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님 시장리뷰 ㅣ 금요일 밤 미국 고용 발표가 있었죠. 와아.. 이번 숫자도 예상하지 못했는데요, 고용 지표가 크게 올라왔네요. 20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만들어졌다면, 그리고 임금상승률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감안하고 실업률이 되려 낮아지고 있다면 이!미! 빅컷을 단행한 연준의 고민이 깊어질 듯 합니다.
그런 얘기가 있죠. 금리 인하가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는 1년 정도라구요… 1년 정도가 지나야 금리 인하라는 약효가 나타날 것이라는 겁니다. 이건 반대로 금리 인상에서도 작용하곤 하죠. 그런데요… 사람들이 학습을 통해 금리 인하를 하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약효가 나타난다는 기대를 갖습니다. 그럼 그 시기가 점점 더 빨라지지 않을까요? 오늘 새벽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이번 연준의 50bp 인하는 실수가 될 것 같다고 하죠. 연준은 경착륙도 경계해야 하지만 반대편의 무착륙도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를 합니다. 아차하는 순간 인플레이션이 재차 올라올 수 있기 때문이죠.
홍길동이 또 등장하네요. 홍길동은 지독한 두통으로 고통받고 있죠. 그런데 단 것을 먹으면 두통이 조금 완화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쵸코렛 파이 한박스 씩 먹다가 당뇨가 찾아온 것이죠. 당뇨로 인한 고통이 상당한 나머지 3년 동안 고금리라는 병원에 입원을 한 겁니다. 그러면서 두통을 계속해서 참아왔죠. 그런데.. 이제 당 수치가 조금씩 정상에 다가오고 있는 겁니다. 그럼 이제 두통을 신경써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 8월 5일 엔캐리 두통으로 발작 한 번 겪고 나서 이제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지금은 당뇨보다는 두통이라구요.. 그래서 다시금 금단의 쵸코렛 파이 박스를 연 것이죠. 마음 속으로 말합니다. 긴 시간에 걸쳐서 천천히 먹으면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것이라구요… 그래도 일단 힘드니까 9월에 원샷으로 2개를 드시면서 시작한 것이죠. 질문은 이겁니다. 이제 당뇨는 끝난 것일까요?
아마 눈치를 채셨겠지만 앞서 말씀드린 두통은 경기 침체라고 할 수 있겠죠. 당뇨는 인플레이션일 겁니다. 그리고 쵸코렛 파이는 돈 풀기가 되지 않을까요? 이 둘 사이에서 연준이라는 의사는 계속해서 고뇌를 할 수 밖에 없겠죠. 그래서리.. 연준은 과거의 기록들… 과거의 패턴들을 연구하면서 최대한 현명하게.. 과학적으로 대응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문제는 과거와 지금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죠. 왜냐하면요… 당뇨를 겪기 이전의 홍길동과… 당뇨를 겪은 이후의 홍길동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40년 만의 인플레이션.. 즉 40평생 처음으로 당뇨를 겪은 홍길동입니다. 당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면 이제 예전처럼 단 것을 먹을 수 있을까요? 과거보다 당뇨..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인플레이션은 과거 대비… 약간의 단 것을 먹는 것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죠. 그리고 그런 당뇨의 재발 속도… 즉 단 것을 먹는 것에 대한 몸의 반응 속도도 과거보다 빨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이번의 빅컷에 대해서 연준은 경기 침체 반대편에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파월 의장은 지난 9월 FOMC에서 인플레가 남아있는데 빅컷을 단행하는 이유를 설명할 때 다소 석연치 않은 얘기를 하죠. 주택 가격 인플레가 여전히 심한데 왜 금리를 인하하니…. 라는 질문에 대해서 지금 금리를 인상해도 과거 싼 금리에 모기지 고정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집을 안팔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죠. 그럼 금리를 낮추면 매물이 나오니까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는 논리가 됩니다. 그런데.. 말하다가 본인도 꼬이는지.. 금리 낮추면 매물이 나와서 집값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낮아진 금리에 새로운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하죠. 엥? 내린다는 거야.. 오른다는 거야.. 아마도 중탕을 치고 싶었을 겁니다. 대신 이렇게 말하죠. 집 값은 중앙은행의 힘 만으로는 잡을 수 없고.. 정부가 공급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구요.. 그리고 현재의 집값 인플레는 길어지면 1~2년도 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오른다 내린다..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구요.. 현재 주택 인플레로 인해 벌어진 현 물가 상승세는 금리로 잡기 어렵다는 의미가 되죠. 그럼 2%가 아니라도.. 1~2년이 가도 어쩔 수 없다.. 그건 연준의 소관이 아니고… 연준은 이제 경기 침체를 제어해야 한다.. 라고 말한 셈입니다. 과거 식료품 가격과 국제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을 연준이 금리 인상한다고 잡을 수 있느냐고 말하면서… 금리 인상에서 한 발 물러난 아서 번스를 회상한다면 상당한 비약이 될까요? 물론 당시와 비교하기에는 과한 면도 있지만.. 저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어쩌면 시장이..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쉽게 생각하는구나.. 라는 느낌을 줄 수 있죠.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고 하는데.. 여전히 불씨가 살아있음에도 이거 신경을 안쓰면… 재발의 리스크를 키울 수 있죠. 그리고 이런 재발의 리스크는 연준의 정책을 오락가락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전일 고용 지표를 보고서 깜놀한 시장에서는 11월 FOMC에서 금리 동결 확률도 5%정도로 프라이싱하고 있죠. 이 얘기는요.. 지난 9월의 50bp가 실수였다는 점을… 과했다는 점을 말하는 겁니다.
이번 FOMC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던 보우먼은 지난 주 50bp 인하가 왜 실수인지를 4가지 이유를 들어서 설명했죠. 50bp인하를 했을 때.. 시장은 “내가 모르는 뭔가 위험 요인이 있다”라고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첫째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양호한데도 빅컷을 해줬으면 다음 번에도 별 문제 없어도 빅컷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두번째죠. 실제 9월 빅컷 이후 시장은 11월 빅컷도 기대했죠. 그걸 되돌리려고 파월과 굴스비가 지난 주 부단히 노력했더랍니다. 세번째는 예상치 못한 수요의 폭발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말합니다. 지금 소비가 강하다고는 하지만… 이 강한 소비가 어쩌면 현재의 고금리 때문에 절제되고 억제되고 있었던 소비일 수 있죠. 그걸 풀어주면?? 네.. 폭발적으로 소비가 증가하고 자산 가격이 준동하면서 재차 인플레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겁니다. 마지막은 그닥 중요한 게 아니라서 패스합니다.
인플레이션은 잡초와 같다고 하죠. 그리고 볼커는 과거 인플레와의 전쟁은 단순히 우리가 현재 만나는 인플레 뿐 아니라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 이걸 연준이 내깔려둘 것이라는 기대.. 이런 기대가 만들어내는 면이 강하다고 합니다. 주택 가격에서 보여준 파월의 아몰랑 스탠스는… 보우먼에게는 우려스러운 얘기가 될 수 있죠. 그래서 FOMC 직후에 이런 얘기를 한 듯 합니다.
“연준 ‘빅컷’ 반대한 보먼, ‘성급한 승리 선언으로 해석될 위험”(연합인포맥스, 24. 9. 21)
개인적으로는 9월 빅컷 이후… 미국에 새롭게 부여될 수 있는 변동성은요…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무너지는 미국 경기… 이것보다는…. 인플레 압력 잔존에 대한 성가심… 혹은 경계감… 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이런 뉴스가 꽤 흘러나오고 있네요. 우선 국제금융센터 뉴스부터 보시죠.
“미국 9월 S&P 글로벌 종합 PMI, 전월비 소폭 하락, 물가 상승 압력은 증가
- 9월 S&P 글로벌 종합 PMI는 54.4를 기록하여 전월 대비 소폭 하락. 다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라는 의견이 많은 편. 한편 제조업 및 서비스 부문의 가격 지수가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으며, 이에 향후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국제금융센터, 24. 9. 24)
PMI가격 지수가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죠. 그리고 자산 시장에서도 변화가 보입니다. 지난 8월 초 실망스러운 고용 지표에 큰 폭 하락했던 미국의 기대인플레이션 지표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죠.
“추락하던 미 기대 인플레 반등.. ‘빅컷’ 효과”(연합인포맥스 ,24. 9. 20)
금융 시장의 기대인플레이션도 봐야하겠지만… 실물 경제에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기대인플레도 아직은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기사 보시죠.
“게다가 소비자들은 인플레이션의 전반적인 둔화와 일부 상품가격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12개월 평균 기대 인플레이션을 5.2%로 높였다. 물가 불안감도 여전히 소비심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의미다”(아시아타임즈, 24. 9. 25)
주택 시장이나 자산 시장에서도, 그리고 유동성 환경에서도 우리가 모니터링해야할 게 무엇인지는 뚜렷이 나타나는 듯 합니다. 간단히 읽어보시죠.
“미 7월 주택가격 또 사상 최고치.. 집값 상승 속도는 둔화”(연합인포맥스, 24. 9. 25)
“금융 여건이 계속 완화됨에 따라 비트코인 등 투기적 자산에 대한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 24일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매주 발표하는 미국 금융상황지수(NFCI)는 지난 13일로 끝나는 주에 마이너스(-) 0.56을 나타내 2021년 11월 이후 가장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NFCI는 음의 값이 평균보다 느슨한 금융 상황을 나타내도록 구성돼 있어 현재 유동성을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의미다.”(연합인포맥스, 24. 9. 24)
사실… 연준의 피벗은요… 이번이 3차 시도입니다. 지난 22년 말 고금리 상황에서 경기 침체 가능성 100%라는 얘기가 나왔을 때… 연준의 피벗 가능성을 시장은 매우 높게 보고 있었죠. 2023년 9월부터 24년 말까지 200bp 금리 인하를 기대했었습니다. 당시 그런 기대에 달러원 환율은 1214원까지 급락했고… 미국 10년 국채 금리 역시 3.7%까지 밀렸었죠. 경기 침체로 인해 휘청이던 인플레이션은 약해진 달러와 낮아진 금리에 힘입어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3년에는 인플레 때문에 다시 한 번 홍역을 치루었죠. 그래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23년 10월 말 5%까지 상승했던 미국의 10년 국채 금리는 시장에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 때 갑자기 파월 의장은 또 다시 피벗을 말하기 시작했죠. 성장이 둔화되는 게 싫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피벗 기대로 인해 올해 초에는 7차례 금리 인하를 시장이 기대했고 마찬가지로 10년 금리는 3.7%까지 밀렸더랍니다. 그러다가 1,2,3월의 인플레이션을 보면서 다시 한 번 그런 기대를 져버리고… 우리는 9월에야 금리 인하를 볼 수 있었죠.
시장은요… 그리고 우리 경제는요… 정해진대로 움직이는 게 아닌가 봅니다. 과거의 흐름을 보면서.. 그대로 답습하는 게 아니라… 그 때의 실수를 만회하고 조금이라도 더 효율적으로… 조금이라도 더 편한 쪽으로… 더 성과가 좋아지는 쪽으로 계속해서 진화하는 생명체인 것이죠. 침체가 올 것이라고 해도… 그걸 막으려고 정책을 쓰면.. 그런 정책 기대에 다시 시장이 반색하고… 그걸 반복하곤 했던 겁니다. 이제 세번째 피벗 시도이구요.. 실제로 금리 인하에 돌입한 것이죠.
네.. 말씀이 좀 길었습니다. 연준은 지금 두개의 전선에서 전쟁을 소화하고 있죠. 동부 전선에서는 경기 침체라는 적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반대편에서는 인플레이션이라는 적이 기다리고 있죠. 인플레 전선을 빠르게 제압하고 동부 전선으로 전력을 이동시킨다는 전략이었는데요… 성공적으로 보이기는 합니다만… 서부 전선의 인플레가 아직은 꿈틀대고 있는 듯 합니다. 자칫하면 후방에 부담스러운 적을 두고 경기 침체와 싸워야 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죠.
그냥.. 아직 인플레 안 죽었다..가 결론입니다. 주말 에세이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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