩니다.
그리고 그런 랠리의 바톤을 이어받아서 12월 FOMC가 있었죠. 네. 금리 인하 코멘트… 산은 산 물은 물 코멘트… 이런 것들이 시장에는 감동을 선사했죠. 빠른 속도의 금리 하락세가 나타나면서 시장 분위기의 반전이 나타나게 됩니다. 인플레이션이 공급망의 개선과 함께 어느 정도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나자… 굳이 성장을 희생하면서까지 인플레를 잡아야 하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해만 해도 성장이 무너지더라도 물가는 확실히 잡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는데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성장은 성장대로 유지하고 물가는 물가대로 자연스럽게 잡을 수 있다는 얘기죠.
그런 사례가 적절할 듯 합니다. 예로부터 수술을 하지 않으면 완치가 되지 않는 병이 있는데, 수술이 너무 싫다고 약으로 어떻게 안되겠느냐는 환자를 만난 거죠. 의사는 난색을 표했지만 어떻게 저떻게 약을 줬고 어느 정도 차도가 보이는 겁니다. 그걸 보면서 수술 안해도 되고 나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졌다고 말하는 겁니다. 시카고 연은의 굴스비 총재는 이런 작은 가능성… 이런 좁은 길이 가능하다고 언급하고 있고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런 굴스비의 발언대로 시장이 흘러가는 듯 합니다. 그런데요… 굴스비가 예상하지 못한 부분도 분명 존재하겠죠. 물가는 잡히고 성장은 탄탄한 골디락스이자.. 소프트랜딩.. 그리고 연준의 피벗까지.. 앞으로 다가올 그 흐뭇한 미래는 금융 시장을 재차 뜨겁게 달구고 있죠. 그렇게 달구어진 금융 시장은 내년 무엇을 만들어내게 될까요?
1년의 흐름을 정리해보았습니다. 1분기에 올 것이라는 경기 침체는 찾아오지 않았죠. 9월부터 이어질 기준금리 인하는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내년 3월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시장은 재차 흥분하고 있습니다. 연준과 시장의 동상이몽은 지난 한 해 그렇게 티격태격했음에도 아직 좁혀지지 않았죠. 내년 한 해 동안에도 상당한 갈등을 빚을 것을 보입니다.
그런데요… 예전보다 높은 금리가 생각보다 오랜 기간 유지되는 Higher for Longer의 충격이 약한 고리를 흔들 수 있겠죠. 그 약한 고리는 국가 부채일 수 있구요, 중소형 은행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해드렸던 2분기의 이슈들은 해소된 것이 아니라 수면 아래로 잠복시켰을 뿐입니다. 네.. 해결이 아니라 봉합이었던 것이죠. 내년에도 시장에 꽤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해봅니다.
지난 에세이에서 안티 컨센서스라는 말씀을 드렸던 바 있습니다. 올해가 특히 그런 흐름이 강했죠. 무언가 문제가 생기면 봉합을 하는데요, 그런 문제들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봉합하고 밀고 갔다가.. 발목을 잡혀서 돌아오는 모습… 이런 흐름들이 시장의 예상과는 계속해서 다른 방향의 변화를 만들어온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요, 올해 해결되지 않았던 이슈들이 내년에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영향을 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다음 한 주 동안에는 연간 전망 에세이로 찾아뵙겠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되시구요, 3일 연휴의 마지막 날 뜻깊게 보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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