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님 글 ㅣ 달러와 금리가 불안한 모습입니다.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우선 계절성을 볼 수 있을 겁니다. 22년 10월에는 레고랜드 사태가 있었죠. 금리도 높아졌고, 달러도 엄청 강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해 10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죠. 연준의 긴축이 길게 이어진다는… 즉, Higher for Longer의 수사가 힘을 얻으면서 미국 10년 금리가 5.0%를 터치한 적이 있죠. 극단의 엔 약세와 맞물리면서 달러도 강세를 이어갔었죠. 그리고 올해 10월에도 예상과 달리 금리의 상승폭이 매우 큰 편입니다. 미국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된 22년 이후 만들어진 긴축의 소사이클… 그게 작용하는 것일 수 있죠.
참고로 22년과 23년의 경우 11월 정도에는 둘 다 연준의 피벗 기대가 살아나면서 금리와 달러의 급락으로 끝이 난 바 있습니다. 비슷한 패턴이라면 11월 FOMC에서 연준이 갑자기 서프라이즈 비둘기로 변신하는 방법이 있겠죠. 예를 들어 시장이 예상하지 못했던 2번째 빅컷이 나온다던가… 갑자기 QT종료를 고민하고 있다던가… 미국 재무부가 단기 국채 발행을 더 늘리면서 장기채 발행을 더욱 줄이겠다고 한다던가… 아니면 파월 의장이 갑자기 물가와의 전쟁에서 승리했고 대신 경기 침체에 대한 연준의 경계감이 강해졌다는 발언을 한다던가… 뭐 이런 시리즈가 해당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계절성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봅니다만… 그 계절성에 맞춰서 연준이 11월 FOMC에서 변화를 갑자기 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두번째로 나오는 얘기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이죠. 충분히 개연성 있는 얘기입니다. 9월 빅컷이 만약 실수였다면… 이게 자산 가격과 소비를 강하게 자극한 바 있다면… 인플레를 다시 자극할 수 있겠죠. 인플레 부활은 연준 입장에서는 큰 부담입니다. 그 동안 인플레와의 싸움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케이스일 수 있으니까요.. 전일 미국 10년 금리가 뛰어오른 점도 봐야하겠지만… 2년 금리도 꽤 올랐거든요. 연준 스탠스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 역시 높아지는 느낌입니다. 전일 에세이에서 3가지 쇼크가 돌고 돈다는 얘기를 했었죠. 인플레가 올라오니 금리를 올리고, 금리가 오르니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침체 우려가 커지니 피벗 기대가 생기고, 피벗 기대로 자산 가격과 소비가 살아나면 인플레가 다시 올라오고.. 금리를 올리고… 경기 침체가… 이런 스토리죠. 인플레 스토리는요… 이미 인플레는 끝났다는 주장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살아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인플레가 문제가 된 것이 지난 21년 3월이었죠. 3년 6개월째 연준의 목표치를 넘어있습니다. 사람들도 이제 높은 인플레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있죠. 인플레이션 고착화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번째는 트럼프 트레이드입니다. 지금 시장에서는 이 쪽에 무게를 더 두고 있는 듯 한데요… 트럼프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사람들이 갖는 이미지… 이걸 잠깐 짚어보죠. 트럼프가 당선되면 주가는 오르고…. 금리도 오르고… 달러도 오르고… 이런 이미지가 조금 강하지 않나요? 실제 16년 11월 9일 트럼프 당선 직후 미국 주가는 급등했구요… 금리도 갑작스레 급등세를 탔죠. 원달러 환율 역시 갑자기 크게 튀면서 달러 당 1200원선을 순식간에 위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그로 인한 디플레이션 압력 강화… 이게 가장 큰 이슈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돈을 마구 풀어주는 트럼프의 등장은 재정 지출을 늘리고 관세를 올리면서 인플레이션 트레이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기대를 불러일으켰죠. 미국 중심주의로 인해 미국 주식 시장만 초강세였고, 인플레 전환을 기대하며 시장 금리는 급등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으로의 투자 자금 쏠림은 달러 강세를 촉발했던 것이죠. 네.. 논리적으로 맞는 듯 하구요… 그래서 시장 역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금리와 달러 급등으로 반응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런데요.. 만약 세번째.. 트럼프 트레이드 만의 영향이라면… 현재의 급격한 달러 강세는 갑작스런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고 봅니다. 16년 말까지는 달러가 급격한 강세를 보였지만… 17년부터는 달러 인덱스를 중심으로 달러는 큰 폭 약세 전환했고… 18년 1월말까지 계속해서 하락했죠. 네.. 17년은 내내 달러 약세의 기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달러 약세의 수혜로 미국 주식도 좋았지만.. 다른 신흥국 주식도 거의 날라갔었다고 보면 됩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당시 연준은 17년 내내 3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던 바 있죠. 미국 금리 인상에도 달러가 약해지는 그림이 그려졌었죠.
17년의 달러 약세장은 18년 1월 말 있었던 다보스 포럼에서 끝나게 되죠. 당시 미국의 재무장관이었던 므누신은 달러 약세가 미국 경제에 좋다는 코멘트를 했다가 글로벌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에게 뭇매를 맞았던 바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모든 것을 무시하는 트럼프가 등장해서 미국은 달러 약세를 원하지 않는다.. 달러 강세를 선호한다고 다음 날 부랴 부랴 수습했던 기억이 있죠. 그러나 한번 입을 떠난 말은 되돌려지지 않았죠. 18년부터 다시 시작된 달러 강세로 인해 신흥국은 다시금 힘들어졌는데요… 달러 강세의 영향도 있지만.. 이 때부터 미국은 중국 관세 전쟁을 시작했더랍니다. 17년에는 달러 약세를 통해 무역 적자 해소에 나섰고… 18년에는 관세 때리기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을 흔들었죠. 그런데요… 당시 중국의 대응이 워낙 강했더랍니다. 대응해서 대미 관세를 크게 올리구요… 위안화 절하를 유도하면서 미국의 약을 바짝 올렸죠. 19년 7월인가.. 8월 초에 보면 위안화가 달러 당 7위안을 넘어서면서 위안화 약세의 신호탄을 올립니다.
이에 트럼프는 19년 하반기부터는 관세 때리기보다는 무역 협상으로 전환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중국에게 미국의 물건을 사달라는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죠. 그래서 타결된 것이 2019년 말의 미중 무역 합의였던 겁니다. 트럼프는 결국 미국의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달러 약세, 관세 때리기, 그리고 상대국의 미국 물건 수입이라는 세가지 카드를 번갈아서 사용했던 것이죠. 표면적, 혹은 궁극적으로는 달러 강세를 원할 수도 있겠지만… 달러 그 자체보다는 무역 적자의 해소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네.. “트럼프 = 달러 강세”라는 프레임이 다소 위험한 이유가 됩니다. 에세이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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