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님 글 ㅣ 탄핵안이 가결되었습니다. 지금의 정치적, 그리고 경제적으로 나타나는 혼란의 상황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첫 계기가 되어주길 기도해봅니다. 최근 세미나를 진행하다보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우리나라가 다시 외환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는지에 대한 거였습니다.
2년 전 레고랜드 사태 당시 환율이 1450원 가까이 치솟았을 때 이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었는데요… 또 이런 질문을 받으니 참… 마음이 복잡하더군요. 우리나라 외환 보유고가 많다는 점, 대외순자산국이라는 점 등은 당연히 97년의 한국과 비교했을 때 지금의 한국이 가진 국가적 레벨이 차원이 다르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그런 면에서 단기에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희박할 겁니다. 그리고 몇 차례 위기를 겪으면서 쌓아온 위기 대처의 경험들, 그리고 사전에 대비를 하기 위해 준비했던 몇가지 금융 안정을 위한 도구들이 있기에 금융 시장에 대규모 파산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 역시 낮다고 봅니다. 다만.. 불확실성이 오랜 기간 이어진다는 것… 그건 우리나라 경제 주체들의 자신감이 약해진다는 거겠죠. 기업 투자의 감소, 외국인 투자의 위축… 이런 것들은 시차를 두고 지금은 양호한 대외건전성 등을 계속해서 약화시키는… 그런 문제를 낳게 됩니다. 아무쪼록 국내 상황의 빠른 안정을 간절히 기도해보면서 주말 에세이 적어봅니다.
글로벌 금융 시장 상황도 상당히 어렵게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취임 이후… 각국은 1기 트럼프 행정부 당시와는 달리 기존의 경험을 토대로 선제적인 대응에 들어갔죠. 어느 국가나 수출 아니면 내수로 성장해야 할 겁니다. 미국은 소비가 워낙 강하니 내수에 방점을 둘 수 있지만 그 외의 국가들은 수출에 목을 맬 수 밖에 없죠. 특히 워낙 강한 미국으로의 수출… 대미 수출을 수출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는 국가들이 많은 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등장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겠죠. 취임을 1개월 여 앞두고 있는데요, 취임과 동시에 수많은 행정명령을 쏟아낼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럼 미국 이외 국가들 입장에서는 상당한 고민을 하게 되죠. 대미 수출이라는 성장의 원동력이 흔들립니다. 그럼 이걸 막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겁니다. 그럼 당연히 내수 성장에 포커스를 맞출 수 밖에 없겠죠. 네. 그게 최근 대부분 선진국들의 금리 인하를 만들어내는 이유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낮아진 금리와 미국의 좀처럼 낮아지지 않는 금리가 뚜렷이 비교되면 달러 대비 해당국 통화 가치가 하락하게 되죠. 이는 트럼프 관세 위협 등으로 부진한 수출에는 큰 도움이 됩니다. 수출의 급격한 하강을 방지할 수 있죠. 네. 금리 인하는 어떻게 보면 일석이조입니다. 낮아진 금리로 내수 성장을 지지하고, 통화 가치 하락을 통해 트럼프로 인한 수출 실적 부진 역시 커버해버리는 겁니다. 그렇게 좋은 금리 인하라면… 이제 인플레이션보다는 성장에 방점을 찍는다면… 당연히 단행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지난 주 ECB는 0.25%의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그 이전에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진행되었더랍니다. 그리고 우리 관심에는 멀어져있지만 스위스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인하했는데요… 예상 외의 빅컷을 단행하면서 현행 기준금리를 0.5%까지 낮추었죠. 잠시 기사 타이틀 인용해보죠.
“스위스 예상 외 ‘빅컷’ 단행… ‘스위스 프랑 강세 / 낮은 물가상승률 때문’”(뉴스핌, 24. 12. 12)
스위스가 빅컷을 단행한 이유… 물가는 안정되어 있는데.. 스위스 프랑이 강세를 나타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네. 유로존의 금리 인하가 가파르다면… 유로 약세가 진행되고… 스위스가 주로 교역을 하는 유로존 통화가 약해지는 만큼.. 스위스의 수출 성장은 힘겨워지죠. 그럼 스위스도 이를좌시할 수 만은 없을 겁니다. 유로존이 금리를 내리는 만큼 함께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스위스 프랑 절상을 막아야 합니다. 그런데요… 문제는 현재 유로존은 금리 인하 이후 3.0% 기준금리가 형성된 반면 스위스의 기준금리는 현재 0.5%까지 낮춰진 겁니다. 내년에 유로존이 추가 금리 인하에 돌입하면 스위스 프랑 강세 & 유로 약세를 막기 위해 같이 금리 인하에 들어가야 할텐데… 문제는 기준금리라 0.5%수준이라는 것이죠. 더 낮출 룸이 별로 없는 겁니다. 그럼에도 더 낮춘다면?? 아마도 마이너스 금리도 열어야 하지 않을까요?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입니다. 마이너스 금리… 기사 인용합니다.
“ING, ‘SNB, ECB 금리 인하에 ‘마이너스 금리’ 강제 가능성”(연합인포맥스, 24. 12. 14)
이런 스위스의 과격한 금리 인하에 불을 지핀 곳이 바로 유로존이죠. 유럽 역시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미리 유로 가치를 절하하는.. 일종의 환율 전쟁 예비 동작을 취하는 분위기입니다. 스위스는 이런 유로존에 대응하기 위해 과도한 금리 인하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구요… 유럽 경제가 워낙 안좋다보니.. 이렇게 선제적인, 그리고 과감한 대응도 필요한 것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상당히 쇼킹하게 느낀 뉴스가 하나 있었죠. 바로 요겁니다.
“’경기침체 위기’ 독일, ‘부채 브레이크’ 제도 개편 착수”(글로벌이코노믹, 24. 12. 11)
“’경기 침체’ 독일… ‘부채 규제 빡빡해 미래산업 투자 못 해’ 경고 나와”(한국일보, 24. 2. 1)
독일은 과거 1차 대전 이후 바이마르 공화국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겪었던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그런 독일이 과감한 금리 인하, 혹은 과감한 재정 지출에는 상당히 보수적입니다. 그래서 재정 적자 레벨을 정해두고 그 레벨을 넘지 않고자 노력하고 있죠. 그런데요… 재정 건전성 관리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이… 미국에 맞먹을 정도로 안전 자산 독일 국채의 주인공인 독일이 부채 브레이크 제도에 대한 재편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유연하게 빚을 더 낼 수 있는 쪽으로 제도를 바꾼다는 의미가 되겠죠. 재정에 대해서 매우 보수적으로 건전성을 강조해오던 독일입니다. 급하긴 급한가 보네요. 재정을 긴축적으로 운용하던 국가가 이제 돈을 풀 때가 되었다는 암시를 주기 시작하는 것은 독일 하나로 그치지 않죠. 다음은 중국의 부양책 관련 소식입니다. 꼼꼼히 읽어보시죠.
“중국 지도부는 이날 회의에서 “더욱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실시하겠다”며 재정적자율을 높이고 초장기 특별국채와 지방정부 특별채권의 발행·사용을 늘리겠다고 했다. 이 채권들은 공공 지출의 주요 재원이다. 이미 중국 각 지방정부는 이같은 중앙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내년에 시행할 인프라·첨단 제조업·민간 소비 부문에 대한 신규 투자 프로젝트를 속속 확정 짓고 있다.
여기에 “‘적정 완화(適度寬松)’ 통화정책을 시행하고, 적시에 은행 지급준비율과 기준금리를 인하해 충분한 유동성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중국은 지난 9일 열린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통화정책 기조를 ‘온건(穩健·중립)’에서 적정 완화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전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시중에 돈을 더 많이 풀어 경기를 띄우겠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내년 초부터 중국 인민은행이 은행 지급준비율과 기준금리 인하에 착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조선비즈, 24. 12. 12)
재정적자율을 높이겠다는 얘기는 GDP 대비 재정 적자를 더욱 높이겠다는 의미, 즉 적자 재정을 통해 경기 부양을 적극적으로 하겠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두번째 문단에서 보시는 것처럼 유동성을 더욱 늘리겠다는 의지를 나타냅니다. 재정과 통화 쌍방향에서 경기 부양이 이어지게 되면 중국의 성장은 일시적으로나마 힘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저성장의 늪에서 장기간 빠져있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중국과 독일, 모두 과감한 부양책이라는 옵션을 불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돈을 풀려는 국가들이 늘어나는데…. 연준은 이번 주 FOMC에서 무언가 변화를 줄 것으로 보입니다. 금리 인하는 하되 향후 금리 인하 속도에 대한 신중함을 피력하겠죠. 지금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이유는.. 적정 금리 대비 과도하게 높아진 기준금리를 적정 레벨까지 정상화하겠다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경제가 워낙 탄탄하고 지난 주 발표된 PPI처럼 물가 지표 역시 끈적한 모습을 보이는 겁니다. 그럼 꽤 높은 금리에도 미국 경제가 저렇게 잘 버틸 수 있다는 믿음이 생깁니다. 이런 믿음은 사람들이 평가하는 미국의 적정 금리, 즉 중립 금리 레벨을 끌어올리게 되죠. 적정 금리 수준을 넘어서 높게 인상된 기준금리를 하루 빨리 정상적 레벨로 낮추겠다는 것이 연준의 의도입니다. 그런데 그 적정 금리 레벨이 만약 올라온다면 어떤 상황이 될 까요? 네.. 당장은 금리 인하를 조금 빨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적정 금리 레벨에 도달하면 추가 인하에 매우 신중한 행보를 보이게 될 겁니다.
연준은 금리 인하 기조에서 후퇴하려고 합니다. 반면 다른 국가들은 빠르고 과감한 금리 인하를 통해 내수 부양 뿐 아니라 수출 실적 역시 개선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죠. 그럼 미국과 다른 국가의 금리차가 벌어지게 될 것이고 달러는 추가로 강세를 보이겠죠. 달러의 일방적 강세는 당장의 미국 무역 적자를 되돌리고 싶어하는 트럼프가 의도하는 방향이 아니죠. 달러 강세 역시 한 방햐으로 쏠리게 되면…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다른 옵션을 고민하게 될 겁니다. 네. 외환 시장의 변동성이 환율 전쟁까지 가세하면서 더욱 높아질 듯 합니다. 대내외적으로 참 힘든 상황입니다. 주말 에세이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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